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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나 지나가고 있네요. 그래요, 그때는 그렇게 두 딸의 손을 양손에 나눠 쥐고도 그렇게 행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트 골목을 셋이서 함께 걸으며 부르곤 했던 그 노래 덕분에 추위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왠지 흥에 겨운 탓인지 찬바람 속 걸음에 힘이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 기분을 새로이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이씨 장난하나 이명박, 입닥치고 거짓말 좀 그만 해.
사기치고 삽질하고 삥뜯고 한미 FTA 할렐루야.
이젠 정말 욕 나온다 한나라당, 공갈협박 노조탄압 빨갱이 짓.
그 놈의 레파토리 그만하고 제발 좀 꺼져주라 집에 가라.
미국이 그렇게 좋으면 모두 다 미국으로 가라.
일본에 아무 말 못 할 거면 아키히로 일본으로 가라.
한미 FTA 반대해, 이명박 한나라당 반대해.
1 퍼센트 조중동을 반대해, 반대 반대 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눈이 내리던 작년 12월이 클라이막스였던 것 같습니다. 청주 충대의 중문 거리를 그렇게 두 딸의 손을 잡고 거닐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마다 어린 두 딸과 함께 노래를 부르던 중년 남자에게 박수를 쳐주던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 기분을 참으로 오랜만에 오늘도 느껴봤으니 참으로 기분이 묘해지더랍니다. 한나라당은 어느 사이에 새누리당으로 바뀌었고, 이명박은 박근혜가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이니까요. 뭐, 어차피 새누리가 한나라고, 박근혜가 이명박이라는 건 변함 없는 진실이니 전혀 새롭다고 할 수도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두 딸의 질문 하나는 너무나도 예리한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르더랍니다. "아빠! 한미 FTA 안하는 거죠? 아빠가 그랬잖아, 한미 FTA는 부자들만 좋아하는 거라고요.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게 될 거라고요"

미안했습니다. 차마 얼굴을 들어 두 딸의 고운 눈망울을 쳐다 볼 수가 없습니다. 반대했지만, 그토록 막고 싶었지만, 마음 뿐이었습니다. 가진 자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한미 FTA이고 보면 적어도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찬성과 반대 중 어느 한 편에 선다는 것도 어느 밥그릇이 더 크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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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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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한미 FTA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충분한 여건을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딸과, 이제 두돌을 겨우 넘긴 막내 딸에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허나, 지금 처한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도 서글프기만 합니다. 양치와 샤워를 함께 하며 또 한 번 '장난하나'라는 노래를 힘차게 불러는 보았습니다만, 두 딸이 묻는 말에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지금의 상태라면 국민을 위해 민주당의 정동영 상임고문이나 김정길 前행안부장관 만큼 '한미 FTA 반대투쟁'에 나서줄 정치인이 없다는 것일 텐데 정말이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제 겨우 잠이 든 아이들의 꿈속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행복을 키우고픈 마음만 가득합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