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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한 저평가와 돌봄 노동의 필요성, 그 사이의 불안정 노동자

[노동시간센터 여성방문노동자 연속간담회①] 재가요양보호사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여성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후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는 3차에 걸친 여성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듣는 연속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담회를 통해 방문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제와 더불어 방문대상의 사적 공간을 '방문'한다는 형식에서 비롯되는 감정노동, 성폭력 등의 안전문제, 그리고 중년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살펴봤습니다. 간담회의 결과물로 각 회차의 후기를 연재합니다. 

① 돌봄에 대한 저평가와 돌봄노동의 필요성, 그 사이의 불안정 노동자 
② 꼭 필요한 노동을 직접 고용과 2인 1조 근무로 
③ 지역사회 복지를 짊어진 무기계약 노동자 


한국 사회의 인구가 가파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고령 인구에 대한 돌봄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고령 인구의 증가만 문제는 아니다. 노인, 아동 등에 대한 돌봄은 전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담당해왔으나, 이제는 돌봄 노동을 '감당'해온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변했으며 가족의 형태와 의미도 달라졌다. 따라서 돌봄에 대한 수요를 사회적 차원에서 분담하고 지원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돌봄 노동이 '가정 내 여성'들에서 '가정 밖 여성'들로 전가되어왔다는 지적이 있다.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교육지도사 등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직업군 대부분이 여성 노동자, 그중에서도 중장년 여성노동자들로 채워진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돌봄 노동의 성별 편중이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법제도 마련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돌봄' 자체가 가정 내에서 저평가되어온 맥락의 연장에서 돌봄 노동과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있다. 이런 사회적 인식은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당연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따라서 돌봄의 사회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돌봄 문제를 다루어온 방식이 어떠했는지 노동의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방문노동자들의 위험한 노동환경 문제가 알려진 상황에서, 돌봄 노동이 가정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때 어떤 문제점이 가중되는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동시간센터 '여성 방문노동자 연속간담회'의 첫 번째 순서로 지난 9월 27일, 공공운수노조 이건복 재가요양지부장을 모시고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실태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재가요양보호사의 불안정한 고용 배경
 
먼저 요양보호사의 노동형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 필요가 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으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종이 신설되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뇌심혈관계 질환 등 고령에 따른 질병이나 노인성 질환을 가진 자 중에서 6개월 이상 거동을 하기 어렵다고 판별된 경우에 해당한다. 이 제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인데,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액 중 일정 비율로 산정된 장기요양보험료와 지자체 부담금, 이용자의 자기부담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이용자로 하여금 재가급여와 시설급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이용자는 요양시설에 입원을 해서 서비스를 받거나 방문요양기관에 등록을 하여 가정에서 재가서비스를 받는 것 중에 선택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양시설과 방문요양기관은 등록된 이용자의 수급비용을 공단에 청구하여 책정된 급여를 지급 받는 형태인 것이다. 또, 이렇게 서비스가 시설과 방문요양기관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역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시설요양보호사와 방문요양기관을 통해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보호사로 나뉜다.

시설에 소속된 요양보호사는 입소자 대 요양보호사 비율 기준의 허점을 악용해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다수의 입소 환자를 돌봐야하는 것이 가장 문제적이다. 이 착취 속에서 요양시설은 실제 고용한 인력 대비 초과한 청구 금액을 통해서 추가 이윤을 만들어낸다. 반면 재가요양보호사들은 방문요양기관과 고용계약을 하고 등록한 뒤 이 기관에 등록한 이용자를 지정받아 방문하게 된다. 즉 이용자와 재가요양보호사 모두 기관에 등록하고 해당 기관에서 둘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재가요양보호사에 대한 민간 방문요양기관의 횡포가 쉬운 구조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재가요양보호사와 이용자/방문요양기관이 맺는 각각의 관계가 모두 문제점을 갖는다. 첫 번째로 이용자가 기관을 무한정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으며, 이 선택이 기관에는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용자와 요양보호사 간의 위계가 만들어진다. 이 위계로 인해 방문노동 과정에서 재가요양보호사의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평가가 절대화된다. 그러면서 많은 재가요양보호사가 요양보호사의 정해진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요구사항을 지시받거나 심각한 감정노동, 성폭력 문제 등이 발생하기도 쉽고 발생한 문제에 노동자가 대응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성폭력 문제가 발생한 이용자는 쉽게 다른 기관으로 등록을 변경할 수 있다. 오히려 방문요양기관이 해당 요양보호사를 해고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계약 별로 쪼개진 한 사람의 노동시간
 
   
월급제,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재가요양보호사들의 모습.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앞서 말했듯이 시설요양보호사들의 노동 문제의 주요한 맥락은 요양보호사에 비해 시설이용자의 비율이 너무 높아 극심한 노동강도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반면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대부분의 방문요양기관에서 이용자와 보호사의 숫자가 일치한다. 또 서비스 제공이 한정된 시간 동안 1:1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설요양보호사들의 노동강도와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갖는다.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 문제의 핵심은 단기간, 단시간 고용계약으로 인해 실제 노동강도와 노동시간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보통 한 기관과 단시간으로만 고용이 되는데, 그 이유는 기관 입장에서 요양보호사 1인 당 노동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사회보험료, 퇴직금 지급 등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시간 노동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관은 요양보호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이런 불안정 고용계약이 보편화된 이유는, 민간 방문요양기관 설립이 쉽기 때문에 영세한 기관들이 난립하기 때문이다. 

이때 서비스 제공시간은 1인당 2~4시간으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돌봄의 종류마다 다르다. 이 시간동안 재가요양보호사는 이용자를 1:1로 돌보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시설요양보호사보다 수월해 보인다. 그러나 당연히 1인 당 2~4시간의 제공시간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임금을 받을 수 없어 대다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여러 기관과 이중, 삼중 고용계약을 맺게 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총 노동시간이 파악되기도 어렵고, 인정받지도 못한다.

최근에는 방문요양기관이 최저임금의 일정 상승이라는 명목으로 1명의 이용자 당 산정되는 노동시간(서비스제공시간)을 30분씩 줄였다.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업무 내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요양 서비스의 내용은 이전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그 30분만큼의 노동을 누가 채우고 있는 걸까.
 
"4시간에 했던 것을 3시간에 압축적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근데 3시간에 끝날 수가 없거든요. 이게 현장에서 4시간씩 계속 서비스를 받던 어른들은 패턴이 있어요. 이 시간엔 뭐하고, 이 시간엔 뭐하고 이렇게요. 그런데 그걸 강제로 3시간씩으로 압축하니 현장에서 재가요양보호사들이 공짜노동을 하게 되는 겁니다. 보건복지부에도 이 이야기를 했지만 듣지 않아요."
 
재가요양보호사는 대표적인 저임금 직종이고 10년 이상 일해도 근속에 따라 경력이 인정되거나 임금 상승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근속장려금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한 기관에서 36개월 이상 일하면 4만원이 지급된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재가요양보호사의 근속율은 1~3년 미만이 80% 이상이다. 일을 계속 하더라도 한 기관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또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시설로 입소 하거나 이사를 하는 등 변동사항이 있을 시에는 기관과 재가요양보호사의 고용계약이 해지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에 명시가 된다.
뿐만 아니라 방문요양기관은 한 요양보호사가 10개월 이상 근무하면 이용자와 요양보호사를 교체하는 것으로 모종의 거래를 하기도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떼먹히고 지급되지 않는 퇴직금은 애초 요양보호 수가에 포함된 금액이다. 노동자가 받아야 하는 돈이 고스란히 재가요양기관으로 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재가요양보호사의 안전, 건강 문제
 
앞서 말했듯이 재가요양보호사의 총 노동시간이 각기 다른 기관과 맺은 계약으로 분절되어있을 때,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각종 수당, 휴가, 임금 등도 문제지만 한 사람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먼저 노동환경 측면에서 시설보호사들과 비교했을 때 '방문요양' 방식의 차이점은, 이용자의 집 구조가 항상 동일하다는 점이다. 집 구조가 동일하니 항상 동일한 자세로 노인을 들거나 부축하는 등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 어깨가, 한쪽 허리가 유난히 아프고 낫기 어렵다. 또 돌보는 노인이 화장실에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시키는 경우 시설에 있는 여러 기구들이 가정집에는 구비 되어있지 않으니 재가요양보호사들이 몸으로 직접 부축을 해서 움직이게 된다. 이때 사람의 체중이 부축하는 요양보호사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각종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과정이 굉장히 힘들어요. 허리고, 각 관절이 남아나지 않아요. 그런데 침 맞고, 주사 맞고 하면서 버티다가, 요양보호사들이 언제.. 그만두느냐면, 골병 들어서 일을 못할 때에요"
 
안전문제 역시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용자의 돌봄 노동, 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에 심화된다.
 
"방문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에 대해서 이용자들에게 어떤 교육이나 공지 없이 그냥 매칭하는 일만 해요.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매뉴얼이 있는데, 이걸 조정을 안하는 거죠. 그러니 결과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아왔던 맥락의 연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마주하게 되요. 내 집에 들어온 여성노동자가 어떤 목적과 업무를 가지고 방문을 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그냥 이 사람이 온갖 집안일을 다 해주는 가사관리자인지 요양보호사인지 교육이 전혀 안된 상태로 서비스가 시작이 되는 거죠."
 
이런 인식으로 업무 매뉴얼에 존재하지 않는 부가적인 노동을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이 이용자의 김장부터 대청소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은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반영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가요양보호사들이 이런 요구사항들을 거절할 수 없는 이유는 이용자의 평가가 고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돌봄에 대한 필요성과 수요, 평가절하 등 돌봄에 대한 각종 사회적 요구와 인식이 맞닿은 곳에서 '가정 내 여성들'에게 부담지워진 온갖 일들이 현재의 돌봄 노동자들에게 업무 외적인 부담으로 지워지고 있다. 그리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구축될 때 민간 방문요양기관 설립을 쉽게 만들어, 노동자들을 권리 없는 존재로 만들어온 구조로 인해 심화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업무 내용과 무관한 지시가 공공연하게 요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안전문제와 무관할까?
 
위험한 공간은 노동자의 권리 부재로부터 만들어진다 
 
쉬운 해고, 불안정한 고용계약, 이용자와의 위계 등이 방문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쉽게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방문노동자들의 성폭력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이 위험을 몇몇 위험세대(이용자)의 문제로 다루거나, 또는 방문 대상자의 사적 공간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방문노동자의 불안전과 위험성이 설명되는 방식, 즉 방문가정이 고립된 공간이자 위험한 인물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지적은 그 공간이 어떻게 노동자와 방문대상자 간의 위계를 만들어내는지, 혹은 그 위계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은폐한다. 방문가정이라는 공간의 위험성은 그 공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위험이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고용계약의 불안정함,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 부족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심화된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 했을 때 특정 이용자의 문제로 위험한 노동환경의 문제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 대응 매뉴얼, 교육 등 안전조치들을 구조적으로 만들어가면서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의 문제 역시 위계적으로 설정된 이용자 및 방문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 간의 관계를 바꾸면서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노동과정에서 요양보호사들의 권리를 보장해나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월급제를 통해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이 안정화되어야 하고,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기관에 대한 자격을 엄격히 바꾸고, 차차 공공 기관으로 운영해 고용계약과 임금 착복 문제, 안전 교육과 권리 부재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지안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3차례에 걸친 노동시간센터 '여성 방문노동자 노동실태 연속간담회' 후기의 첫번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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