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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자전거, 통일대교 건너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개성

by 이윤기 201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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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을 지나 남방한계선 500미터 앞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오는 정전 60주년 기념 DMZ 자전거 타기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고 마음 한구석이 내내 찜찜하였지만, 어쨌든 임진각을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서 북한 땅에 최대한 가깝게 갔다오는 행사였기 때문에 매년 임진각에서 끝나는 'YMCA 자전거 국토순례' 구간 연장을 위해 답사 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개최된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는 매년 임진각에서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이 주최하는 정전 60주년 기념 자전거 타기 행사에 참가하면 임진각을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서 개성으로 가는 '남측출입사무소'앞까지 갔다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내년은 한국YMCA 자전거 국토순례 10년, 한국YMCA 연맹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 전 개성에서 한국YMCA 연맹이 결성되었는데, 그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청소년 자전거 국토순례단이 임진각을 지나 개성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마침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조선일보 등이 주최하는 자전거 타기 행사 코스가 임진각을 지나 개성으로 가는 남측출입사무소 앞까지 갈 수 있도록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가서 답사를 한 번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2(토) 오후 마산에서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광명역에 내렸더니 경기도 지역 실무자들이 승합차로 마중을 나와주었습니다. 파주 사무총장께서 게스트하우스를 내주셔서 국토순례를 함께 했던 전국의 실무자 7명, 파주YMCA 실무자 2명, 그리고 공직에 계시는 손님 한 분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아침 8시 30분쯤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였습니다만, 주차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행사장 바로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아나와서 길가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행사 주최측에서 준비한 임시 주차장이 있었지만, 진행요원들의 안내가 없어서 제대로 찾아가기가 어려워 차량과 자전거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길가에 주차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브레이크를 맞추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버려서 9시가 넘어서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늦게 들어갔더니 3000명이나 되는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넓은 광장에 모여있더군요. 행사장에 늦게 들어간 덕분에 꼴 보기 싫은 내빈들의 뻔한 이야기는 별로 듣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A그룹 맨 후미를 찾아가는 동안 식전 행사가 모두 끝나가더군요.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지난 여름 국토순례를 함께 했던 준성이와 준성이 아버님을 만났습니다.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서 사우나에서 하룻 밤을 보내고 행사장에 오셨다고 하시더군요.

 

국토의 최북단, 최남단 그리고 독도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첫 번째로 최북단까지 가는 자전거 타기 행사에 참가하였다고 하시더군요. 10월에 마라도와 독도 여행도 계획하고 계시다더군요. 사실 준성이네 부자가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문기사를 보고 DMZ 자전거 대행진에 답사를 하기로 했었답니다. 

 

 

시간을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아마 아침 9시 30분쯤 맨 선두인 A그룹부터 출발을 시작하였던 것 같습니다. 임진각 평화공원을 빠져나가 통일대교를 지나서 개성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더군요. 길가에는 주최측에서 배치한 진행 요원들과 멋진 선글라스(?)를 끽 군인들이 20~30미터 간격으로 서서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가는 최종 반환점인 남측출입사무소 바로 앞에는 여러 명의 진행자들이 나와서 우발적인 행동(?)이 있을까봐 걱정하면서 참가자를 유턴 시키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돌아와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남측출입사무소 바로 앞이 '도라산역'이더군요.

 

임진각 평화공원 바로 앞에 '임진각역'이 있었는데, 임진각역에서 도라산역까지는 바로 지척의 거리더군요.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밖에는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임진각 평화공원을 빠져나와 통일대교에 올라서니 개성까지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에 나타났습니다.

 

 

통일대교에서 개성까지 거리가 겨우 21km 밖에 안 되더군요. 15 ~ 20 여분쯤 달렸을까요. 금새 남측출입사무소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반화점인 남측출입사무소 앞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개성까지 거리가 겨우 17km 밖에 안 된다고 씌어있더군요. 임진각 행사장에서 1차 반환점인 남측출입사무소까지는 약 8km쯤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 아니어도 1시간이면 충분히 개성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1시간 거리 밖에 안 되는 개성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렇지만 내년 자전거 국토순례는 개성공단까지 갔다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답사를 다녀왔지요.

 

 

 

사진의 왼편은 반환점인 '남측출입사무소'로 들어가는 사람들이고, 오른쪽은 반환점까지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입니다. 300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지만 순위를 다투거나 기록을 재는 경기가 아닌 탓인지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 중에서 많은 분들은 DMZ안으로 들어가서 북한 땅 가까운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올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거나 혹은 자동차의 간섭과 방해를 받지 않고 신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이곳까지 왔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고 오신 분들도 있었을테구요. 아무튼 적은 돈이지만 각자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행사였는데, 조선일보가 준비한 허접한 기념품 하나 받기 위해서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남측출입사무소까지 가는 길은 길가에 서 있는 군인들만 아니면 평범한 농촌 동네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강가로 쳐진 철조망이 있어서 남북이 가로막힌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겠더군요. 철조망르 다라 내려가는 길은 남쪽 반환점으로 가는 길입니다.

 

주최측에서 21km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남측출입사무소까지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자유로를 따라 4km쯤 달려서 2차 반환점에서 임진각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자유로를 달리는 기분은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남쪽 반환점까지 가는 길은 코스모스가 한가롭게 피어있어 가을 정취를 더해주었습니다.

 

 

함께 참여한 YMCA 국토순례 진행 실무자들과 함께 자유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여수를 출발하여 임진각까지 자전거 국토순례를 할 때 마지막 날 구리를 출발하여 문산을 거쳐서 통일로를 따라 임진각까지 갔었는데, 자유로를 지나가는 길이 분단의 현장을 경험하기엔 훨씬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래 지도에 보시는 START라고 표시된 지점인 출발지인 임진각 평화공원입니다. 임진각 평화공원을 나가서 좌회전 하면 코스가 통일대교를 지나서 개성으로 가는 길입니다. 지도를 보면 임진각 주변에서 뺑뺑이를 돌았던 행사였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북녁땅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 통일로 향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래 사진처럼 출입을 막는 구조물과 철조망으로 막힌 통일대교를 건너서 도라산역 앞까지 갔다올 수 있었던 것에 의미를 담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장 북쪽까지 갔다오는 새로운 기록을 GPS로 남겼습니다. 내년에는 지도에 빨간 줄로 표시된 GPS기록이 개성공단까지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