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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세계명작단편소설

도대체 아내가 뭘 훔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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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1802~1885)

 

숙자와 숙희 자매, 동수와 동준 형제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숙자와 숙희 자매 어머니는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어머니가 돌아왔지만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라도 있는 숙자, 숙희 자매와 달리 동수와 동준 형제는 부모 모두 집을 나가버렸고 형인 동수는 본드를 흡입하는 등 비행 청소년으로 추락하고 만다. 이 아이들에게 희망은 있을까. 명희의 등장은 전혀 미래가 없을 것 같던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된다. 한편 명희 또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과거를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어쨌든 명희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의 끈을 다시 부여잡는다. 명희 또한 아이들을 돌보면서 새로운 삶이 원동력을 얻게 된다.

 

2000년 출간된 김중미의 장편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한국전쟁 직후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인천의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 아이들의 희망 찾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 달동네에 실제 거주하기도 했던 저자의 체험이 바탕이 된 창작동화인 <괭이부리말 아이들>MBC 예능 프로그램인 느낌표의 한 코너였던 , 책을 읽읍시다에도 소개되어 2013년에는 아동문학 최초로 20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창작동화이기도 하다.

 

 

창작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되었던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이 다시금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노숙인 쉼터 입소자와 무료급식소 이용 노인 등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6년 째 이웃사랑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100만원 남짓한 돈이지만 자활사업과 폐지를 모아 한 달에 겨우 20만원 정도의 수입에 불과한 쪽방촌 주민들에게는 최저 생계비 이상의 의미가 있는 큰 액수일 것이다. 날로 늘어나는 빈곤층에 비해 연말 기부액은 해마다 줄고 있다니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눈물을 흘릴 때가 종종 있다. 대개는 불행이나 슬픈 일이 닥쳤을 때지만 너무 기쁜 나머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고달픈 세상을 훈훈하게 적셔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슬프고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 뉴스처럼 말이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가는 사람들이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삶의 적지않은 부분을 나누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기부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정부가 최소한의 복지 공약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경제 위기를 핑계로 친기업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팍팍 서민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그저 아름답게만 들리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경제 위기와 이를 대처하는 정부 정책의 핵심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인데 말이다. 서민들의 삶에 무관심한 국가와 언론의 자기 변명을 위한 합작품이 이런 류의 미담은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슬픈 이야기는 여기 또 있다. 비록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의 백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21세기 한국 사회를 예견이라도 한 듯 가슴 한 편이 멍멍하기만 하다. 아내는 도대체 뭘 훔쳤길래 남편에게 들킬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낡은 오두막집에 사는 가난한 어부의 아내 자니는 폭풍우가 매섭게 치는 밤 다섯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자니는 바닷가로 마중을 나가는 길에 시몬  아주머니의 집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게 되는데 시몬 아주머니는 이미 배고픔과 추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자니는 급히 시몬 아주머니 집에서 무언가를 들고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돌아오기까지 자니는 시몬 아주머니 집에서 훔쳐온 물건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

 

드디어 어부 남편이 돌아왔고 자니는 당황한 듯 시몬 아주머니의 부음 소식을 남편에게 전한다. 어부 남편은 어딘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아내를 보면서 시몬 아주머니의 두 아이를 걱정하며 아이들을 데려오자고 한다. 남편의 말에 안심한 듯 자니는 침대 이불을 거둬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여준다. 남편을 마중 나가던 길에 시몬 아주머니의 죽음을 발견한 자니는 시체 옆에 잠들어 있던 시몬 아주머니의 두 아이들을 배고픔과 추위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몰래 데려왔던 것이다.

 

빅트르 위고의 짧은 소설 <가난한 사람들>은 이렇듯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니면 아름답도록 슬픈 가난한 부부의 따뜻한 이야기다. 미담과 별개로 하루가 멀다 하게 전해지는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는 듯 결코 남의 나라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닐 것이다. 물론 부모가 없는 집에서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의도이긴 했지만 몰래 데려와도 되는지 법적인 문제가 논란이 될 법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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