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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대한민국 치킨집과 국민행복지수

요즘 사는 곳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치킨집이 참 많습니다. 치킨도 나름대로 진화하여 예전처럼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굽고 찌고 위에 마늘도 얹어서 진일보한 닭의 형태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치킨을 대하는 손님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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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BS]




▲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의 치킨집을 말하다

그러나 손님은 만족할지 몰라도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WSJ : 월스트리트저널)가 있으니 참으로 마음 아프게 합니다. 15일자(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을 한국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빚을 내 치킨집 등 외식업에 뛰어들고 경제 전반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한국의 대기업들이 50대에 사원을 해고하는 반면 연금 체계는 열악해 기업에서 퇴직한 베이비부머 가운데 상당수가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치킨, 피자집을 열고 있다고 소개하며 1,000명당 음식점 수가 한국이 12개 미국이 2개, 일본 6개로 압도적으로 많으며 치킨집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세 배 늘어났다고 소개했습니다. (관련기사)



[출처 : 서울경제]



위의 통계 수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외식 수요는 한정되어 있는데 늘어난 치킨집 숫자에 점주들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어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고객들은 다양한 치킨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어 좋지만 정작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의 경우 시름이 깊어간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자영업자는 치킨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힘듭니다. 높은 임대료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은 적어지고 비용은 많아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섰고 대기업마저 골목상권에 뛰어들어 상태는 더욱 나뻐지고 있습니다. 주말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해도 한달에 100만원 벌기 쉽지 않고 각종 공과금과 임대료는 꼬박꼬박 지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한달 내내 일해도 100만원 벌기 힘든 데 건물주는 가만히 앉아서 임대료 100만원을 챙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의 생리인지 아니면 한국만의 왜곡된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현실과 원인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잘 지적한 것 같습니다.  




▲ 국민행복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날, 우리나라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곳에서 2003년 이래로 2013년 1분기 국민행복지수가 최고였다는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전국에 치킨집 1만 8천여개가 있던 2003년보다 거의 세 배가 늘었다는 2013년 1분기 행복지수가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 보도입니다. 


그리고 이 연구결과를 보도하는 기사에는 친절하게도 다음과 같은 부제가 달여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행복지수가 노무현 정부보다 조금 높아'


국가미래연구원은 경제성과 및 지속가능성, 삶의 질, 경제 사회 안정 및 안전 등 3개 대항목 20개 중항목, 34개 소항목을 구성해 경제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국민행복지수를 산출했다고 합니다. (정치 만족도 배제)


국민행복지수를 국민한테 묻지 않고 소수의 전문가한테 물었다는 것이 이상하고 국민의 행복을 '경제' 공부한 사람들한테만 평가받았다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최소한 누군가의 행복을 측정할 때는 경제 전문가 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야 할 것 입니다. 어떻게 행복을 '경제' 하나로만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행복지수를 이야기할 때 나라는 못 살지만 국민행복지수는 언제나 높은 부탄을 예로 듭니다. 아직 자본주의 미디어가 들어가지 않았고 개발 논리가 자연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부탄은 조금 덜 입고 조금 덜 먹어도 마음만은 부자인 그런 나라인 것입니다. 부탄의 행복지수를 측정할 때 오직 '경제'만 가지고 측정했다면 결코 부탄의 행복지수는 높은 등수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출처 ;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




▲ 치킨집은 많아지는데 국민행복지수가 높아진다고?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곳은 사단법인으로서 201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에 만들어진 단체가 2003년부터의 국민 행복지수를 무엇을 가지고 측정했는지도 의아합니다. 행복을 수치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더군다나 기억을 통해 과거의 행복을 더듬어 측정한다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큽니다. 


10년치 국민 행복지수를 2010년에 만들어진 단체가 조사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주제이고 이것을 기사화한 언론도 무책임해 보입니다. 그래서 국내 사정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치킨집' 기사에 더 공감하고 언론으로서 신뢰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 국민들은 무척이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데 일부 학자와 언론은 '잘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했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은 김광두 서강대 교수로,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 참여하여 "박근혜 경제공약'을 마련한 사람입니다.  


이곳이 발표하는 2013년 2분기 국민행복지수는 오는 10월 1일에 발표한다고 합니다. 그 짧은 사이 우리 동네 골목에는 더 많은 치킨집이 생기겠지만 국민행복지수는 더 높게 나오지 않을까 매우 쉽게 예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