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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 한국형 보수

'보수(保守)'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보호하고 지킨다'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렇게 부정적이만은 않은 단어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가 외침을 받고 위험에 빠졌을 때, 원칙 있는 보수주의자들은 국가의 회복을 위해 싸웠고, 생각이 많은 진보주의자들보다 더 앞에 서서 두각을 나타냈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양대 축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경우는 지역과 역사를 통해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태평성대일 경우에 국민들은 나랏님이 있는 지 없는 지,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신경쓰지 않아도 잘 사는 것이고, 외세의 침입이나 경제난에 휩싸일 때는 국가 정책에 대한 논쟁이 생기고, 보수와 진보의 의견 차이가 생겨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념 논쟁이 극에 치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바닥 꾹><추천 꾹>


▲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심할수록 살기 힘든 나라


요즘 들어 특히 텔레비젼에 보여주는 한국의 이미지는 G20 의장국이 되었고, 수출 강대국이고, 세계 대회를 많이 유치하는 멋진 나라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직 선전일 뿐 실제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극명한 대립과 다툼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지금 태평성대가 절대 아니라는 것과 아마도 해방 이후 가장 치열한 좌우 대립이 아닌가 라는 나름의 추측이 맞다면 난세임에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이 정권 들어서 너무나 많은 이념 대립이 있었지만 이전 것들은 그야말로 생각의 차이였다면 이번 광우병 미국소 발견 사건은 이념이 아닌 우리 실생활에 관한 문제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우리 생활의 먹거리에 관한 문제까지도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지금 병들어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2008년도 정부는 미국산 소를 거침없이 수입하겠다고 선언을 하였고, 국민들은 절대 불가를 외치며, 촛불 집회를 통해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고,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 광우병 괴담으로 생겨난 많은 보수 단체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통령이 TV에 나와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고, 신문 지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약속을 게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잡아들였고,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를 한 미디어 매체에는 고발과 징계가 뒤 따랐습니다. 한마디로 아주 뒤끝이 나쁜 처사였죠. 그리고 '광우병 괴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광우병 괴담'에 대해 운운하는 사람들은 종북좌파 내지는 빨갱이 배후로 몰아부쳤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에 여러 듣도보도 못한 단체들이 생겨나며 맞불 집회를 열기 시작하였고, 진보 단체들이 여는 많은 집회를 보이콧하는 일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사상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보수가 결집하고 진보 진영 집회에 나타나서 맞불 집회하는 것 가지고 뭐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4월에 괴담으로 여겨졌던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발견되고 또 한번의 광우병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보수 단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할 따름입니다. 



▲ 원칙있는 보수는 나쁘지만은 않다


저는 처음에 분명히 '원칙있는 보수'는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외세에 대한 배타적인 자존심을 가지고 있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 애국을 최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보수라면 나쁠 수 없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해서 광우병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절차로 검역을 중단하라고 하니 다시 광우병 괴담이라면서 일반 국민이 원하는 수입 중단을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를 '광우병 괴담'을 넘어선 '한국형 광우병'이라고도 하고, 촛불 집회가 다시 열리는 것을 종북 좌파의 선동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 자존심도 없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보수


이런 보수단체분들 역시 진보 진영이 집회 하듯이 피켓 들고 시위하는 것 아주 좋아하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 개진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불안마저도 괴담이라 치부해 버리는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을까요? 아니 자신들의 주장대로라면 안전하고 값도 싸며, 맛도 좋은 미국산 쇠고기가 종북좌파의 음해로 공격을 받고 있으니 미국산 쇠고기 먹어주기 운동이라도 해야할 판입니다. 



[서울의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 사진, 광우병 소 보도 이후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



제 회사 근처의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입니다. 지난 4월 25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이후로 이 식당에는 손님을 구경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처참하다고 할 정도로 장사가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기사)



▲ 그 많은 보수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나라에 보수가 몇명이나 될까요? 얼마전 411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상당수의 보수  지지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소에 대해 수입 중지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과도하다' '괴담에 또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생각하는 분들은 또 얼마나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나라에 몇명의 보수가 있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이 건강한 것이라면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 치더라도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전문 식당을 예전과 동일하게 이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그런데 전국의 미국산 쇠고기 취급점은 지금 손님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합니다. 저도 밖에서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 큰 식당에 혼자 덩그러니 텔리비젼만 바라보는 사장님이 너무나 측은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 보수의 탈을 쓴 이상한 집단 '한국형 보수'


우리나라의 보수는 원칙도 없고 의리도 없습니다. 오직 주장만 있고, 그에 따른 행동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자국의 자존심은 내팽겨쳐버리고 미국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웃기는 것은 그렇게 존경해마지않은 미국의 쇠고기도 종북좌파 선동세력(?)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면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먹지 않는 이중인격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해외의 다른 보수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한국형 '보수'라고 이름 짓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 왜냐하면 있을지 모르는 진정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자존심 상해할 것 같아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들이 정치를 하면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고, 이런 자들이 기업을 하면 국민들의 등을 쳐 먹는 것이고, 이런 자들이 학문을 하면 역사를 소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애국을 이야기하지만 자기 잘먹고 잘사는 것이 급선무이며, 앞에서는 도덕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온갖 부도덕과 비리의 주범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이 장사가 왜 안되느냐고요? 모두다 원칙 없는 '한국형 보수'들 때문입니다. 광우병은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고 사람을 설득하여 생계를 걸고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을 열게 만들었고, 이제 광우병이 발병하자 자신들부터 식당 출입을 딱 끊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입으로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누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려 하겠습니까? 



▲ 보수가 진정 보호하고 지켜야할 것은?


광우병 소 조사를 위해 미국에 간 파견단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들 중에 돌아와서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털끝만큼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수입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베짱있고 원칙있는 '보수주의자'가 한명 쯤 있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보수주의라고 다 같은 보수는 아닙니다. 보수가 진정 보호하고 지켜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