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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왔다 장보리, 출생의 비밀이 빠지면 드라마가 안되는 걸까?

by 소금인형2 2014.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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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첫방송을 시작한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다소 식상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친딸과 양딸이 서로 처지가 바뀌게 되어 겪게 되는 갈등이나 불륜으로 인한 복잡한 가족관계의 구성 그리고 선악의 대비가 극명한 두 며느리 간의 갈등, 여기에 전통한복의 전수자를 가리기 위한 제자들의 경합과정까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익히 보아왔던 내용들이기에 보는 시청자들도 어느정도 드라마 전개와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인 것입니다. 드라마 제작진은 제작발표에서 <왔다 장보리>를 평범한 막장드라마가 아닌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로 그려내겠다고 포부를 밝혔었지만 그러기에는 앞으로 극복해 내야할 과제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장보리는 어린 시절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고 길을 잃고 헤매다 낯선 사람 도씨의 차에 부딪혀 정신을 잃게 되고 이후에는 자신의 신분을 모른 체 그 집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정작 도씨의 딸 연민정은 자신을 고아로 속이면서 장보리의 부모님 집에 양딸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친딸과 양딸이 뒤바뀐 상황은 훗날 친딸 보리가 돌아오면서 다시 원위치를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핵심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장보리가 겪게되는 출생의 비밀은 이제는 드라마의 필수요소처럼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들이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적어도 한명 이상은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고의에 의해서든 사고에 의해서든 드라마 주인공의 신분이 바뀌는 출생의 비밀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소재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사용되어 특별할 것도 없을 정도로 너무 남발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최근 한류열품을 타고 우리나라의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는 외국 사람들이 혹시나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바뀌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라고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 입니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전통한복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복은 최근의 한류열풍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우수한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기존의 드라마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전통 한복의 전수자를 가리기 위해 제자들이 경합을 벌인다는 내용은 이미 십수년 전 드라마 <대장금>이후 많은 드라마에서 사용했던 형식입니다. 가업을 잇기 위한 국수공장의 경합에서 부터 출판사 운영, 패션 디자인, 그리고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경합까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경합이 드라마에서 보여졌습니다. 물론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이런 경합과정은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주기에는 너무 약한 방식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또 하나의 식상한 패턴은 바로 선악의 극명한 대결구도 입니다. 전통 한복의 명가 비술채의 두 며느리 옥수(양미경 분)와 인화(김혜옥 분)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캐릭터 입니다. 큰 며느리 옥수는 시어머니인 김수미가 가장 아끼는 수제자로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러운 성품의 소유자 입니다. 그리고 둘째 며느리이자 옥수의 라이벌인 인화는 어린 시절의 가난한 삶을 극복하며 비술채에 들어와 밑바닥부터 시작해 전통한복의 달인인 침선장이 되겠다는 야망 하나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1회 방송분에서도 전통한복의 전수자를 결정하기 위해 서로에게 줄 한복을 지어오라는 시어머니의 과제를 할 때에도 옥수는 성심성의껏 인화에게 줄 한복을 만들었지만 그런 옥수를 칭찬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본 인화는 옥수가 만든 한복을 불태우기 까지 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선악이 분명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경합을 하는 과정에서의 선악대결은 어디선가 본 듯한 식상함을 떨칠 수 가 없습니다. 특히나 옥수를 연기하는 양미경의 모습은 십수년 전 드라마 <대장금>에서의 모습을 자꾸만 떠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를 그 형식이나 등장인물의 배경만 보고 무조건 적으로 막장드라마라 비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획일화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중견배우들과 아역배우들의 열연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만으로는 시청자들의 식상함을 완전히 걷어내고 따뜻한 가족 드라마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판에 박힌 이야기에 새로움을 불러 넣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제작진들에게 떨어진 시급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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