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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되 변하지 않는 도심재생은 없을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우리 모습이 변한 만큼 추억 속의 '공간'들이 변했다고 탓할 수는 없지만 마음은 늘 옛 모습에 걸려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억은 그래서 아름답고도 슬픈가 보다.   

도심재생화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인 면이 회자되고 있다.  낙후 지역이 다시 활성화 되는 밝은 면이 있는 반면, 그곳 원주민은 밀려나고소자본 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로 언제 밀려날지 몰라 불안하다.

   우리나라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다. 대규모 주거지역 재개발로 인한 갈등 중 하나가 바로 기존 세입자들이 밀려나는 문제이다. 개발이익의 거의 대부분이 지주(건물주 등)에게로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으로 재생된 지역도 건물주의 기대 수익율이 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젠트리피케이션 악순환의 고리에 묶여 있다. 이러한 지대(地代)를 통한 수익약탈은 도시 쇠퇴의 직접적 원인이다. 20여년 전부터 도시재생이잘  진행돼 해외에 까지 유명세를 떨치던 서울 몇몇 지역이 다시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세입자들이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공간은 이미 공간이 아니다.  도시는 생물이다.

 # 장면1.
서울 종로 낙원상가 옆 아구찜 골목 동편 한옥 동네.    그간 개발제한으로 낙후되어 있던 지역인데, 지난 1년 사이에 재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옛 한옥의 지붕과 뼈대는 살리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바꾸었다.  모두 살림집이 아닌 상가건물로 변신했다.  특색 있는 카페·각종 식당·빵집·전통찻집·레지던스호텔이 예스런 좁은 골목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전주 한옥마을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생활은 사라지고 거래만 있는 곳으로, 퇴근 후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장소로 변했다.

  1987년 여름 종로.  그 해 봄부터 정국은 가팔랐고 최루탄은 매웠다.  시청 광장과 종로와 대학로가 민주화의 함성과 최루탄으로 범벅이 됐던 시절.  나는 3.1빌딩에서 '소'를 키우고 있었다.   그 시절 명동, 을지로, 청계천상가, 낙원상가와 피맛골과 그 주변 주택지는 데모대가 백골단과 경찰의 추적을 피해  숨었던 피난처였다.   명동과 을지로와 종로에서 '소'나 키우던 목동 넥타이 부대들이 데모대에 합류했을 때 6.29선언이 나왔다.  우리는 함성을 질렀고 그 날 저녁 '소'도 잊어버린 채 낙원상가 옆에서 밤새 술을 마셨다.   주인도 손님도       민주화의 그 열매가 마치 자신의 공인냥 의기양양 했다.  술값은 받지도 내지도 않았다.    지금의 저 종로    뒷골목에 한 때 그런 때가 있었다.  한 때 거기 우정과 연대가!

# 장면 2.
  경남 진주 중앙시장 건너 갤러리아백화점 뒤쪽 구도심.  최근 3~4년 사이에 급격히 모텔촌으로 변신했다.   도시가 커지면서 외곽으로 아파트단지가 형성되고 도심 인구가 빠져 나가 슬럼화가 진행되던 곳이다. 지금은  거주인구는 거의 없고 음식점과 주점 그리고 숙박시설 등 유흥시설이 불을 밝히고 있다. 공동화된 원도심 재생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여름 진주.  서부 경남의 그 중심도시에 한번 다녀 오면 한 달을 우려먹던  시절. 유신공화국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10.26을 향해 가던 시점.    강낭콩과 양귀비  보다 더 푸르고 붉은  남강과 진주성이  데이트 분위기를 살려주었고 다방과 극장과 레코드가게가 많았다.     장발의 우리는  중앙로 지하 다방을 점령하고 뜻도 모르는 외국 노래를 듣고 괜히 비감해 했고, 디스코텍에서 '토요일 밤의 열기'에 몸을 맡겼다.   전국에 흩어져 살던 서부경남 장정들이 영장을 받고 진주에 모여 머리를 깎고 밤새 술을 마셨다.  어깨동무를 하고 최백호의 <입영전야>를 불렀다. 뒷날 아침 쓰린 속을 쓰다듬을 시간도 없이 남중학교 운동장에 모여 점호를 받고 중앙로를 걸어 진주역에서 경전선 기차를 타고  논산훈련소로 입대를 했다.  우리는 그 때  세상이 다 끝나는 줄 알았고 기차역 프랫폼에서 영화 <바보들의 행진>속 장면을 연출하며 사랑을 약속했다.  세상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들은 서로 약속을 잊었다. 우리를 안아주던 그 '누나'들은  어디론가 떠났고, 슬레이트 지붕에 호롱불 같이 희미하던 백열등의 그 허름한 여인숙들도 이제 찾을 수가 없다.  한 때 거기 젊음이 !

# 장면3
  경남 ㅇㅇ군 ㅇㅇ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이 섬에 초등학교가 6개나 있었다.  약 20년 전부터 섬 중앙 초등학교로 통합되고 나머지 5개 학교는 폐교됐다.  최근 그 중 한 개를 대안학교로 만들려던 계획이 결국 좌초되었다. 약 100억원의 예산까지 확보된 사업이었는데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학교건물은는 여전히 적막에 싸여있다 .

  1960년대.  외갓집 동네고 아버지가 그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당신 친손자가 없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는 우리 3형제는 금쪽 같은 존재였다. 동네 유지인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믿고 방학만 되면 우리 형제는 그 학교를 전용 놀이터로 삼았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도 아닌데 '우리학교'라고 불렀던 학교.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전쟁놀이 등등 온갖 놀이의 향연. 여름 방학 아이스께끼 장사를 하다가 께끼가 거의 다 녹아버려 할 수 없이 모여앉아 녹아빠진 아이스께끼를 실컷(?) 먹어치우던 느티나무 숲.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누워계신 산자락에 아버지를 모시고 내려오던 날, 풀이 돋아난 그 학교 운동장은 왜 그리 작아 보였는지.   그 작은 운동장에서 우리는 어찌 그리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을까.   어머니는 그 시절 기억을  아직은 붙잡고 계신다.   치매로 매일 희미해지는 그 기억을.  한 때 거기 우리의 동심이 !

     추억 속의 공간을 둘러보는 마음은 기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그나마 없어지지 않고 변한 모습으로나마 용케 남아 있는 것은 반갑고,  변했으되 서글픈 모습이거나  낡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마음이 아픈 것이다.   세상이 어찌 내 마음에 맞게 변해주겠는가.

   어떤 공간이 우리에게 보다 의미있는 곳으로 재탄생하는데는 어쩔 수 없이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우리는 새 것을 너무 좋아한다.  좋은 것도 옛 것은 버린다. 옛 것에는 그것대로 멋과 맛과 가치가 배어있다.  오늘 새 것이 내일 옛 것이 되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은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 구도심이 새롭게 단장되고 아파트가 재개발되고 폐교와 폐창고들이 다시 활용되고 있다. 슬럼화되고 방치되어 있는 것 보다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는 것이 좋아보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많은 자본이 투자되기 때문이다.  자본이 따뜻하기를 바라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인만큼 개발이익이나마 특정인에게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추억 속의 공간들이 '거래'와 '생활'과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매력적인'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비록 휘황찬란한 도심은 아닐지라도 최고급 아파트가 아닐지라도 최고급 문화시설이 아닐지라도, 새롭게 태어나는 공간들이 '변하되 변하지 않은 공간'으로  남아 주길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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