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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화나게 하는 '분노의 숫자'



다들 그렇겠지만 소설이 아닌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누가 봐도 숫자로 가득한, 통계 서적에 가까운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나는 일은 더욱 드물다. 하지만 '분노의 숫자'는 제목 그대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숫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읽는 내내 화를 참기가 어려웠다. 


화가 난다! 화가나!




왜 화가 날까?

단언컨데 당신이 이 사회 구성원 중 소위 말하는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숫자는 당신이 살아 가고 있는 이 사회의 거의 모든 지점에서의 불평등, 제도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일부 계층, 부분의 이야기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처한 불평등에 대한 보고서이다. 다시 말해 99%가 화나야하는 근거들을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숫자'는 의외로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들 만큼 잘 읽히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딱딱한 통계 수치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삶의 각 영역(계층, 세대, 경제적 위치) 별로 구분된 주제별로 묶어져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게 정리되어 있다. 복잡할 것 같은 통계치들이 적절한 인포그래픽과 어우러져 간결한 문장으로 쉽게 이해되도록 요약되어 있다. 거짓말 안보태고 그냥 머리에 쏙쏙 들어 온다. 

정말이지 이런 책은 교재로 어디서 쓰면 좋겠다 싶다. 솔직히 새사연에서 출간한 전작들이 내용의 충실함에 비해 독자에 대한 친절함이 부족했다고 느낀 입장에서 이번 책은 아주 반갑기 그지 없다. 



역사도 그렇지만 통계 역시 누가 어떻게 작성하고 가공하고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이 책에서 인용된 각종 통계도 우리가 뉴스나 신문에서 보던 내용들과 180도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OECD국가들의 통계와 세밀히 비교해가며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우리사회가 가진 현실을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분노한 숫자들이 어떻게 하면 재조정 될 수 있을지 나름의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분노, 그 다음은?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

'분노하라' 로 알려진 스테판 에셀이 남긴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분노,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의 분노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나의 존엄성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분노를 어디로 표출 시켜야 할 것인가. 
물론 여전히 99%의 절대 다수는 분노를 삼킨채 오늘도 각자의 일터에서 육아현장에서, 근근히 버티는 구멍가게에서 숫자에 억눌려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언감생심 분노는 고사하고 한숨 한번 덜 쉬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변하고 시도하지 않는 한 이 책의 숫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말 처럼 어디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하지 않은가, 이번에는 지나갔지만 다음 번엔 기를 쓰고 덜 나쁜 놈을 찾아 투표도 해야할 것 아닌가. 행동하지 않는 한 변하는 것은 없다. 어떤 작은 행동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제 진보진영의 진정한 싱크탱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새사연의 새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이렇게 멋진 작품이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자료는 물론 좋은 책 많이 많이 오래오래 나왔으면 좋겠다. 
새사연 화이팅!!





분노의 숫자
국내도서
저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출판 : 동녘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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