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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바마가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진짜 이유



미국 오바마 정부가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것도, 이 때문에 IMF마저 부채탕감으로 돌아선 것도 유로존 붕괴가 가져올 후폭풍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리스 부도사태는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총부채 720억달러로 추정)와 비교하면 세발의 피도 되지 못한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이에 따른 유로존 붕괴는 겨우겨우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에게도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구제금융과 무제한 양적완화로 2008년의 신용대붕괴를 겨우 극복했는데, 유로존이 붕괴하면 금융산업이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용지물로 변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계개발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UN 등을 앞세워 미 재무부와 월가 및 런던 금융가가 주도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선진국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마저 신자유주의에 항복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유럽 정부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자유주의적 사회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앞의 글에서 유로존이 붕괴하면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미는 것은 별로 어려운 추측에 속하지도 않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만큼 독일의 독주에 불만이 많다. 미국 연방정부가 유럽을 미래의 시장으로 키우기 위해 독일의 전쟁배상금을 대폭 탕감해준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국가들도 여전히 많다.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유럽의 복지체제를 지속적으로 잠식해온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과 독일의 욕심 때문에 유로존이 붕괴되면 위기에 내몰린 유로존의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바로 여기서 미국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그리 무서운 상대가 아니지만 중국은 다르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중국과 일본 정부가 채권을 사줬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수출증가와 채권수익률 면에서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었다. 중국정부가 일본의 역대 내각처럼 경제의 경착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것도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은 미국 정부와 경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시장규모는 미국보다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채권(2~3조달러)을 팔아 유럽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럴 경우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자 유일제국인 미국의 입장에선 건국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최소 50년 이내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나올 수 없고,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 지구온난화 완화비용까지 더하면 유일제국의 타이틀은 내놓아야 한다.



금융시장을 최소한만 개방한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처럼 경제봉쇄를 통해 항복을 받아낼 만한 상대가 아니며, 영국과 서독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찍어 눌렀던 일본처럼 제2의 프라자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푸틴(최근 러시아 상황이 좋지 않지만)도 만만히 볼 수 없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미미한 존재인 그리스의 국가부도사태를 막기 위해 독일을 압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과 석학들이 메르켈을 비판하는 것도 그리스 국민이 불쌍하기 때문도 있지만, 메르켈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세계경제가 아노미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스 국가부도사태는 부정적 세계화가 부른 신자유주의 정경유착의 결과이자,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폐해가 모조리 응축된 민주주의 붕괴의 결과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균형과 견제가 사라진 특정집단의 일방독주는 공통의 파멸로 귀결됐다는 역사적 사실이다(피케티의 주장이 왜 그렇게 큰 울림을 갖는지는 주말쯤에 올릴 생각이다).



P.S. 아래 링크한 경향신문 기사는 한국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반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곡되기 일쑤인 통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때 글의 힘이 탄력을 받는데, 이 기사가 그러합니다. 



한국, 민의 반영 '선거 비례성' 최하위.. 비례대표제 국가는 상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