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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현상의 학습효과와 부동산 시장

19.10.30 13:2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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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정책은 종류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수혜집단과 피해집단을 극명하게 나누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정책이 금전적 이득과 권한, 자격의 확대·축소와 긴밀히 연결될수록 이해관계와 갈등 양상이 첨예해진다. 이 경우 정부의 정책 운용은 어려워지고, 정책실패 가능성은 커진다.
 
정부가 의도한 정책성과 달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또 있다. 정책대상집단이 과거에 유사한 정책을 경험하여 정책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된 집단과 시장의 반응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상하고 대응할 때다. 정책의 강도와 시장의 반응성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책이 큰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된다. 정책현상의 학습효과다.
 
정책현상의 학습효과는 모든 정책 분야에서 존재하지만, 특히 개인·기업의 재산과 소득에 영향을 미칠수록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동산 정책
 
2017년 5월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언론에서는 '부동산 폭등', '미친 집값'이란 거친 표현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인 6월 19일 첫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조정대상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정부는 예상하지 못한 부동산 시장 반응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8월 2일 추가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주택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청약요건 강화 등 다각적인 정책수단이 망라됐다. 시장은 이 8·2대책을 역대급 부동산 규제수단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8·2대책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금융과 세금, 청약제도 등과 결합한 부동산 대책을 몇 번 더 발표했지만,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의 주택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지금도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어떤 시점에 어디에 적용할지 시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엄청난 정책자원을 가용하여 애쓰고 있지만, 안정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부동산 가격에 고민이 깊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학습효과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자산 증식 수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라는 말처럼 부동산 투자로 금전적 이득을 경험한 인구가 많다. 부모 세대의 부동산 경험이 자녀 세대에게 이전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도 계속 증가해왔다. 그만큼 오래전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경험한 사람도 같은 수준으로 증가한다. 정책현상의 학습효과가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반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는 학습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 한 가지는 청년층의 주택 구매 증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7,096건으로 나타났는데, 연령대별 매입 건수에서 30대(2,273건)가 가장 많다. 전체의 32%로 아파트 구매자 3명 중 1명이 3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신규대출을 받은 20~30대의 비중이 70%에 가깝고, 이는 2013년 34.35%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이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인식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면서 청년층이 집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모 세대의 부동산 경험이 자녀 세대에게 이전되어 나타나는 현상과 함께 학습효과를 높이는 장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된 유튜브, 팟캐스트, 카페, 블로그를 활용한 부동산 강의와 뉴스, 오프라인 부동산 강의와 컨설팅 등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와 투자자만이 독점했던 정보가 매우 빠르게 공유된다. 유망 투자처와 지역의 개발 호재, 입지의 특성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무엇이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예상까지 광범위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학습의 기회가 너무 많다.
 
너무 빠르고, 똑똑해진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시기라면 먹히지 않을 정책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정치적 고려도 해야 한다. 정체성이 모호한 정책이 혼재하는 상황에서는 정책수단과 성과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도 힘들다. 정책환경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가용 자원이 부족한 정부와 학습된 시장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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