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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길병원 19년만에 민주노조 다시 설립

2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총회 개최
18.07.21 13:3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강수진 지부장이 지부 설립 총회에서 지부장으로 선출된 뒤 소감과 의지를 밝히고 있다. ⓒ 김강현

가천대길병원(이하 길병원ㆍ회장 이길여) 직원들이 지난 20일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동조합 설립 총회를 열고 노조 설립을 선포했다.

노조의 공식 명칭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아래 길병원지부)다. 길병원지부는 최근 이슈가 된 항공사의 갑질 못지않은 의료계 갑질이 있는 곳이 길병원이라고 주장했다.

"회장 생일에 축하영상 촬영…당연시 된 공짜노동"

길병원지부에 따르면, 길병원 직원들은 이길여 회장 생일에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회장 사택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동원된다. 병원 측은 직원 역량 강화를 이유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회장 기념관 견학을 강제하기도 한다. 이길여 회장은 집무실과 별도로 VVIP 병실을 전용하며 물리치료사ㆍ피부관리사ㆍ영양사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길병원지부는 이러한 갑질 이외에 노동환경에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우선 출퇴근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 출근시각은 기록하지만 퇴근시각은 기록하지 못하게 돼있다. 이렇다보니 시간외근무가 발생해도 수당은 없다. 연차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수당이 없다.

임신 기간 단축노동도 없다. 길병원지부는 "노조가 있는 병원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 임신부는 노동시간 단축 혜택을 받고 있지만, 길병원에선 아무도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게다가 전기ㆍ시설업무 직원들은 '감시ㆍ단속 노동자'로 신고 돼있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해당 직종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3일에 한 번 24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감시ㆍ단속 업무라면서 수당을 제대로 적용해주지 않는다. 일반직과 비교했을 때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차이 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갖가지 공짜노동이 판을 치는데도 현장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가 굉장히 높다.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노동자는 상시ㆍ지속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2년마다 잘려나가기 때문에 병원 서비스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에 부정부패도 있다. 병원이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 3억 5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지난 5월 말에 제기됐다.

"노조 있지만 직원들 위해 움직이진 않아…새 노조 필요"

직원들은 이런 문제점들을 지난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설된 오픈 채팅방에서 나누며 병원 측과 기존 기업별 노조에 전달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기존 노조엔 직원 600여명이 가입해있으나,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길병원지부는 주장했다.

길병원지부에 따르면, 직원들은 그동안 기존 노조의 개혁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차기 위원장 선거에 현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위원장을 직선제로 선출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지난 11일 위원장 간선제 선출을 공고한 것이다. 길병원지부가 설립 총회를 개최한 날, 기존 노조는 대의원 8명의 간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기존 노조에 실망한 직원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민주노조를 설립하겠다며 20일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에 모여 설립 총회를 열고 강수진 지부장, 안병훈 수석지부장, 이철행 부지부장, 정영민 사무장 등 임원을 선출했다.

강수진 지부장은 "을의 반란이 시작됐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길병원은 온갖 공짜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직장 갑질에 병들어있지만 어떠한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 뒤, "새롭게 만든 노조는 직원들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 부정부패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곳곳서 연대의 손길 "함께 하겠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 나순자)는 "길병원은 지난 1999년에 민주노조가 설립됐지만, 병원 측의 탄압으로 끝내 좌초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병원 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예상된다. 만약 병원 측이 직원들의 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기존 노조를 이용해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나순자 위원장은 "많은 갑질에 대해 들어왔지만 길병원은 도를 넘는다. 새 노조는 이를 말끔히 걷어내고 공짜 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6만 조합원이 함께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또한 "촛불혁명 이후 한림대의료원ㆍ동국대병원ㆍ건양대병원ㆍ국립암센터 등 26개 사업장에서 노조를 설립했고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길병원지부 설립 총회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산하 여러 지부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등 많은 단체들이 참가해 응원했다.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길병원이 정말 좋은 병원이 될 때 직원들의 바람도 이뤄지고, 시민들에게 이익과 자부심,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당하고 멋지게 해나갔으면 좋겠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도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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