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 대전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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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그리움의 음식
가끔은 삶은 계란이 먹고싶다
홍경석 (hks007)

대전역은 항상 그렇게 살아 숨 쉬는 삶의, 그리고 역동의 현장이다.

 

우선 교통의 요충지답게 숱한 인파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또 오른다.

대전역 광장에 가 보면 사람들이 늘 많은데

바로 지척엔 또한 재래시장까지 있어 눈요기가 삼삼하다.

 

대전역 입구를 중심으로 우측에 보면

역전파출소가 있고 거기서부터 역전시장이 시작된다.

여기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이 시장이 더욱 동가홍상인 건 여기서 파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너무도 헐하다는 것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누구나의 인지상정인 게 바로

왜 그런지 모르게 여하튼  시장기가 돈다는 '사실'이다.

 

역전파출소의 바로 곁에는 늙수구레한 할머니가 곤계란을 판다.

그리고 소주는 아주 큰 대(大)병에서 따라주는데 한 잔에 1천 원이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놀라지 마시라.

불과 1천 원짜리 선지국밥 집까지 있으니까!

 

또한 이 집에선 막걸리도 파는데 이 역시도 한 잔에 1천 원이다.

하여 돈이 떨어진 서민들이 여길 가면 고작

2천 원만으로도 금세 배가 부른 행복함의 포만감과 만날 수 있다.

 

역전시장은 무시로 가는데 얼마 전에도

여길 지나다가 곤계란을 파는 할머니 곁을 지나게 되었다.

태생적으로 곤계란은 못 먹는다.

 

하여 여기서 곤계란을 먹어보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불변인 건 이 집엔 손님들이 늘 그렇게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간 그 모습을 보자 불현듯 삶은 계란이 먹고 싶었다.

집에 오자자마 계란을 두 개 삶았다.

 

그리곤 그걸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자니 참으로 합당한 안주였다!

지금도 만나는 동창생 하나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양계장을 하였다.

 

그 바람에 유복하게 자란 그 친구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내가 보기론) 계란이라고 하면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왜냐면 그 친구는 어려서부터 닭이 풍기는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그처럼 계란이라고 하면 지겹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는 동인이었단다.

 

그 친구는 그랬으되 나와 거개의 친구들 입장은 달랐다.

그것도 사뭇.

 

왜냐면 우린 당시에 계란이라곤 정말이지 큰맘을 먹어야만

비로소 찐 계란이든 계란 프라이라도 먹을 수 있었으므로.

 

혼식장려가 국가적 사업이었기에 담임선생께선 만날 그렇게 도시락을 '조사'하셨다.

그럼 늘 변함없이 반은 꽁보리가 들어간 도시락 밥에

병에 담긴 짠지(김치)만이 그 시절의 단골 메뉴였기에

계란 프라이를 싸올 수 있는 '부자 친구'가 그토록이나 부러웠던 것이었다.

 

한 번은 삶은 계란이 죽도록 먹고파 자그마치

열 개 가까이를 삶아서 날름 처치한 적도 있었다.

허나 입에선 연신 닭똥 냄새가 어찌나 역겹게 나던지...

 

아무튼 삶은 계란은 추억과 그리움의 음식이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2009.11.07 15:12 ⓒ 2009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