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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칭찬과 찬양 좀 그만 보고 싶다

22.06.29 12:01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나는 며칠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신종북몰이에 대해서 쓴 바 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raw_pg.aspx?CNTN_CD=A0002845594 덧붙여서 관련된 쟁점으로 최근 한동훈 법무부가 인혁당 피해자에 대한 9억 이자 면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이 문제도 종북몰이 체제와 연관된 것이면서 물타기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꽤나 화제가 됐고, 한동훈은 쿨한 척하면서 "억울함 해소엔 진영논리 없다"고 온갖 생색을 다 냈다. 역시 적시에 딱 맞는 이슈를 던지는 언론 플레이에 능해서 별명이 '편집자'라던 한동훈다웠다. 그러자, 안 그래도 한동훈을 찬양하거나 편들기 바쁘던 언론과 지식인들은 좌우를 떠나서 칭찬을 늘어놓았다.
 
물론, 이번에 검찰(윤석열-한동훈)이 이 문제에서 어깃장을 놓던 태도를 바꾼 것을 그나마 만시지탄의 다행이라고 일정부분 인정할 수 있다. 또 이렇게 한동훈이 쇼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한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번 일에 대한 많은 이들의 평가는 너무나도 일면적이고 과장돼 있다.
 
첫째, 인혁당 피해자들을 반세기 동안 괴롭힌 것이 누구인가? 그들을 간첩으로 조작, 고문, 사형, 종북몰이한 것이 지금의 우파-언론-사법부-검찰 세력이다. 이들은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둘째, 피해자들에게 사과는커녕 9억 이자라는 빚고문을 당하게 만든 책임자가 누구인가? 바로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에게 강제집행과 소송을 시작한 게 2017년 박근혜 정부였다.
 
셋째, 촛불과 정권교체 이후에 정부의 해결 노력에 법무부와 결국 국정원까지 태도를 바꾸었지만 계속 어깃장을 놓은 것은 윤석열 검찰이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반대를 거슬러 이자 면제를 하면 배임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걸림돌이 등장했다.
 
현실적 위협이긴 했지만, 흔히 기득권과의 정면 대결을 겁내는 청와대와 법무부는 쉽게 포기했다. 넷째, 그 난관 속에서 민주당은 이것을 회피하려고 특별법을 추진했는데 그것을 가로막은 것은 이제 국민의힘의 비협조와 사보타주였다. 민주당은 과반의석을 가지고도 또 쉽게 포기했다.
 
다섯째,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것은 바로 이창복 씨 등 피해자들이고, 그들을 대변하며 도와 온 김형태 변호사와 함세웅 신부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함께해 온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그리고 이 오랜 반세기의 투쟁이 결국 결실을 맺어 저들을 물러서 게 만든 것이 이번 결정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감사와 찬양을 받아야 할 것은 바로 이들이다.
 
한동훈은 감사와 찬양을 받을 게 아니라 고문, 조작, 투옥, 마녀사냥, 소송과 빚고문으로 이 피해자들을 반세기 동안 괴롭힌 가해자들과 그들 세력의 일부로서 책임을 묻고 비판을 받아햘 사람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한동훈의 이자탕감 결정으로 '빚고문'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이창복 씨는 아직도 남은 원금 5억을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왜 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이 이런 태도를 보일까?
 
특히 ('양승태의 책임은 없고, 한동훈이 잘했고, 나도 도왔다'며) 이 문제의 본질과 책임을 흐리고 한동훈을 띄우면서 자기도 슬쩍 공을 차지하려는 '생색내기의 달인' 금태섭의 태도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에는 '위로부터'의 관점도 크게 작용한다. 이들에게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위로부터 정치인이나 정부이다.
 
예컨대, 전두환-노태우 구속은 87년 이후에도 계속된 아래로부터 투쟁의 성과가 아니라 '김영삼의 결단'이라는 식으로 본다. 이런 식이면 최근 검찰의 군대 내 동성 성관계 무죄 구형도 성소수자 운동의 성과가 아니라 검찰의 훌륭한 '결단'이 된다. 그동안 그토록 군대 내 성소수자들을 괴롭힌 게 검찰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한동훈과 검찰은 왜 태도를 바꾸었을까? '종북몰이' 체제를 벗어나려는 것인가? 그보다는 50년 동안 고통받아온 80세가 넘은 피해자들을 더 잡아둘 이득이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생색을 내면서 다른 악재들은 가리고, 오래된 종북몰이 피해자들은 그만 놓아주면서 새로운 종북몰이 피해자들을 찾아나서는 게 더 남는 장사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한동훈 세력은 지금 간첩조작 검사 이시원(이 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궁금하면 최근 <PD수첩>을 보라. 눈물과 욕설이 동시에 터져나올 것이다)을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하고, 국정원의 기능을 과거로 돌리면서, 서해안 피격 사건을 이용한 '신종북몰이'에 열심이다. 그러니 한동훈 좀 그만 칭찬했으면 좋겠다. 한동훈 비판할 일이 넘쳐날 때는 침묵하다가 이럴 때만 나서는 이들도 참 안쓰럽다.
 
그런 칭찬은 이들이 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종북몰이를 중단하고, '멸공 챌린지'도 반성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런 구조를 청산하려고 할 때 해도 충분하다. 만약 윤석열-한동훈 세력이 그런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긴다면, 누가 말리더라도 나부터 기꺼이 제일 앞장서서 이들을 동네방네 칭찬하고 다닐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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