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그려진 수현이 방

깜빡, 깜빡, 깜빡....



아들의 방 천장은
하늘을 담고 있었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
일어나자마자 바라보던 하늘,
그 아래서 수현이는
어떤 꿈을 꿨을까요.
16년 3개월 짧은 생을 살다간

수현이의 방입니다.
방에는 아직도
아들의 흔적이
한 가득입니다.
주인 잃은 책상은
이제 제 차지입니다.
요즘 세월호 재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현이의 책상에 앉아
‘수현이가 왜 죽어야 했는지’를
보고 또 보고 있습니다.
주인 잃은 기타도
방의 주인 행세를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껏 음악하게 할 걸...

후회가 됩니다.
생전에 수현이는
피아노를 치며 멋들어진
노래를 뽑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자가 듀엣으로
나서면 엄마와 누나는
시끄럽다 성화였지만
방문을 꼭 닫고
우리만의 콘서트를
열기도 했죠.

꿈꾸던 아이



수현이가 떠난 뒤,
발견한 ‘버킷 리스트’
음악 관련 항목이
다섯 개나 되더군요.
이제 애비가 ‘리스트’를
하나씩 지우려고 합니다.
수현이가 살아서 해야 할 일들을
남은 우리가 해나갑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어릴적 수현이의 일기장이 이렇게 쌓였네요.
인주가 묻은
우리 수현이의 도장.

다시

찍을 일이...

있을까요.
수현이와 함께 하던

캐치볼...

글러브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방문을 나서도

집안에는

온통

수현이 흔적이 가득합니다.
우리 수현이가 요만하던 때가 있었죠.
사랑하는 우리 수현이...
수현이 ‘작품’들도 한가득 모아놨습니다.
수학 여행 가서는
가방만 돌아왔습니다.
우리 수현이 옷들은
저렇게 밀봉해 놨어요.
혹시라도 상할까...
수현이가 입던 교복 조끼네요.
이건 수현이가
제일 좋아하던
카디건이에요.
수현이게 줬던

마지막 용돈...

쓰지도 못하고

지갑에 고스란히 있더군요.
엄마가 항상 여닫는 냉장고에도
제가 매일 열고 나서는
현관 대문에도,

우리 수현이가 있습니다.
다시는 찍을 수 없는
가족사진이
우리집을 지키고 있네요.
사진 / 
이희훈

글 /
이주연


디자인 / 고정미
프로그래밍 / 최용민
제작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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