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감동? 미안했다..."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Q. 솔직히 이렇게 화제가 될 줄 예상 못하셨죠?

"상상도 못했죠! 실은 <마리텔>이 뭔지도 몰라서 섭외 전화를 받고 동영상도 보고 인터넷도 뒤졌어요. 다들 너무 유명한 프로라고 근데 악플도 올라 올 텐데 괜찮겠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젊은 엄마, 젊은 아빠들도 볼 테니 등수는 생각 말고 한 번 해보라고 권하더군요."
Q. 코딱지의 기원이 주의력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 시키기 위함인가요?

"사실 <마리텔>에선 그 말을 안 쓰려고 했어요. 다 컸잖아요. 청년들인데.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준비하기 직전까지 안 꺼내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몇 분 지나니까 툭 튀어나왔어요. 근데 그게 반응이 좋더라! 그 다음부터 막 갔죠. (웃음)"
Q. 방송하시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줄임말도 많이 배우셨죠?

"그 말들? 못 배웠어요. 배울 생각도 없어. 그 줄임말들 여러분들 특권이에요. 그걸 내가 건드리기에는... 물론 '헐' 이런 건 알죠. 하여튼 그건 여러분들 세계의 것이니까 누리세요. 바깥의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마 알려고도 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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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생님에 대한 관심, 왜 이렇게 높은 걸까요.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는지요.

"코딱지 세대(2, 30대)들하고 대화 했다는 거! 누가 제 나이에 이들과 이렇게 대화할 수 있겠어요. 교수도 정치인들도 혹은 아빠 엄마들도 쉽지 않거든요. 친구처럼 공감대가 생겼고, 그 속에서 그들의 현실을 봤어요. 많이 느꼈고 그게 감동이에요. 그 분들이 감동 받았다고 하는데 제가 더 많이 받았어요.이건 죽을 때까지 간직할 감정이에요. 이건 돈 주고도 못 사. 단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질 일인데. 기네스북에 올라갈 걸요? 단 하루 이틀에 이런 감동 얻는 거."
Q. 서른 중반에 우연히 접하셨다던 종이접기가 평생 업이 됐어요. 종이예술은 어떤 의미인가요?

"종이접기라는 게 조형 예술의 한 장르였고, 제가 그걸 공부하면서 지방에 강의도 다니고 했거든요. 그러다 방송에 나가게 됐고, '종이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으며 지금까지 온 거죠. 날 밀어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취미 겸 하는 일로 돈도 벌고 자식들 장가도 보냈잖아요. 감사한 거죠."
Q. 지금까지 1만 개가 넘는 작품들을 만드셨다는데 아이들 앞에서는 한 번도 같은 걸 내 보이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애들은 다 알아요. 똑같은 걸 당장 안 하고 1년 후에 하더라도 눈치를 채죠. 어른들은 그저 스쳐가는 기억으로 남지만 아이들은 기억합니다. 그래서 아이템 개발을 꾸준히 하려고 해요. 제 입장에서야 1년 단위로 같은 걸 하면 편하고 좋죠. 근데 그건 아이들과 약속을 깨는 거고 기만하는 거예요."
Q. 아이디어들은 대체 어떻게 얻나요.

"안 그래도 요즘 인터뷰를 하니까 한 번 헤아려 보려고 했는데 도중에 포기했어요(웃음). 하루 중에 연구하는 시간을 딱 정해놨어요. 밥 먹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 수저를 놓고 연구하러 들어갔죠. 한 3년째까지 억지로 개발하곤 했는데 그 시기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Q. 하루에 몇 시간씩 연구하신 건지.

"대중없어요. 두 세 시간 일 때도 있고, 한 번 들어가서 15시간 동안 안 나온 적도 있으니까. 그러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여행을 떠나기도 했어요. 제가 프리랜서잖아요. 시간은 딱 정하지 않고, 어떨 땐 전화기를 다 끄고 3일 넘게 여행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디어가 막 생각나기도 했고."
Q. 그렇게 1988년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잘 나가던 때에 돌연 하차 통보를 받았어요.

"자세히 언급하기가 하하. 그땐 굉장히 경직된 분위기였잖아요. 어린이 프로는 젊고 잘 생긴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말에 그렇게 된 거죠. 높은 사람이 하라면 해야 하는 때인데, 그렇다고 (방송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Q. 보통 나이가 들면 꼰대라고 치부하기 쉬운데 우리 '영맨'(<마리텔> 방송 당시 김영만 원장의 별칭)은 전혀 꼰대의 느낌이 없었어요.

"방송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잖아요. 그럼 작가들이 알려줘요. 줄임말 쓴다고, 어른들이 욕한다고 창피해 하고 주눅들 필요 없어요. (소통 안 된다고) 욕하는 어른들이 잘못된 거예요.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욕을 해."
Q. 그런 어린이 프로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이를 보면서 참 안타까울 거 같습니다.

"안타깝죠. 너무 현재만 바라보는 건 아닐지. 물론 제작비 문제도 중요해요. 그런데 다른 프로의 제작비를 좀 아껴서 어린이 프로를 하면 어떨지 아쉬움이 커요. 지금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아이들의 인성을 위한 방송인데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컸을 때 그 부가가치가 어마어마하거든요. 현재에 안주하려는 부분이 안타깝죠."
Q.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 과정에서 몇 가지 상처 될 만한 일들(외제차 운전 지적 등)이 있었어요. 한 분야에 오래 투신한 분이 존경받고 그만한 경제력을 갖는 게 건강한 사회일 텐데 그걸 또 삐뚤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정치도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고, 회사에도 선과 비선이 있어요. 인생살이가 다 그래. 내 마음에도 역시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고요. 좋은 게 이기면 좋지만 나쁜 마음이 이기면 나쁜 짓 하는 거죠.악플 다는 분들 속에도 따지고 보면 분명 선한 게 있어요.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그걸 쓸 것이고, 뭔가 욕구 불만이 드러나는 거죠. 이건 누구도 못 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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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코딱지들. 여러분이 힘들었던 만큼 부모들도 힘들었어요. 서로 힘드니 말을 잘 안하잖아. 그 벽을 허물고 한 번 부모님께 가까이 가 봐요. 공감대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만든 사람들
취재 이선필 기자
사진 유성호 기자
영상 강신우 정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