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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세기' 21세기 주인은 누구인가?

아시아최대 복합문화공간을 가진 '문화광주' 주인이 되는 길
20.01.17 21:1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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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화순서 광주로 진입하며 너릿재 터널을 지날 때다. "빛과 예술의 도시 광주광역시입니다." 내비양 목소리가 울린다. 아! 여기서부터 광주구나, 평소 느껴보지 못한 경계를 느낀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말 그대로 환하게 빛나는 도시가 펼쳐진다. 아침마다 무등산이 내려주는 빛을 받아 하루를 여는 도시, 우리나라 대도시중 일조량이 가장 많은 도시, '빛고을(光州)'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내비게이션은 '예술의 도시'라 말하지만, 시민은 광주를 '예향(藝鄕), 미향(味鄕), 의향(義鄕)'이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광주에 온 외지인은 어떻게 부를까. 지난해 10월 18일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2019 아시아문화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참석한 서울서 온 학자 한 분은 발제하기 전 '5·18 영령들에게 묵념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모두 일어서서 묵념을 했다. 그는 광주를 민주화성지로 불렀다.

몇 년 전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50대 후반 부산사람은 '광주에 갈 기회가 되면 도청 앞 분수대를 보고 싶다'고 했다. 왜 '분수대'일까? 분수대 앞 광장을 꽉 채운 시민들, 분수대를 뒤덮었던 대형 태극기, 5·18 민주항쟁 영상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았다. 한강이 쓴 광주이야기 <소년이 온다> 첫 장면도 분수대 앞이다. 수 십 개 관이 놓인 추도식, "여자의 선창으로 애국가가 시작된다. 수천사람의 목소리가 수천미터의 탑처럼 겹겹이 쌓아올려져 ·····". 광주하면 분수대를 연상할 만하다.

분수대는 40년 전 대한민국 민주화를 선도한 주역, 광주를 기억하게 하는 역사유산이다. 광주는 '세계문화유산 고인돌이 살아 숨 쉬는 화순', '대나무 숨결이 살아있는 담양'처럼 '역사유산 분수대가 살아 숨 쉬는 광주'이다. 그러나 역사유산만 가지고 '예술의 도시'라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광주는 역사유산 터전에 문화전당이라는 미래자산을 세웠다. 역사유산과 미래자산을 한 자리에 가진 광주는 행운아다.

훌륭한 유산과 자산에는 훌륭한 주인이 필요하다. 훌륭한 주인은 자산을 그냥 물려받아 소유(所有)하는 주인이 아니고, 키우고 공유(共有)하는 주인이다. 역사유산과 미래자산을 지금 이 시대에 맞게 키우고 함께 즐기는 훌륭한 주인이 되려면 무슨 자격부터 가져야할까. <대변동>을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82)는 "중국은 21세기의 주인이 되기 어렵다. 독재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민주화를 선택한 광주는 21세기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민주화 이후 21세기 광주를 이끌 시대정신을 생각해본다. 교수자리도 던지고 고향 함평에 '새말 새몸짓'학당을 개설한 철학자 최진석(60)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민주화를 이룬 우리가 나아가야할 목표는 선진화"라고 밝힌다. 최교수는 '선진화는 문화적이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인 차원의 시선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며 "산업화나 민주화는 선진국이 이뤄낸 경험을 '따라 하기' 단계이기에 어렵지 않지만 문화적 시선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는 만 배 어렵다"고 말한다.

산업화를 경제발전으로 보면 민주화는 정치발전이다. 경제, 정치발전 다음 우리가 진입해야할 선진화는 문화발전이다. 문화는 경제, 정치보다 훨씬 폭이 넓고 깊다. 광주가 문화발전을 이루는 길, '문화적인 차원의 시선을 구체화하는 길'은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길이다. 문화광주의 훌륭한 주인이 되는 길이다. 훌륭한 주인이 중심을 잡아야 문화광주는 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지인 한분은 일찍 퇴직하고 서귀포에 펜션을 열었다. 풍광 좋은 제주도에서 돈도 벌며 노후를 즐기자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돈은 좀 벌었지만 몸은 자유롭지 못하다. 규모가 좀 커졌나보다. 친구가 전화해도 '언제 시간나면 보자'며 시간을 내지 못한다. 건물에 묶인 건물주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분수대와 문화전당은 로마의 트레비 분수나 파리의 에펠탑,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처럼 많은 관광객이나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멋진 건축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호텔이나 빌딩처럼 빌려주고 돈을 버는 공간도 아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이다. 광주시내 중심에 있어 시민은 들르기 쉽다. 질 높은 공연, 전시, 포럼, 인문강좌가 쉬지 않고 열린다. 어린이 놀이터, 문화원도 있다. 포럼도 참여하고 공연, 전시도 본다. 어느 날은 인문학 강좌에 갔다가 '우주는 몇 차원입니까?' 질문도 해보았다. 시내에 나갔다가 시간이 남을 땐 들러 하늘마당 잔디밭에 앉아 하늘도 쳐다본다. 옥상정원 길, 광주읍성 유적, 이름 팻말이 붙은 꽃, 나무들, 깊숙히 땅 속에 자리 잡아 편안하게 느껴지는 문화광장에서 노천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분수대가 있는 민주광장에 서면 금남로가 탁 트여 가슴이 시원하다. 항상 빼지 않고 가보는 곳이 있다. 민주광장 남쪽 끝을 지키고 있는 회화나무 2그루이다. 하나는 죽은 어미나무, 또 하나는 새까맣게 죽은 어미나무를 껴안고 어미가지 사이로 하늘 높이 푸른 가지를 뻗어 올린 자식나무다. 1980년 5·18때 시민군 초소역할을 했던 어미 회화나무는 2012년 태풍 볼라벤 때 쓰러졌다. 생명을 잃은 어미나무 둥치 곁에 옮겨 심은 자식나무가 이렇게 컸다. 마치 '생과 사'를 표현한 작품 같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행복을 부르는 나무', 회화나무 2그루는 5·18민주광장을 지키며 우리에게 죽음과 삶,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길을 가르쳐 준다. 행복을 부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 <창> 2019 겨울 호(vol,47)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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