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청보리가 보는 세상이야기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해, '1987'을 봤습니다.

마산 청보리 2018. 1. 30. 07:00

'1987'을 봤습니다.


영화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의 많은 친구분들이 "비판하던, 감동하던,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가족끼리 이래선 안되는 것을 알지만, 아내와 같이 봤습니다. 


<1987>은 2017년 12월 27일 개봉했습니다. 상영시간은 129분입니다. 긴 시간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연속됩니다. 2018년 1월 28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7,026,191명입니다. 


장준환 감독 작품입니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배우 문소리님과 같은 집에서 살고있으며, 이전에 <지구를 지켜라>,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등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이 역사와 관련된 것들이 아니었기에 장준환 감독의 <1987>감독직이 약간 의아했습니다. 알아보니 <1987>은 장준환 감독이 기획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라 연출제안을 받아서 수락한 작품이었습니다.

수락 이유를 들어보니 장준환 감독의 생각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987)은 의미보다는 감성에 끌렸습니다. <지구를 지켜라>때부터 그랬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지구에서 덜 다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지점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1987>은 따뜻하고 희망적이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 였습니다. 아내 문소리씨가 많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스타뉴스 인터뷰 중

 

<1987>의 특이점은 주인공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김윤석과 하정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1987년에는 모두가 사정이 있었고 각자 선택을 했습니다. 모두가 애국자라며 자신을 위로하며 살던 해였습니다. 누구는 전두환 정권에 빌붙었고 누구는 국민들을 위해 희생했던 해였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하자면 평소 극장에 가지 않던 아버지께서 따님에게 <1987>영화 예매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합니다. 영화를 같이 보고 나서 아버지께서 '영화 어땠니? 아빠가 젊었을 때 이야기였어...'라는 문자를 따님에게 보내셨고 따님께서는 문자를 받고서 왠지 뭉클했다고 합니다.


영화 한편이 가족간의 공감과 이해를 연결해준 것입니다.


이런 감동 외에도 제 입장에서는 이 영화에서 뜻하지 않은 재미꺼리를 찾았습니다.

이 장면, 기억나시는지요? 

저는 영화를 보며

"어? 어?? 저, 저, 저기는???" 이라며 깜짝 놀랬던 부분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잠시 근무했었던 경상남도교육청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 일요일에 영화 촬영팀이 온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과거 장면을 찍는 데 옛날 건물 외형을 충족하는 건물이 바로 경상남도교육청이었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도교육청 건물을 보니 좋은 작품에 등장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영광이었지만 반대로, 그만큼 경남도교육청 건물이 후졌다는 뜻이기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실제로 경남도청 앞의 수많은 관공서 중에 경남도교육청 건물이 상당히 오래된 것은 사실입니다.ㅋㅋㅋㅋ.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박종훈)의 깨알 홍보를 하자면, 경남교육청은 아이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세먼지 측정기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설치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대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7년에 전국 최초로 경남지역 스쿨존 현황 보고서를 만들었으며, 가방안전덮개를 개발하여 경남지역 전체 초등학생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보급하는 등 스쿨존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참 좋은 교육청입니다.^^: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이 계실 것이기에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위 장면은 제가 <1987>을 보며 가장 희열을 느꼈던 장면입니다. 영화안에서 동아일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영화가 사실이라면 1987년, 국민들에게 억울한 죽음이 가까웠던 시기, 저 위험한 시기에 동아일보는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했던 신문사였습니다. 정부에서 내려주는 기사를 받아만 쓰는 나팔수 역할을 하는 신문사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 진실을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취재를 했던 진정한 언론사 였습니다.


그 험한 시기에도 기자의 사명감을 굽히지 않았던 곳이 동아일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발, 동아일보 출신의 선배 기자님들, 동아일보의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시다 희생당하신 수많은 분들의 눈물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동아일보가 돈과 권력의 편이 아닌 진실과 국민의 편에 다시 서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국제시장> VS <1987>

영화 <국제시장>은 내용은 얼추 알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국제시장>의 경우 누적관객 14,262,498명으로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고 좋아했다는 영화입니다. 저는 <국제시장>과 <1987>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이 연결 되었습니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가에서 하라면 하라는 데로 다 해왔습니다. 고향을 떠나가며, 가족과 이별해 가며, 나의 몸이 상해가면서도, 국가에서 하라고 하면 충실히 행해왔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이런 국민을 <1987>처럼 다뤄왔습니다. 국가의 주권자로서 존중한 것이 아니라 '애국'이라는 포장하에 말을 듣지 않으면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며 한 가족을 파탄내고, 한 사람의 인생을 난도질하며 국민들을 함부로 대해왔습니다. 


1987년 결국 대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으로 국민들은 폭발하게 되었고 정권은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책임자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지금도 29만원으로 참 힘들게 잘 살고 있는 전두환씨입니다.


책임자 처벌이 없었던 상황에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다음 대선에서, 전두환의 절친이자 군인출신인 노태우가 당선됩니다. 군사독재에 그리 시달렸던 국민들이 어찌 다시 전두환의 쫄명틱했던 노태우를 지지할 수 있었을까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1990년 1월 22일, 당시 제 1야당이었던 평화민주당(김대중)을 제외한 여당 민주정의당(노태우), 야당 통일민주당(김영삼), 야당 신민주공화당(김종필)3당 합당으로 인해 국민들은 다시금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쭉쒀서 개준 꼴이지요. 하지만 당시 3당 합당을 반대했던 이기택, 김정길, 장석화, 김상현, 박찬종, 홍사덕, 이철, 그리고 고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을 탈당하여 민주당을 결성하게 됩니다. 아무튼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민주자유당)이 탄생했고 김대중의 평민당(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게 됩니다.


3당합당은 결과론적으로 대통령을 하고 싶은 정치인들의 욕심으로 인해 이뤄졌으며 지역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국민들을  분열시키게 된 요인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주의의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웃기게도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되면 '국민들을 단합시키겠다. 하나로 만들겠다.'고 외치면서 당선이 되면 '지역'을 강조하며 분열을 조장합니다. 이제는 제발, 지역이 아니라, 정책과 사람을 보고 투표를 하면 좋겠습니다. 지역주의는 정치인들이 긴장하지 않게 만듭니다. 투표를 하는 국민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에 더 잘보일려고 노력하게 합니다. 정치인들이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중앙당이 아니라 투표를 하는 지역주민이 되어야 합니다.


말이 옆으로 너무 빠졌군요. 죄송합니다.


이 포스팅을 기획할 때는 영화 <1987>에 대한 후기만 적으려고 했는데 적다 보니 우리나라의 현대사까지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산만한 글 사과드립니다.^^;


맺으며...

<1987>은 단지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한편으로 인해, 사람들이 깨우치고 이해하고 감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을 위한 시대였지만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낸 분들의 자식들이 2016년 겨울, 촛불과 횃불을 들고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100만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을 때, 국민들이 거리에서 피를 흘렀을 때,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성장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과거를 알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께 <1987>을 권합니다.


불과 30년 전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30년 후엔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해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특정집단들만 배채웠던 과거로 돌아갈지, 국민들의 삶이 보장받는 국민들의 나라가 될지, 선택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모두가 해야 합니다.


<1987>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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