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땅의 알바생을 응원하며] 가면 뒤에 사람이 있다.

19.01.11 19:3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여기 이름없이 일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이름은 '저기요'도 됐다가, '아가씨/아저씨'도 됐다가, '어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은 시간제 노동자, 즉 아르바이트생이다.

 요즘 세상에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하지 않는 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대학생인 필자가 보아도, 5명 중 3명은 시간제 일자리를 구해 용돈, 또는 생활비에 보탠다. 그렇다고 해서 알바 자리를 구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한 번 구하려면 20곳은 족히 이력서를 넣어야 한 번 연락이 올까 말까 싶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게 일자리를 구하고 나면, 알바생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슈퍼 을'로 전락한다. 을이 되어버린 이들은 손님의 '갑질'에도 꾹 참고 견뎌야만 한다. 흔히들 말하는 감정 노동이 그들에겐 심각한 고질병이자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알바천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답한 알바생 10명 중 9명은 손님의 말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고, 알바 중 가장 서러웠던 경험 또한 '진상 손님의 갑질을 참고 넘겨야 할 때'가 가장 높았다. '손님이 왕'이라는 표현 아래 '노예'가 되어버린 알바생들에게 사람답게 살 권리는 없을까.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다섯 명의 학생이 모였다. 필자를 비롯한 팀원들은 모두 대학생으로서 알바생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2019년 1월 1일, 직접 경희대 주변 가게들을 방문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알바생의 대부분은 젊은 20대였고, 이들 대부분이 서비스업이라는 직종의 특수성으로 인해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알바를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손님과의 마찰이나 손님의 무례한 태도였다. 구체적으로는 반말이나 욕설, 무례한 호칭 등이 있었다.
 
 직접 얘기를 듣고 나서, 우리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알바생을 존중해달라는 문구를 넣은 스티커를 제작해 경희대 주변 음식점과 주점에 부착했고, SNS 캠페인을 통해 '알바생의 권리를 응원한다'는 취지의 손글씨 릴레이를 진행했다. 추후 알바생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건강 음료와 함께 경희대 주변을 방문해 나눠줄 예정이기도 하다.

글로 보기엔 간단하고 쉬워보이지만, 그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서비스업의 특성 상 손님을 최대한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스티커를 부착할 가게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손님이 불편해 할까봐 거절을 당하기도 했고, 문구가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듭된 노력 끝에 총 4곳의 가게를 섭외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의미 없는 일이라며 무시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저울은 극명하게 한 쪽으로 기울어진 채 유지되고 있다. 알바생이 행복하게 일할 권리는 누군가는 외쳐야할 목소리이며 지속적으로 지켜져야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한국 사회는 이른 바 '갑질'에 멍들어있다. 한국 사회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시간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 가장 끝자락에 있는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곧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임을 기억하고, 나는 혹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알바생에게 '갑'이 되지는 않았을까, 웃는 낯에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뱉지는 않았을까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억하자. 가면 뒤에 사람이 있다.
 

태그:#알바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