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00분토론을 시청했습니다. 근래 다시 불붙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토론이었기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보면 볼 수록 쉽게 답이 나올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패널들이 놓치는 부분이 자꾸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글로 옮겨 보려 합니다.

순환출자구조

 재벌들의 소유구조가 과거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는지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을 달리하고 있고 세부적인 분석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 깊게 들어가진 않겠습니다. 또한 그런 부분을 일반국민들이 알아야할 필요성은 전혀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무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건 허무한 탁상공론과 다를바 없습니다. 과거 재벌들이 본의 아니게 소유지분을 줄여야 했고 지주사가 허용이 안되어 피치못하게 순환출자를 해야 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당시 재벌에 가해진 압박과 더불어 혜택도 논해야 할 것이니 이제와 명쾌한 답안지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으면 모르겠으되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원인분석에 힘쓰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토론에 힘쓰는게 좋을 것입니다.

순환출자와 관련되어 여당인 새누리당의 안은 기존의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를 막자는 것이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3년내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짚어 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너경영이란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조. 이 부분 역시 정확한 답안지는 없습니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바는 오너 경영은 어짜피 사라져야할 구조라는 것입니다. 지금 재벌 2세들이 나이들고 3세 혹은 4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을 지분은 자꾸만 줄어들어 갑니다. 그걸 막기 위해 여러 편법들이 동원되고 있조. 세상사 복잡하게 볼 것 없습니다. 마음으로는 장자 한사람에게 모든 지분을 넘기고 경영권을 사수하게 하고 오너 경영의 장점을 잘 살리면 될 것같기도 하지만 실제 재벌 후손들이 대의(그들만의 대이겠지만)에 동참하여 오너의 지분이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는건 오산이조. 정상적이라면 말입니다. 결국 정상적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새로운 회사를 100%의 지분으로 만들고 계열사들의 지원하게 성장시켜 지분 이익을 극대화 하면서 차익을 남기고 그 차익으로 본사의 지분을 늘리는 식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자연스런 수순을 자연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막으려해 생긴 댓가는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는 치루게 될 것입니다.

그럼 오너경영은 무조건 없어져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룹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집중 등의 여러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하는데 그럼 이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필자는 오너 경영의 긍정적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모든 일에는 음이 있고 양이 있기 마련인 것이조. 다만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는 과정을 억지로 되돌리려고 부정하거나 혹은 편법이 동원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대의 주요 재벌 총수들은 주로 2세 혹은 3세인데 그들이 초대 회장의 지분을 이어 일부는 크게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이름마저 사라지고 만 기업들도 적잖습니다. 그렇게 세월따라 경쟁력을 키워가며 기업의 생노병사는 판가름 나게 됩니다. 거기에 부당한 개입이 있거나 특혜가 띠어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필요성이 '순환출자'와 '오너경영'이란 두가지 화두가 경제민주화란 큰 틀안에 들어가게 한 가장 중요한 근거라 하겠습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출자총액제한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은 현재로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며 사회 각층의 의견을 모아 절충점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적용 업종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또한 대기업이 과도한 문어발 확장으로 인해 부실화 되었던 문제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부분인데 자꾸만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식의 논의를 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와닿습니다. 현실에서는 오너가 자회사를 만들고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몰아주어 해당 기업을 키우고 있는게 현실 아니겠습니까. 현실이 이렇지 않으면 굳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게 사실상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각 업종마다의 특수성도 있기 때문에 없어져도 무방할지도 모릅니다. 애초부터 대기업이 중소기업 및 소규모 사업자들에 적합한 업종에 뛰어들 필요성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필요 없어지는 제도가 될 것이니까요.

출총제 또한 마찬가집니다. 100분 토론 패널 중 한사람은 오너가 새로운 신사업에 투자할때 출총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인양 말하기도 하는데 시대에 아주 크게 뒤떨어진 발상이조.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마치 주식투자를 하면 온국민이 대박이 날것처럼 말하는 것과도 같으며 누구나 신사업에 투자하면 다 성공할 것인양 생각하는것 같다는 느낌마저 받습니다. 이 부분 역시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과도하다 싶지만 않으면 출총제는 사실상 필요 없는 제도에 불과하조. 그런데 한국에선 기업들이 이윤추구라는게 마치 모든 일의 정답인양 다 잘될 것처럼 이것저것 다 시도하지만 그게 다 생각대로 되면 망하는 기업이 있겠습니까?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조. 성공의 달콤 한 열매는 따먹으려 하면서 실패의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게 경제민주화란 화두에 숨어 있는 진짜 문제입니다. 출총제는 그룹의 잇점을 안고 시작하는 계열사를 늘려 가며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해놓고 실패해서 부실화 될 경우 회사도 위험해지고 나라 경제도 위험해지는걸 막기 위해 있는 제도인 것입니다. 대기업은 가능한한 실패의 위험이 적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국한되어 신사업을 찾는게 맞습니다. 출총제를 통해 신사업을 막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말이조.

바이오시밀러와 태양광산업은 최근 2~3년내에 재계에서 큰 화두였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삼성 현대 SK 등 내노라 하는 한국 최고의 그룹들은 모두 태양광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냥 시늉만 하고 발만 담그는게 아니라 사활을 걸고 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LG의 경우 미래전략 사업 효율적으로 꾸려가기 위해 계열사마다 각각 주력할 수 있는 사업을 나누어 수직계열화를 이미 상당부분 진척시키고 있조. LG화학은 화학업종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잘 벌고 있고 대형2차전지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국 큰 흐름으로 보면 대기업의 미래먹거리의 상당부분은 자원고갈을 대비한 뉴 에너지 산업으로 연결됩니다. 태양광, 2차전지, 전기차, 풍력, 반도체 등이 그렇습니다. 반도체만 해도 공정세밀화로 전력소모를 줄이려 하는게 세계적 추세라 할 수 있조. 에너지를 덜 쓰던가 아니면 대체 에너지를 만들어 내던가 하는 식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벌들의 역량이 집중되어 갑니다. 그들은 각각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의 특징에 기반하여 신사업에 접목해 나갑니다.

현대중공업은 배를 잘 만들기 위해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봇산업도 잘하고 풍력에도 뛰어듭니다. 대형 선박엔진을 만들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랜트사업도 활발이 영위하고 있조. 앞서 말한 LG화학도 화학에서의 노하우로 2차전지 분야에 세계 선두가 되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차전지에 꼭 필요한 부품 및 재료를 국산화 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LS는 지능형 전력망을 구축하는데 선두에 서 있고 또 이런 에너지 관리 기술에 역량을 가진 여러 기업들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제주도에 시범단지를 만들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산업을 자기 나름로의 생존전략이자 미래전략을 짜내 대비해 나가고 있는게 국내 기업들의 현실이며 세계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관련도 없는 업종에 뛰어들면서 편법을 동원하는등 과하게 치닫는 것조차 모두 허용되는 분위기가 된다면 정말 큰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이 있는 업종이라 할 자리도 재벌의 집중지원을 받아 지분차익 등의 기형적인 꼼수를 부리지만 않으면 좋은데 이상적으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언제 어디서든 꼼수가 끼어듭니다. 예외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조. 그리고 이게 바로 한국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오너 경영이든 출총제 문제든 기업의 관점에서는 기업나름대로의 생존전략과 미래전략대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가운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개입하게 되는 것이조. 현재 한국의 경제 민주화는 과도한 부분이 발생해도 친 기업적인 정부정책으로 대기업 외의 경제주체들이 고통 받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이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데 있습니다.

문득 최근 문제가 된 사랑의교회건이 생각납니다. 나름 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건축을 하고 도로 지하의 땅을 이용하도록 하는것 자체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해치고 과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과하고 돌려 놔야 하는게 마땅할 것인데 반성하기는 커녕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법으로 제재할 수 밖에 없겠조.

경제민주화는 여러 경제주체들간의 균형을 해치는 행위가 있기에 터져나온 이슈이며 한국의 오랜 관행으로 치부되던 일들이 점점 악화 일로를 겪게 되고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며 나름 선진국으로 탄탄한 복지 국가로 여겨지던 나라들이 위기에 처하는등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름 생존을 위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조.

마무리 짓기전에 SSM문제를 잠시 거론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동네 상권을 위협한다고들 하조. 그런데 일부에선 더 싸게 더 편리하게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왜 이걸 막느냐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그럼 그들의 주장이 틀린 것일까요? 원자력 문제도 그렇습니다. 더 싸게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왜 원자력은 줄이고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요? 세상일은 경제논리로만 풀이할 수 없는 것이고 경제논리로만 치닫다 보면 자연파괴 및 지구의 재앙으로 연결 될 수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문제도 그렇고 개발이 우선이냐 자연보호가 우선이냐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박정희는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한 후 통제경제체제를 구축하고 본래의 반 재벌적 성향을 뒤집고 오히려 관리가 펼한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쳐 나갔습니다. 그로인해 중공업을 육성하고 단기적 성과를 거두면서 무리함에 따라 수반되는 문제들을 덮어두려 했습니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강제로 진압했습니다. 빠른 경제발전의 효과를 수년간 보았지만 정격유착으로 미리 개발정보를 얻은 소수의 권력층과 부자들이 땅을 미리 사두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등 부는 분배되지 않고 점점더 집중되어만 갔습니다. 수년 혹은 길게 잡으면 10년여의 집중적 발전을 위해 수십년간의 후유증을 남긴 것입니다. 집권 이후 70년대 초에 이미 도시화와 양극화 등의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기만 하는데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한 박정희이 통제경제체제로 인해 오늘날까지 갈등의 씨앗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집권의 정당성을 말할 차원이 아닐텐데도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는 '정당성 옹호'를 하고 있는게 오늘날의 한국의 현실입니다.

경제민주화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보아서도 안되고 일방적인 규제로만 이어져서도 안됩니다. 단지 대기업 위주의 관점을 벗어나 경제주체 모두의 관점에서 다수가 합의하고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고자 할 것입니다 또한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국의 미래가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래 논의 되는 경제민주화는 과거에 제가 알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시대도 변하고 말의 뜻도 변하고 모든게 변해갑니다. 내게 체감되는 부분이 느리게 다가온다고 해도 결국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큰 틀의 변화는 결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어느새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에서 쓰나미라는 거대한 재앙이 닥치고 연쇄적으로 원자력의 재앙이 실제가 될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필자의 학창시절에 유행하던 삐삐가 단 몇년사이에 사라지고 휴대폰이 등장할 줄 누가 알았겠으며 세게 최고 부자인 빌게이츠가 터치패널이 이토록이나 크게 대중화 될지 모르고 키보드가 마치 영원한 대세일 것처럼 말하는 일이 있었을까요.

경제문제는 가정과 직장 사회와 국가 심지어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아무쪼록 대기업과 영세상인들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다 같이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써주길 바라며 이번 논쟁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쓴 약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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