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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87-씨값 품삯 그림표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셈본 6-1'의 6쪽, 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쪽 셋째 줄에 '추수'가 나옵니다. 이 말은 한자말로 '가을걷이'와 비슷한말입니다. 이런 한자말이 나올 때는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떠올려 보게 한 다음 모르면 알려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을걷이'를 줄여서 '갈걷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려 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여섯째 줄에는 '씨 값'이 나오고 일곱째 줄에는 '품삯'이 나옵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둘레 어른들한테 '값'과 '삯'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 봤을 때 똑똑하게 풀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여 주었더니 어떤 사람이 '종자대', '임금'이라고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였습니다. 요즘 배움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값'과 '삯'이 어떻게 다른지 앞에서 살펴본 적이 있어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풀이를 하자면 '씨 값'은 '씨를 사서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낸 돈'을 뜻합니다. '품삯'은 '품'이 사람의 힘과 슬기의 값어치를 뜻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과 슬기를 빌려 쓰고 내는 돈'을 뜻하는 말입니다. 말모이(사전)에서도 '임금'이라는 말 말고 '품삯'이라는 말을 쓰라고 하니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써 주면 좋겠습니다.
 
열한째 줄부터 다섯 줄에 '단기'가 되풀이해 나옵니다. 해를 세는 잣대(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는 여러 사람들이 슬기를 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은 '서기'만 쓰기 때문에 '단기'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 게 참일입니다. '단기'와 '서기'를 함께 쓸 수를 찾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여섯째 줄에 '그림표'가 나옵니다. 이 말도 앞서 본 적이 있는 말이라서 이제 눈에 익은 분도 계실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도표'라고 많이 쓰기 때문에 요즘 배움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말입니다. '도형'을 '그림꼴'이라고 했듯이 '도표'라는 말보다 '그림표'라는 말이 아이들이 알아차리기에는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잘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사람들이 쉬운 말부터 챙겨 알려 주고 비슷한 뜻을 가진 말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일에 함께해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말 때문에 배우는 데 힘이 든다거나 배울 때 보는 말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도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352해 온여름달 열이틀 삿날 (2019년 6월 12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