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2015. 4. 8. 22:57

 개그콘서트에 '민상토론'이라는 새로운 코너가 등장했다. 무지하게 웃겼다. 본방 못보고 친절하게 전날 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는 기사 덕분에 유투브에서 찾아서 보게 되었다.


 웃찾사의 'LTE뉴스'처럼 직접적인 정치 풍자는 없었다. 최근 홍준표 도지사 덕분(?)에 뜨거워진 무상급식 문제에 대하여 코너 속 사회자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김민상과 김대성 두 패널에게 돌직구로 던진다.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화면 캡쳐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민감한 질문에  무지하게 곤란해 한다. 패널이 토론주제를 모르고 나왔다는 설정이었다. 이를 사회자인 박영진은 패널들이 어물거리면서 무심코 뱉는 말 한 마디를 찬성이나 반대 의견 단정하여 두 패널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이 엄청난 웃음을  자아낸다.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처럼 민감한 시사 문제에 대한 멘트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말하게 되면 왠지 입장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웃음의 포인트를 삼고 있었다.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화면 캡쳐


 웃음 뒤에 지난 금요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등장한 홍가혜 씨가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 직후 모두가 슬픔에 빠졌고 언론에 민감했던 시기에 한 종편에서 인터뷰 한 번으로 많은 국민들로부터 관심병 환자, 허언증 환자로 취급을 받았던 그녀였지만 그 이후 그녀의 진실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민간잠수부로 조금이라도 구조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갔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 인터뷰에서 팽목항 현장에서 홍가혜 씨가 직접 보거나 들은 내용을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네티즌으로부터 낙인이 찍히고 검찰에 기소되어 체포까지 당하며 재판까지 받았던 것이다.


 결국 언론 보도나 인터넷 커뮤니터 등에서 등장한 홍가혜 씨 관련 소문들 대부분 허위사실에 불과했다. 그리고 당시 방송 내용에서 해경이 구조 대처를 소홀하고 있다는 것으로 고소당했던 것도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고발뉴스 화면 캡쳐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권력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침묵하는 버릇이 생긴 듯싶다. 2007년경 미네르바 구속 이후로 몇몇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제약을 받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된다. 무언가 민감한 사안을 어떤 상황과 공간에서든 자유롭게 애기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제약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대표적인 피해자들이 언론에 크게 알려지면서 기사에 댓글 쓰는 것부터 블로그에 글을 하나 남기는 것까지 점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런 우리 현실적인 모습을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선 터치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하여 그 때으 인터뷰가 후회스럽지만 후회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하면서도 후회되는 것은 가족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홍가혜 씨를 보면서 그녀와 우리 현실에 대해 함께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지금 대한민국 우리 사회가 저런 슬픔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홍가혜 씨처럼 되지 않으려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민상토론'은 그 지점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큰 웃음 뒤에 씁쓸함도 함께 느껴지게 만든다.




Posted by 찬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