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차별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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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오늘날 한국의 어른은 미래의 인간성을 포기한 걸까?


 작년에 한 학교에서 임시소집을 했을 때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을 나누어서 줄을 세운 사건이 알려진 적이 있었다. 당시 갑질이 많은 비판받던 때라 그 사건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차별은 몇 번이나 보도되며 문제가 대두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막상 그런 보도를 통해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 이후 갈등이 해소되었는지 유무는 알 수 없었다. 일반 분양 아파트 주민이 막아놓은 문을 통해서 등교하지 못해 담을 넘거나 빙 돌아가는 아이들이 그 문을 통과해서 갈 수 있는 길을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시간은 흘러서 우리가 이런 낯뜨거운 차별을 잊어갈 때쯤, 다시 한 번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발생한 차별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이번에 보도된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일어난 갈등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두 아파트를 분리해서 철조망을 치는 생활 속 차별이 원인이었다.


 과거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는지 두 아파트의 거리는 좁혀서 세웠지만, 그 사이에는 마치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선을 그어놓듯이 철조망과 문을 달아서 분리를 시켜놓았다. 물질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 거리는 너무나 멀어지게 된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일어나는 일반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의 분단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물질적 가치로 나누어지는 현상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가진 기준에 따라서 사람을 차별하는 게 옳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JTBC 뉴스


 나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이런 모습이 너무나 멍청하게 보인다. 일반 분양 아파트 입주자는 임대 아파트 입주자를 가리켜서 '물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고, 시퍼런 철조망으로 분리를 하다못해 초등학교 입학 또한 다르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하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어릴 적에 초등학교에서 딱지치기하다가 딱지를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을 나누어서 계급을 나눌 때도 이렇게 유치하지 않았다. 지금의 어른들은 그냥 무조건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으면 '나는 너보다 더 잘 살고, 더 나은 사람이다.'고 주장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여겨진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어른들이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랫동안 시행된 비교와 차별 속에서 결과만 중요하게 평가한 교육 탓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성적이 한 자릿수 더 높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받는 연봉이 한 자릿수 더 높으면 인정받고, 성공했다고 칭송받는 세상을 살았으니까.


 매번 우리 사회에서 터지는 대기업의 갑질과 일상생활 속 차별에 우리는 분노하지만, 막상 우리가 하는 일이 그와 똑같은 갑질과 차별이라는 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내 돈 주고 아파트를 샀는데, 저 사람은 나라에서 지원을 해줘서 아파트를 얻었으니 차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른들의 이런 편견과 차별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염된다는 사실에 있다. 뉴스를 통해서 인터뷰한 아이들은 벌써부터 임대 아파트 세대의 아이들에게 편견이 있었고, 이런 편견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차별은 학교에서 왕따 같은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큰 걱정이다.

(성인이 되었을 때 가치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벌써 편견과 차별로 물드는 아이들, ⓒJTBC 뉴스룸


 지금 어른들은 이미 물질적 가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사람을 판단하고, 나누고, 차별한다. 그 어른들 밑에서 아이들 또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다음 세대로 이어갈 것을 생각하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과연 우리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차별 없이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10대 청소년의 학교 폭력이 무섭다, 섬마을에서 일어난 성폭행이 무섭다, 혐오주의가 무섭다 등의 말을 자주 하지만 정작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하게 벌이는 이런 차별적 폭력은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차별과 편견이 결국은 폭력을 만드니까.


 분명히 우리는 어릴 때 도덕과 윤리 교과서를 통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게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이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나와 다른 사람은 가진 재물에 따라 다르고, 재물이 없으면 차별해도 된다.'는 이상한 도덕을 배우면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금수저와 흙수저 계급으로 나누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차별에 분노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심각한 잘못을 되풀이한다. 피해자는 있지만, 진정한 공감과 존중이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회가 오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내 집 값 떨어진다고 어려운 청년 세대를 위한 주택을 반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폭력, 전쟁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남과 비교할 재물을 잃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가졌습니까, 가지지 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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