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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가더러운 여자는 여자로 안 보여."

20대 초반 무렵, 친했던 오빠들이 술자리에서 한 말이다. 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피부가 깨끗하지 않으면 여자도 아니란 말이야?'

회사에 취업하고 2년쯤 지났을때였는데, 가득이나 안 좋은 지성 피부에 여드름이 기성일 때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업무 스트레스로 성인아토피에 걸려 스테로이드제까지 처방받은 참이었다. 피부가 안 좋은나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동의하는 남정네들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나이가 7살씩 나는 오빠들은 서른 살씩이나 먹은 나잇값을 못하고 여자 피부를 운운했다.얄미운 사람들의 말이지만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던 나는 여자로서의 자신감까지 하락하는 기분이었다.
피부에 좋다는 팩을 하고, 회사별로 스킨로션도바꿔보고, 1일 1마스크팩을 실현해 봤지만 피부가 좋아지지않았다. 아토피에 걸린 이후에는 피부 상처도 잘 아물지 않았다. 일주일이면낫던 상처들이 두세 달은 가야 간신히 깨끗해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을 긁는 버릇까지 있어 피부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피부 트러블이 심했지만 월급이 박봉이라 비싼 피부과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큰마음 먹고 찾아갔던 피부과는 1회 치료비로 13만 원이라는 돈을 요구했다. 당시 월 100만 원을 간신히 벌던 나는 두 손이 다 벌벌 떨렸다. 그렇게 20대때 피부과 치료를 포기했다. 피부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이성에호기심은 있어도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던 나는 그렇게 깨끗한 피부의 여자사람이기를 포기했다.
이십 대때는 풋풋하고 뭘 입어도 괜찮았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자 정장과 화장이 점점 필수가 되어갔다. 맨 얼굴로는집 앞 슈퍼도 나가지 않는다던 또래 여자친구들의 말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아직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잘 어울리지만 얼굴이 민낯인 것은 부끄러워졌다. 눈가와 목에 잔주름이 생기면서 점점 젊을 날보다 나이들 날이 많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십 대 때만 해도 여름에 반팔 입은 여자들의 등과 얼굴의 피부 트러블이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나도 등에 등드름이라는 것이 생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막연히 '저 여자는 왜 피부가 저렇게 안 좋은데 짧은 반팔을 입지?' 싶던 것이 이제는 이해가 간다. 평생 피부가 좋을 수는 없다. 얼굴은 그렇다 쳤지만 등에도 뭔가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동안먹고 살기 바빠 피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후회됐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자, 집에서피부과에 가보라며 가족들이 괜찮은 피부과를 소개해 줬다. 동네 오래된 피부과는 필요한 양 이상으로 약을처방하지 않아 신뢰가 가는 곳이었지만, 소량의 스테로이드제 때문에 속이 항상 쓰렸다. 그래도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연고와 알약 덕에 피부가 많이 깨끗해졌다. 피부가어느 정도 진정되자 그동안 생긴 묵은 상처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언니는 피부관리 비용을 아까워하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생일날 피부관리실10회 이용권을 끊어 주었다. 처음에는 큰 돈 썼다고 어떡하냐고 미안해했지만 내심 언니에게무척 고마웠다. 관리실에 가보니 원장 선생님이 늘어난 모공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묵은 상처 자국은 없앨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내 얼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피부관리에 목돈이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이돈이면 다른 취미활동이나 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가장 급한 건 얼굴의 묵은 상처로 인해스트레스를 받는 나 자신이다.
피부가 내 모든 걸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얼굴 내가 보는 것도 아니고 남이 더 자주 보는 건데 계속 신경이 쓰인다. 타인에게내 피부가 결점으로 비춰줘 내가 여자로서 매력 없어 보이고, 더러워 보일까 봐 걱정된다.
피부에 목돈 들이는 이유가 이런 걱정 때문이란 걸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바라는 건 묵은 상처 자국만 좀 지워지면, 피부관리실대신 집에서 스스로 셀프관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내 내면도 함께 봐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먼저만나는 게 내 얼굴이라면,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조금 더 마음에 들어 하기 위해 피부를 관리할 마음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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