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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 후 나는 결심했다, 나를 돌보기로.

나는 당신이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20.06.04 12:54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암 수술 후 나는 결심했다.
나를 돌보기로.
 
 
마흔이 되기 전까지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남편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해왔는데도 속으로 '남들 다 아파도 나는 멀쩡할 것이다.'라고 병은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인 줄 알았다. 참 시건방진 생각이었다.
마흔이 되던 해에 남편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생애전환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우편물이 왔지만 한 쪽으로 치워두다가 어느 날, 이번에는 한번 받아볼까라는 나도 모르는 끌림에 예약을 하고 병원을 갔다.
키,몸무게,혈액검사 등등 여러 검사를 하고 갑상선검사 대기실 앞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기사에 가수 임재범 씨의 부인이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임재범 씨의 팬이다. 젊은 나이에 부인과 사별하게 되다니 게다가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는 또 엄마 잃은 아이가 되는구나...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참 착잡한 뉴스였다.
 
"**씨, 들어오세요."
그때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해서 검사실로 들어갔다. 목에 차가운 젤을 바르고 초음파 기구로 내 목을 이리저리 문질러 보던 의사가 갸우뚱 하며
"흠...잠시만요."
하면서 초음파기구를 요리조리 돌리다 꾹꾹 눌러본다.
"모양이 좋지 않은데 전문병원에 가서 좀 더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세요."
 
소견서를 가지고 전문병원에 접수를 하고 검사를 받으러 간 날, 기다란 바늘로 뒤로 젖혀진 목에 꽂아 한 세침검사는 두려웠지만 금세 끝났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결과전화를 받기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사이 검색도 많이 하고 의사도 간호사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전화가 왔다.
간호사는 우물쭈물 뭔가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과 나왔어요"
"네."
"음...결과가... 갑상선암으로 나왔어요...예약하시고 선생님 뵈러 다시 오셔서 상담하셔야 해요."
 
긍정적 일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지만 슬퍼할 겨를도 없이 옆에서 아이가 "엄마, 배고파!"라고 하는 바람에 혼이 나간 상태로 식사준비를 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식사 준비를 하는데 이번엔 건강검진을 한 병원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피검사 결과가 너무 안 좋아요. 중성지방 수치가 말도 못할 정도로 높아요. 빨리 병원 와서 의사 선생님 뵙고 처방 받아가세요."
암 진단 앞에서도 수술은 언제 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시간이 흘러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퇴원을 했다. 집 위 식탁 위에는 온갖 병원 서류와 영수증, 갑상선약, 중성지방수치를 낮춰주는 약, 영양제 등이 가득 쌓였는데 마치 내가 인생이라는 녀석과 붙어서 진 느낌이었다.
주변에서는 위로 한답시고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둥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 착한암 네가 걸려보고 그런 말 하라고 해주고 싶었다.
암은 암이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것이지 착한 암이라는 건 없다.
막상 수술을 하려고 암이 있는 부위를 열어보니 임파선까지 전이되어서 그것까지 떼어내게 되었다.
중성지방수치가 그 전에도 높은 건 알고 있었는데 여전한지는 몰랐다. 의사는 이렇게 수치가 높은 사람은 드물다며 이러다 갑자기 길가다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도 참 바보 같은 것이 그런걸 알면서도 퇴원 후 3일 쉬고 나오지도 않는 목으로 수업을 했다. 나에겐 온 학생들과 학부모가 알면 아픈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떠날까 봐 수술 했다는 말도 안한 체 꿰맨 목을 스카프로 감고 감기에 걸렸노라 말하며 악착같이 일을 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관리를 한답시고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서 나름 운동도 했는데 6개월 뒤 갑상선 수치가 올라가서 약의 미리수를 높여서 처방을 받았다.
터덜터덜 처방전을 들고 병원 안의 약국으로 들어갔다. 안면이 있는 약사는
친절한 분이셨는데 처방을 다시 받아가는 나에게 언니처럼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여자 몸의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지방에서 만들어지는데 지방이 너무 많으면 염증이 생기고 암 발생률도 높아져요. 내 인생에 음료는 아메리카노랑 물 밖에 없다~ 생각하고 일체 쥬스나 다른 음료수 다 끊고 튀긴 음식 먹지 말고 운동하고 식단조절 해야 해요."
그때서야 바보 같은 나는 굳은 결심을 했다. 아니,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돌보기로.
 
'돌보지 않으면 죽는다.
아이들은 엄마 없는 아이들이 된다.'
 
스티브잡스가 췌장암으로 죽기 전 병상에서 쓴 일기를 보면 죽음 앞에서는 명예도, 돈도 다 부질없다.
 
"나는 사업에서 성공의 최정점에 도달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 삶이 성공의 전형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을 떠나서는 기쁨이라고 거의 느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부라는 것이 내게는 그저 익숙한 삶의 일부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병석에 누워 나의 지난 삶을 회상해보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주위의 갈채와 막대한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그 의미도 다 상실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생명 보조 장치에서 나오는 푸른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낮게 웅웅 거리는 그 기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죽음의 사자의 숨길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야 깨닫는 것은 평생 배 굶지 않을 정도의 부만 축적되면 더 이상 돈 버는 일과 상관없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돈 버는 일보다는 더 중요한 뭔가가 되어야 한다.
그건 인간관계가 될 수 있고, 예술일 수도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일 수도 있다.
쉬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비뚤어진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나같이 말이다.
부에 의해 조성된 환상과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이란 것을 모두의 마음속에 넣어 주셨다.
평생에 내가 벌어들인 재산은 가져갈 도리가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랑으로 점철된 추억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부이며 그것은 우리를 따라오고, 동행하며, 우리가 나아갈 힘과 빛을 가져다 줄 것이다.
 
사랑은 수천 마일 떨어져 있더라도 전할 수 있다. 삶에는 한계가 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라. 오르고 싶은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보라. 모든 것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렸고, 우리의 결단 속에 있다.
 
어떤 것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일까? 그건 "병석"이다.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우리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직원을 고용하여 우릴 위해 돈을 벌게 할 수도 있지만, 고용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대신 앓도록 시킬 수는 없다. 물질은 잃어버리더라도 되찾을 수 있지만 절대 되찾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삶"이다. 누구라도 수술실에 들어갈 즈음이면 진작 읽지 못해 후회하는 책 한권이 있는데, 이름 하여 "건강한 삶 지침서"이다.

현재 당신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렀든지 상관없이 때가 되면 누구나 인생이란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게 되어 있다.
가족을 위한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귀히 여겨라.
자신을 잘 돌보기 바란다. 이웃을 사랑하라."
 
나는 갑상선암 수술 후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그래도 죽지 않고 발견해서 이렇게 수술해서 다행이다.'라며 감사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에 대체 혈관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후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그가 입원하는 동안 어느 간호사가 "병을 앓아도 다 나으면 '아이고,살았다.'하고 끝나는 사람도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힘내시길 바랄게요."라고 한다.
아이고 살았다로 끝나는 사람은 퇴원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다시 탈이 나고 건강을 헤치는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데 그러면 시련을 겪은 보람이 없다고 말한다.
병을 앓으면 생활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당신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의사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예방을 했으면 좋겠다. 혹시 몸이 아팠던 사람이라면 재부르심을 받기 전에 건강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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