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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태생의 역사학자입니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인류 역사의 흐름을 쓴 책입니다.
책 속에 '시간이 흐르면서'라는 문구가 많이 나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전 세대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살았고..'
'시간이 흐르면서...그 때쯤이면 자신들이 과거에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르면서...애초에 욕망하도록 만든 신화 자체를 의심하는 이는 드물다.'
최초에 어떤 것이 생겼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필요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졌어도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개인의 행복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유발 하라리의 생각입니다.
 
며칠 전, 서울 고속터미널 지하 구경을 나섰다가 겪은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음식을 주문했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습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거든요. 여기서는 자리부터 맞추고 주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요. 어딜 가나 줄, 줄, 줄..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지방보다 서울이 사람대접을 못 받는 것 같은데 불만들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표정도 느낄 수 없었고 순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행이나 문화로 보는 걸까요?
또한 요즘 짓는 건물에 딸린 화장실도 비슷하게 느낍니다. 건물에 상가는 많아도 화장실은 바깥에 한 군데 있습니다. 빨간 깡통이 달린 열쇠를 들고 나가거나 비번을 외워서 열어야 하지요. 예전 건물들은 상가 안에 화장실이 따로 있어 이용하기 편했는데 요즘 건물들은 공간의 효율성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소비자를 배려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 모든 것들은 이제 당연해질 것입니다. '역사의 역학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교차로에서 여기저기로 왔다갔다하며 인간의 역사가 진행되었다'는 말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 그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흐름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역사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통찰을 새겨야 앞으로 다른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거의 출생 직후부터 길들여져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게끔 된 신화와 허구'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길까요?
예를 들어 시간이 흐르면서 의심 없이 받아들인 행복의 정의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따라 내린 정의는 아닌지, 내 욕망이 내 것인지 사회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행복 또한 물질 없이 이룰 수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