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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민중항쟁'이 시작됐다

박근혜 퇴진, 헬조선 해체로 나가자
16.11.07 20:3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아버지를 닮고 따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던 박근혜는 지금 극적인 붕괴라는 측면에서 박정희를 빼닮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박근혜 정부가 이 나라가 직면한 경제·안보 위기 해결에 실패한 것과 관련깊다. 유신말기 때의 박정희에게서 가장 악랄한 방법과 특징들을 배운 게 박근혜의 비극이었다.

재벌을 밀어주며 수출주도적 성장을 추진하고 부동산 경기부양에 힘쓰는 것, 폭력기구를 이용해 저항세력과 노동자를 짓밟을 뿐 아니라 기업까지 압박해 투자를 강제하는 것이 '박정희 체제'의 특징이었다. 거기서 공포 통치를 뒷받침한 것은 비밀경찰과 검찰, 사법부, 족벌언론들이었다.

2012년에 권력을 잡은 박근혜는 이 길을 비슷하게 따라가려고 했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결집한 우파 권력자들도 '한강의 기적'이 어느 정도 반복될 거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국정원이 전면에 나서 종북몰이 광풍을 일으키고 진보당 해산에 성공할 때까지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달라진 주객관적 상황과 조건에서 역사가 반복될 리는 없었다. 박정희에게 비극을 안겨주었던 역사는, 이제 박근혜에게 희극을 선물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은 재앙 수준이고, 내수·생산·수출 모두에 빨간불이 켜져있고, 제조업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87년 이전의 상명하복 체계로 국가-기업(언론) 관계를 되돌리는 듯한 시도는 우파 내부의 불만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이다.

특히 조선해운업에서 기준도 효과도 없는 듯한 선제적 구조조정의 난맥상이 지배층 내부의 원성을 분출시키는 주요 계기가 된 듯하다. 예컨대 최순실 쪽에 돈을 낸 현대상선은 살려주고, 돈을 안 낸 한진해운은 죽이는 식의 구조조정은 물류대란만 낳았다.

그래서 지금 박근혜 정부는, 탄탄해 보이던 권위주의 정권이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급속하게 무너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반복해 보이고 있다. 폭력과 공포에 의존하다보니 도전을 막아낼 정당성이 취약하고, 불만을 흡수할 완충장치가 부족한 것이다.

지금 박근혜를 공격하는 보수언론들의 행태는 무서울 정도다.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쉽게 닫히지 않고 있는 데, 소문대로 박근혜와 최순실에 대한 정윤회, 박지만, 조선일보의 복수심이 배경일지도 모른다.

불신과 앙심이 쌓여오다가 하나의 무의미한 날개 짓이 엄청난 연쇄적 후폭풍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장을 운영하던 한 조폭의 체포가 정운호 -> 홍만표 -> 진경준 -> 우병우 -> 최순실 -> 박근혜까지 도미노처럼 무너뜨렸다는 '나비효과'도 얘기된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나 JTBC 손석희의 용기, 조선일보의 복수심만 보는 시각은 변화의 중심 동력을 놓치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세월호 가족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화여대 학생들이, 성주 주민들이, 노동자와 농민들이 싸우지 않았다면 과연 박근혜의 정책과 입법들이 가로막히게 됐을까? 입법보다 행정지침으로 반발을 피해가려 했을까? 야당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여소야대가 만들어졌을까?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권력연장이 불투명해지며 우파가 분열했을까? 일부 언론과 기자들이 보복도 감수할 그런 용기를 냈을까?

이처럼 기층에서 계속돼 온 박근혜 정부와 정책에 맞선 저항의 목소리가 밑바닥에서 불만을 쌓이게 하고, 저들의 발목을 잡아오고, 곳곳에서 불쏘시개들을 만들어 오다가 최순실 태블릿PC이라는 기폭제를 만나서 드디어 폭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기층 민중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할 때, 세월호의 진실을 원할 때,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할 때, 위안부 합의 철회를 원할 때, 사드 배치에 맞설 때, 백남기 농민 살인정권과 싸울 때,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말할 때,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제 해고에 반대할 때 박근혜를 적극 도왔던 모든 자들은 이 범죄정권의 공동정범들이다.

새누리당, 재벌, 검찰, 사법부, 보수언론과 보수종편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영화 <아수라>에서처럼 이들은 진흙탕 속을 뒹굴며 피투성이로 서로 싸우고 있지만, 결국 같이 손잡고 금수저 특권을 지키고 헬조선을 만들어온 범죄자들이다.(이들은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었다는 점도 '멍청한 여자' 운운하는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자들이 최순실, 또는 박근혜에게 모든 걸 떠넘기며 빠져나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여야 합의하에 책임총리를 지명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조기대선과 개헌 등을 추진하자는 게 저들의 위기 탈출 방안이다. 박근혜는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지만, 저들은 이런 꼬리 자르기라도 하지 않으면 "민심의 성난 파도가 모든 것을 쓸고 갈 수 있다"(조선일보)는 공포 속에서 서두르고 있다.

일단 이렇게 해서 성난 파도를 잠재울 수 있다면 나중에 다시 피의 보복을 하며 헬조선과 금수저 지배질서를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저들의 계산일 것이다. 문제는 야당도 여기에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없지가 않다는 것이다.

야당도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수행해 온 '국정'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세월호 진실 덮기, 국정교과서 발행, 위안부 합의 이행, 사드 배치, 성과연봉제 관철 등이었다. 지금 이 혼란과 위기 속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국정'은 한일군사정보협정,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이다. 이 모든 것은 흙수저들을 더욱 더 고통스럽게 하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평화를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그런 '국정'의 중단과 공백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국정 공백' 핑계로 자리를 지키려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하루빨리 끌어내리고, 세월호 진상 규명,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합의 폐기, 사드 배치 철회, 성과연봉제 중단 등을 다 같이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헬조선을 위한 '국정'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평화가 지켜지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꿈을 같이 구상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박근혜 퇴진은 이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20만에서 50만으로, 50만에서 100만으로 거리의 힘이 커진다면 우리는 꼬리가 아니라 몸통을 자를 수 있을 것이고, 양적 변화에서 질적 도약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투쟁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정해진 연사의 발언을 듣고 문화공연 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진을 빼야 하냐'는 제기가 있다. '굳이 2008년 촛불의 관성대로 밤에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가야 하냐'는 물음도 있다. 결국 지루한 대치를 하다가 청와대로 가지는 못하고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거리로 쏟아지는 새로운 사람들의 고민과 목소리, 자발성을 적극 받아들이고 반영해서 운동이 건설돼야 한다. 생생한 분노의 목소리들에게 더 많은 발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누군가의 제안처럼 강남, 신촌, 건대입구 등 서울 시내의 주요 번화가들에서 행진을 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면 순식간에 대열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 거대한 대열이 서울 시내를 휘젓고 다니다가 사방에서 다시 청와대를 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4.19때 서울시내를 뒤덮던 행진대열이 경무대로 향했듯이 말이다.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교문 밖으로 행진하듯이, 노동자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공장문을 나서서 행진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또 거리로 쏟아지고 있는 거대한 물결을 담아서 효과적으로 힘을 모으고 더 키울 수 있는 더 큰 그릇도 만들어져야 한다. 1500개가 넘는 시민사회풀뿌리 단체들이 결합해 곧 만들어진다는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그런 구실을 하려고 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 거리의 대중이 다 같이 외칠 수 있는 구호나 노래도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 '박근혜 퇴진/ 헬조선 해체', '근혜 주범/ 재벌 공범'처럼 현 상황의 본질과 우리의 타격 목표를 분명히 하는 구호들도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철저히 민주적인 소통과 토론을 통해서 건설돼 나가야 한다. 20만 명이 거리에 나왔다면 20만 개의 서로 다른 생각이 나왔다는 말이다. 신고된 합법 집회와 행진코스를 중시하는 사람, 청와대로 가자는 사람, 차벽을 더 뚫자는 사람, 평화시위하자는 사람, 비폭력 외치는 사람, 그런 소리하려면 집에 가라는 사람... 무엇이 옳은지는 토론 속에 서로 설득하고 입증할 문제이지 이미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예컨대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담은 생각과 표현들이 그렇다. 사람들의 분노와 기발한 풍자, 신랄한 비난 등에 공감하고 속시원하면서도, 뭔가 찜찜하거나 이건 아니다 싶은 경우가 있다. 이것은 그것에 의해 상처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고쳐나가야 한다.

우리가 눈감지 않고, 성찰하고,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던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자신들의 투쟁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투쟁은 진정으로 강력해질 것이고 넘지 못할 선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각계각층에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거리 행진을 하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혈기 넘치는 중고등 학생들이 '혁명정권 세워내자'는 배너를 들고 행진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놀라운 역사적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백남기 어르신을 떠올리며, 헬조선에서 눈물흘리던, 고통받고 심지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 역사는 오늘을 '2016년 11월 민중항쟁'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승리의 기록이어야 한다.

"아버지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하늘에서라도 보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 우리 모두 '사람의 길'에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백도라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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