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PD수첩작가 전원 해고, 이쯤되면 막하자는 거죠?

MBC 파업과 업무 복귀에 따른 후폭풍은 바람잘날 없는 것 같습니다. 연일 업무 복귀에 따른 사측과의 마찰과 인사 이동, 해고의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김재철 사장 8월 퇴진에 정치권과 합의하고 업무 복귀에 임했다고는 하나, 지금 상황으로 보면 김재철 사장은 전혀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 같지 않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최미혜 방송4사 구성다큐연구회 회장이 26일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해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 여성 작가의 눈물


어제는 한 여성 작가의 눈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최미혜 방송4사 구성다큐연구회 회장으로 25일 MBC PD수첩 작가 6명 전원 대한 해고 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기자 회견을 열었던 것입니다. MBC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피디수첩이 아무리 정권의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고 해도 방송을 책임지는 경영진이 방패막이가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앞장서서 까고 쪼이고 하여 결국 망신창이를 만들어놓았으니 말입니다. 


또한 피디수첩 작가에 대한 해고는 절차상에도 많은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최소한 누군가의 생계와 관련된 해고 소식은 미리 통보를 해주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인데 이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해고가 단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6명의 피디수첩 작가가 전원해고되었다고 나오지만 MBC 노동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PD수첩에는 총 14명의 작가가 있었고 메인 작가 6명, 보조작가 8명 모두가 해고당했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막하자는 거죠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 피디수첩 작가 14명 전원에 대한 해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작가의 역할은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스토리 틀을 만들고, 출연진을 섭외하며 취재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결국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작가들의 역량이 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하고 방송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MBC는 이번 파업 기간 동안 PD수첩을 제작하는 시사교양국을 해체하였고, 최승호 PD와 같은 담당 피디들을 해고하였으며, 이제는 담당 작가에게 해고 통지를 날린 것입니다. 170 여일 동안 파업에서 노조가 얻은 것은 확실하지 않은 퇴임 약속이었다면 사측은 정권의 미운 털 박힌 PD수첩은 철저히 무력시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출처 : MBC 노동조합]




파업의 성과, PD 수첩 죽이기 성공?


그리고 PD 수첩작가 전원 해고는 단순하게 MBC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작가는 프리랜서 개념의 비정규직입니다. 사회 인식이 재미있는 것이, 프리랜서라고 부르면 왠지 돈 잘 버는 자유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고,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고용과 임금이 불안한 어쩔 수 없는 처지라고 여깁니다. 방송 작가의 처지가 어떠한지는 잘 알 수 없으나 이들 역시 고용이 불안한 정규직 사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PD수첩의 한 작가는 "전속 계약을 맺으면 1월부터 12월까지 고용이 유지된다. 타 방송사에서 일하면 위약금을 물게 되어있다.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사측에서도 계약 기간 중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퇴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회사와 개인이 계약을 맺을 때는 신의와 성실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용인은 계약된 회사를 위해서만 열심히 일하겠다는 신의와 고용주는 계약 기간 만큼은 확실히 인정해 주어야하는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피디수첩 작가 해고는 신의와 성실을 찾아볼 수 없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MBC 파업은 언론사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되었고,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시민들의 환기를 불러 일으키는 데 어느정도 이바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파업의 목표였던 언론의 공정성의 문제는 그 배후에 사회 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언론이 공정하기만 하면 뭐합니까? 공정함을 원하는 것은 사회 정의가 실현되고, 사람 사이의 평등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 언론의 공정성은 사회 정의와 평등의 문제


언론의 공정성은 짜장면과 짬뽕 중에 어는 것이 더 맛있을까 공정하게 판단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부당한 권력에 피해를 입지 않고, 열심히 일한 만큼의 충분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정치 부패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본질에는 권력에 대한 탐욕이 숨어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비리 의혹으로 잡혀들어가는 인간들이 주머니는 자신이 땀흘려 일한 댓가가 아니라 피같은 세금과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기업 자금들입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MBC 사측의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와 같은 행동은 사회 정의와 평등에 관계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사원에 대해 계약된 내용을 무시하면서까지 해고할 때는 그들이 얻는 것이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이 탐욕이라고 봅니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자리, 그 자리를 점지해 줄 수 있는 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이 국민에게, MBC 직원들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훨씬 이롭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입니다. 


결국 사회 정의와 평등에 균열이 간 사회는  MBC와 같은 언론사 파업, 강제 해고 등의 문제는 언제나 끊임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 상식이 부재한 사회


사회 정의와 평등. 저는 이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이 상식적인 대접을 받고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언제 해고 당할 지 모르는 고용 불안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할 중요한 문제입니다. 


PD수첩작가 전원해고 문제는 단순히 이상한 방송사의 황당한 인사조치가 아닙니다. 권력이 자신의 탐욕을 유지하기 위해 비판 세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이쯤되면 막하자는 것인데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올림픽은 시작되었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