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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발언을 둘러싼 온도차…개인의 취향 vs 실망이다 ⓒ 민원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5년마다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당에서는 경선룰을 둘러싼 예비후보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중에서도 특히나 대선은 명분과 대의가 중요한데,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면서 고 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과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지난 16일 박근혜 후보가 "5·16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참고로, 박근혜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에도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올해 대선은 '쿠데타 세력 vs 민주화 세력'이라는 정치공학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 이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한 서로 다른 평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 괄목한만한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며, 그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뒤, 십 수 년간 독재 정치를 이어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후보의 5·16 발언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논란이 일부 연예인들의 발언에 대한 비판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영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게 된 배우 감우성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인간 박정희에 끌렸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인터넷에 논란이 일었으며, 18일에는 영화배우 공유가 7년 전에 한 잡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공유는 2005년 7월 한 잡지 인터뷰에서 "당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 세 명"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 '마이클 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제대 후 영화 도가니를 통해 '개념 배우'로 등극하고, 현재 KBS 2TV 월화드라마 <빅>에서 19세 소년의 순수함과 31세 청년의 성숙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며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의 과거 발언은 현재 '핫 이슈'가 되고 있다.

공유발언을 둘러싼 온도차…개인의 취향 vs 실망이다

18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공유 "박정희 멋지다" 과거발언 '씁쓸' vs '개인자유' 의견 부분>이라는 기사에 하루도 안돼 2000여 건의 댓글이 달리는 등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우선, 공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대중들은 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근거로 들며, 공유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가 영화 <도가니>에 출연하여 권력에 짓밟힌 장애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연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감은 배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혼이 없다", "머리가 텅 비었다"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반면, 7년 전 발언을 새삼 꺼내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사람들은 "누구를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취향"이라며, 이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멋있다고 했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것이야 말로 지나친 정치적 해석"이라며, 제3자가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다.

물론, 공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을 멋있어 했는지는 불분명하며 현재도 같은 생각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기에, 단순히 그 발언만 놓고 공유를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하필이면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박 전 대통령에 관한 발언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것은 분명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대체, 왜 대중은 그의 발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것일까?

공유의 박정희 발언이 씁쓸한 진짜 이유

공유의 발언은 정말 개인의 취향에 국한된 문제일까? 팬들의 해석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전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바로 공유의 나이다. 그는 현재 프로필상 만 33세라고 되었다. 1979년에 태어난 셈이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1961년 5월 16일부터 1979년 10월 26일까지다. 그러니까 공유가 이 세상에 태어난 그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60,70년대를 경험한 세대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같은 시대를 보내며,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록 경제 발전의 성과가 소수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대부분의 노동자는 장시간의 노동시간과 비인간적 노동 환경 속에 노출돼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그 시대를 그리워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그리워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유의 기억에는 그가 직접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경제발전을 목도한 사실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기껏해야 한두살이었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가 기억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은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무언가 지휘하는 모습, 혹은 고뇌에 찬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 아니면 농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그런 '이미지' 조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대중문화를 소비하거나 연예인을 좋아하는 그런 방식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멋지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비단 공유뿐만이 아니다. 지금 젊은 세대 중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억한다. 기억에도 없는 이미지를 불러온다.

교과과정 개편으로 인해 역사는 이제 선택과목이 되어버렸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리 현대사를 잘 모른다. 배우지 않고 자란 세대가 기억에 없는 시대를 떠올리는 것은 대개 주류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다. 부모 세대가 추억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 그리고 주류 미디어가 포장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일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세대 젊은 이들에게 연예인으로 소비된다. 공유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을 단지 '취향의 문제'로 치환하여, 연예인을 소비하듯 그렇게 이미지 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 남긴 성과와 과오를 철저하게 따지고, 객관적 사료를 바탕으로 잘잘못을 논한 이후에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좋아하거나 멋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고증이나 혹은 그 공과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좋고 싫음의 정서적 접근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옳고 그름의 역사적 평가에 앞서  '좋다', '멋지다'와 같은 평가가 먼저 이뤄지면, 그른일도 옳은 일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7년전 발언이라고는 하나, 공유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할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5.16을 최선의 판단'이었다고 말하는 후보가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멋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겅공유의 발언은 씁쓸함을 남긴다. 씁쓸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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