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1 10:00최종 업데이트 16.04.12 12:03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정당은 국고보조금과 후원금, 기탁금, 당비, 기부금 등을 받아 운영된다. 특히 이 가운데 당비는 공직선거와 당직선거, 정당행사 등에서 당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 반드시 내야 하는 돈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월 2000원과 1000원 이상을 당비(일반당비)로 내야 당원이 될 수 있다. 의석수가 적어 국고보조금이 적은 진보정당들(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은 '당비'가 매우 중요한 당 운영 재원이다. 당비에는 일반당비와 직책당비, 특별당비가 있다.   


일반당원들은 일반당비를 내지만, 국회의원들은 '직책당비'를 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든 지역구 의원이든 모두 월 50만 원 이상을 내고,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50만 원, 지역구 의원 30만 원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당헌.당규).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 당대표도 직책당비를 낸다. 새누리당의 경우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는 월 300만 원 이상, 당 대표는 월 250만 원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대통령과 당 대표는 월 200만 원 이상, 총리와 장관은 월 15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일반당비와 직책당비 외에도 '특별당비'가 있다. 특별당비는 총선이나 대선 등 특별한 시기에 내는 당비를 가리킨다. 특히 새누리당은 총선 예비후보자들한테도 국회의원 직책당비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180만 원(지역구)-300만 원(비례대표)을 특별당비 명목으로 받아 '공천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선 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자신의 후원금(정치자금)을 이용해 수천만 원씩 특별당비를 낸다. 의원들이 자신의 후원회를 통해 모은 후원금을 중앙당과 지방당(시.도당)에 특별당비로 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의원들, 9억여 원을 특별당비로 내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소속 정당에 당비(일반.직책.특별당비)로 낸 정치자금 총액은 약 53억739만 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약 22억1072만 원을 당비로 내서 새누리당(19억625만 원)보다 조금 많았다. 통합진보당도 10억 원을 넘어섰다(진보정의당 약 1억8110만 원).

통합진보당이 당비 납부에 쓴 정치자금이 10억533만여 원에 이른 이유는 소속 의원 6명이 자신의 후원금(정치자금)을 대부분 특별당비로 냈던 것이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서로만 보면 통합진보당에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처럼 국회의원에게 부과되는 직책당비는 없다.

이석기(비례대표, 현 구속중)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인 2억645만 원을 특별당비로 냈다. 이상규(서울 관악구을, 약 1억8809만 원).오병윤(광주 서구을, 1억8344만 원).김재연(비례대표, 약 1억4710만 원).김미희(경기 성남시 중원구, 약 1억2907만 원) 의원도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특별당비로 납부했다. 김선동(전남 순천시.곡성군, 약 9207만 원) 의원까지 합치면 통합진보당 소속 6명의 의원들이 낸 특별당비는 9억4621만여 원에 이른다. 이는 개인보다 당을 우선하는 통합진보당 특유의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이렇게 후원금의 대부분을 특별당비로 낸 데는 '사정'이 있었다.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발'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 터졌고, 김선동 의원도 국회 최루탄 투척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2014년 6월). 게다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이어졌다(2014년 12월).

통합진보당은 이를 '정권의 탄압국면'이라고 규정했고, 소속 의원들은 거액의 후원금을 특별당비로 납부했다. 당의 생존과 투쟁을 위한 기금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별당비 납부가 지난 2014년(8억5197만 원)에 집중된 데에는 이러한 위기국면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2012년 대선 직전 당비, 여당 5.8억-야당 2.5억

정치자금으로 납부한 당비 총액 상위 15명 가운데 1위부터 5위까지를 이석기(2억645만 원).이상규(약 1억8809만 원).김미희(약 1억8769만 원).오병윤(1억8394만 원).김재연(약 1억4710만 원)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약 9207만 원을 낸 김선동 의원도 7위를 기록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정진후(비례대표) 의원이 8674만 원을 납부해 8위에 올랐다.

상위 15명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6335만 원의 당비를 낸 양승조(충남 천안시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황우여(인천 연수구).송광호(충북 제천시.단양군, 6058만 원).서병수(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 현 부산시장, 5240만 원).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군, 5130만 원).김태원(경기 고양시 덕양구을, 4830만 원).김광림(경북 안동시, 4680만 원).박성효(대전 대덕구, 4487만 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황우여 의원은 '실세 친박'답게 1억343만 원을 냈다. 특히 황 의원은 대선 직전인 지난 2012년 12월 10일 중앙당에 7000만 원의 당비를 일시에 납부했다. 중앙선관위에는 '당비'라고만 신고했지만 대선을 위한 특별당비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당비 납부가 크게 늘어났다. 4월-6월(2/4분기)과 7월-9월(3/4분기)에 각각 약 3억7270만 원과 약 2억2472만 원에 머물렀던 당비 납부 액수는 대선이 본격화된 10월-12월(4/4분기)에는 약 6억 원(5억8116만여 원)에 이르렀다. 당비 납부가 1.6배에서 2.5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은 일반당비였다. 7455만여 원(2/4분기)과 약 3397만 원(3/4분기)였던 일반당비는 4/4분기에 약 3억955만 원으로 크게 늘어나 4.2배-9.1배의 증가폭을 보였다. 특별당비는 2/4분기부터 4/4분기까지 1억8000만 원대에서 약 3억 원을 유지했다. 직책당비는 200만 원대(2/4분기)-1900만 원대(4/4분기)에 그쳤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비 납부 액수 증가폭은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2/4분기 7717만 원이었던 당비는 3/4분기에 약 2억5806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가(약 2.7배) 4/4분기에는 2억4625만 원을 기록해 소폭 증가에 그쳤다. 특별당비도 4130만 원(2/4분기), 545만여원(3/4분기), 2150만 원(4/4분기)에 불과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분기별 1억 원 이상의 직책당비를 걷었다. 2/4분기 1975만 원에 불과했던 직책당비는 3/4분기 1억560만 원. 4/4분기 1억40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직책당비 납부 액수가 5.3배에서 약 7.1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정치자금 당비 지출.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대선직전 7000만원을 납부했다. ⓒ 이종호


새정치연합, 대선 직전 1000만 원 이상 납부 2명뿐

2012년 대선을 앞두고(4/4분기) 일어난 새누리당의 당비 납부 증가는 주로 친박계(친박근혜계)가 이끌었다. 친박 핵심인 황우여.서병수.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군) .유일호(서울 송파구을, 현 경제부총리) 의원이 각각 8000만 원과 5060만 원, 2500만 원, 1000만 원을 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송광호(5090만 원).이완영(4500만 원).김광림(3000만 원).김재원(2500만 원).박성효(2290만 원).유재중(부산 수영구, 1590만 원).김명연(경기 안산시 단원구갑, 1500만 원).한선교(경기 용신시병, 1500만 원).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군, 1000만 원).이주영(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1000만 원).김태흠(충남 보령.서천군, 1000만 원).신경림(비례대표, 1000만 원) 의원도 당비 납부를 통해 대선자금을 보탰다.

탈박계인 진영(서울 용산구) 의원과 친김무성계인 김성태(서울 강서구을) 의원도 각각 4000만 원과 1000만 원의 당비를 냈다. 진영 의원은 최근 공천 배제에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3월 20일).  

반면 같은 시기(4/4분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1000만 원 이상 당비를 납부한 의원은 김용익(비례대표).홍의락(비례대표) 의원이 유일했다. 김용익 의원은 1000만 원의 특별당비를 냈지만, 홍의락 의원은 밀린 직책당비 13개월 분(1000만 원)을 대구시당에 납부했다. 게다가 2012년 12월에 납부한 당비 96건 1억여 원 가운데 81건 7725만 원(72명)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12월 20일에 당에 입금됐다.

결국 당내에서 대선자금을 동원하는 데에서도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앞선 것이다. 대선 현수막 제작 비용(2012년 4/4분기)도 새누리당은 약 1억3224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약 8093만 원에 그쳤다(관련기사 : 대선 직전 새누리당 현수막 비용 급증했다). 이를 두고 "이래저래 야당이 대선에서 질 수밖에 없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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