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 보이지 않는 유리벽


우리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말하게 되면 이 말이 곧 유언비어로 퍼져나가게 된다. 유언비어란 무엇일까? 불확실한, 터무니없는, 아무 근거 없는 소문을 말하는 것이므로 불명확한 정보로 해석할 수 있다.

언어 폭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유언비어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무슨 말이든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타인에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할 때 항상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해도 되는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할 말이 있는데,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말을 가벼이 한다면 오래지 않아 유언비어로 퍼져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 말을 아껴야 하는 경우가 있듯 말이 가벼운 사람 앞에서는 조심히 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이면 프라이버시는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유언비어의 공통적인 특징은 의심이나 추측과 같은 주관적 생각을 확신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불명확한 정보임에도 본인은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정이 빠를수록 오해는 커진다.

단정을 빨리 할수록 확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방송을 내보낼 때는 자료조사를 충분히 한 다음 내보내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논란으로 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자가 아이돌 연예인이 어떤 여성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고 둘 사이를 연인관계로 오해해서 기사를 내보내었는데, 알고 보니 친누나로 밝혀졌고, 과거 방송된 ‘서프라이즈‘에서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버트다우니 주니어 편에서 배우 성공 내용을 담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들어가면서 논란이 되었다. 미흡한 조사과정을 들어 ’서프라이즈‘측에서 공개 사과를 하여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어느 연예 프로그램에서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출연한 여성 연예인이 있었는데, 시청자들은 바로 비난의 글로 가득 메워버렸다. 수년이 지나서야 사연을 밝힌 여성의 말로는 당시 아버지 몸이 편찮으셨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은 인간관계에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장면을 보고 ‘분명 무엇일 거야‘라고 쉽게 단정하고 제3자에게 말하는 순간 유언비어가 되어 상대의 가슴에 멍들게 하는 건 부지기수다. 당사자는 그런 의도가 없는데도 말이다.

분명히 말하면 상대가 진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추측은 추측일 뿐이다.

인터넷상에도 비방, 비난, 유언비어 때문에 골머리가 지끈지끈 거리는 수준이다. 누군가 추측성 글을 게재하면 네티즌들은 바로 그 글을 토대로 비방을 서슴없이 해대는데, 뒤늦게 진실이 알려지면서 비방 글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처럼 유언비어는 언제나 정보 부족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식한다는 건

누군가는 의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사전을 찾아보면 의식이란 자기 자신이나 사물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의식을 높인다는 건 무엇일까?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사물을 의식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거울을 이용해야하고 내면을 보기 위해서는 명상이나 이외의 방법을 이용한다. 상대를 배려하려면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의식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숨을 내시거나 내뱉을 때,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의식하는 등 이 모든 게 의식이다.

어느 어머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하소연할 때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사람 저 사람에게 하소연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하는 말이 ‘너 때문에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고 하더란다.

어이없어하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내 예기를 하고 다니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아들 처지를 알았겠느냐’고 반문하자 그제야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게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항상 깨어 있어라’는 말이 있다. 남을 보고 판단한다는 건 쉬워도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건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말과 행동을 항상 의식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분명 본인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통제

여러 사람이 있을 때는 허튼소리를 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에 의해 통제를 당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변 사람을 의식해서 말을 조심스레 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주변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라면 막말을 서슴없이 하게 된다. 인터넷 공간도 마찬가지다.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고,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어서 웬만해서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네티즌은 유언비어나 비방 글을 습관적으로 남겨서 글을 읽을 때면 자주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터라 어떤 잘못을 하면 ‘우리 아이들은 절대 그러지 않아‘라고 말한다. 곱게 자라온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통제되어 온 것이기에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것뿐이다.

유언비어라는 게 이와 같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초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대상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 수 있는데, 의도가 어떻든 순간의 실수가 독초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떤 연예인이 처음으로 버스 타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남겼더니 비난글로 넘쳐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도 악성 댓글로 한 화면을 가득 채웠던 것이다.

사진이 누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누구에게는 질투로, 누구에게는 편견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비난이 이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독버섯처럼 번져 나가는 것이라면 때로는 사소한 것이라도 가려서 할 필요가 있다.


이익에 마비되어있는 사회

자신의 이익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이 많다. 여기서 이익이란 금전적인 부분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람도 하나의 재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실수로 인해 문제가 벌어지면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유리하게 증언하는 게 다반사며, 결코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험한 일을 겪을 수 있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서 뒤통수를 맞아 재물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게 책임 떠넘기기도 매우 잘한다.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당시 임산부는 채선당 종업원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던 중 종업원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배를 걷어차였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비난 글이 쏟아지며 SNS를 뜨겁게 달구었는데, CCTV 를 확인해보니 오히려 배를 걷어차인 쪽은 종업원이었던 것,

한 사람의 그릇된 말로 인해 억울하게 가해자로 뒤바뀐 상황은 종업원은 물론이요 업주까지 큰 피해를 입었던 걸로 기억한다.

주변에 진실이 알려지면 비난받지 않을까 해서 시작된 거짓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네티즌은 마녀사냥 하듯 비방한 사건, 이는 섣부른 속단이다.

우리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둘러싸여있는 것처럼 진실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언제나 가까이에 있지만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본인의 실수를 인지하면서도 바꾸려하지 않는다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매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화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상황도 있거니와 자신의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실수를 숨기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L사에 현장직으로 근무했던 A씨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당시 첫 근무에서 보름동안 벌어진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퇴사하기 까지 금전적 손실, 사람 손실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무능한 사람으로 오해받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인터넷 설치를 위해 고객 집에 방문한 A씨는 인터폰을 뜯어야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동의를 얻은 A씨는 뜯는 도중 안쪽 접합 부분이 조금 떨어져 나가버려서 고객에게 접합 부분은 접착제로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영업점과 예기해보고 예기하자고 하더란다.

예기가 끝났는지 영업점에서 인터폰을 새로 구입해주기로 했으니 그냥 가라고 하더란다. 의아해하던 A씨는 그 말을 믿고 현장을 나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설치점 팀장이 무책임하게 고객에게 떠넘기는 게 어디 있냐며 A씨를 질책한 것,

그런데 진상을 알아보니 영업점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모든 부분을 알고 있었던 팀장은 수년 동안 묵인해주었고 이 사실이 회사 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측근들 사이에서도 쉬쉬하고 있더라는 것, 덕분에 회사는 물론, A씨까지 큰 피해를 입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 역시 A씨에게 문제가 있는 걸로 잘못알고 무능한 인물로 생각해 버린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공공연히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일파만파 일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


잠재적 유언비어

말이란 당장은 아니어도 수년이 지나서 일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원더우먼으로 잘 알려진 배우 갤 가돗의 과거 발언과 행동 때문에 벌어진 ‘시오니스트 논란’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당시에는 아무런 논란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원더우먼으로 유명해지자 불거진 사례다.

장애인 비하 발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개그맨 유세윤이 과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다시 재조명되고 있으며 가수 김장훈도 과거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은 2014년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 를 통해 다소 과격한 농담씩 표현과 함께 불특정 여성에 관한 욕설과 비난을 쏟아냈는데, 공개사과 후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이 ‘무한도전’ 프로그램에서 장동민이 주목을 받자 재조명되었다.

사실 연예인들의 과거 발언과 관련한 이슈는 여러 차례 있어왔다. 일례로 개그맨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방송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창녀에 비유하여 한동안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하였다.

말이란 사람을 궁지로 몰아갈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게 말이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는 말을 여기저기 퍼뜨려서는 안 될 일이며 최소한 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긴장감을 잃지 않아야 하겠다.


john@coconutpalms.info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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