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감동보다 막장 드라마를 선택한 ‘강심장’

朱雀 2011. 12.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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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오랜만에 <강심장>을 시청하게 되었다. 연말이라 그런지 훈훈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제주도에서 딸 별이를 키우는 허수경의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었고, 굿네이버스의 홍보대사로서 외국을 나가서 봉사활동을 한 이정진이 들려주는 기부관련 이야기도 몹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필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임정은이 한 열여덟의 막장 드라마였다. 임정은은 아이유와 일대일토크 배틀을 했는데, 자신이 적은 제목만큼 이야기의 감도가 셌다!

 

18살 시절, 친한 커플이 있었는데 어느날 남자가 그녀에게 좋아한다라고 고백한 것이다. 그 남자의 애인과 절친이었던 임정은 그 다음날 바로 친구한테 그 사실을 알렸는데 친구는 복수를 위해 몇 달 만날 것을 부탁했다.

 

그리하여 임정은 두세달을 만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와 임정은이 사실을 밝히고 공격해서 그 남자를 몹시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야기의 반전은 그후 성인이 된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다시 사귀고 심지어 작년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아이유는 욕설의 신고식이란 제목으로 자신이 두 번 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첫 번째 운 것은 16살에 데뷔한 아이유가 데뷔곡 <미아>를 부르는데, 다른 보이그룹의 팬들로부터 심한 야유와 욕설을 들은 탓이었다. 최소한 환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용히 들어주리라 믿은 아이유는 큰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살짝 볼살이 통통한 것을 가지고 저런 돼지같은 게라는 식으로 비난을 받았으니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는가? 그런 그녀는 <좋은 날>로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고 얼떨떨한 날들을 보내게 되는데, 어느 날 가요 순위 프로에 나갔다가 단 한명의 팬이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이유가 기가 죽을 까봐 혼자서 일당백의 몫을 해냈다.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리얼대세 아이유라고 목청껏 부르면서 큰 힘을 불어넣어주었고, 결국 아이유는 고마운 마음에 1위 소감에서 자신을 응원해준 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울컥 하게 되었다.

 

아이유는 알고 보니 큰 욕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1위를 하면 좋지만 안해도 상관없고, 우리나라 최고의 여가수가 되면 좋지만, 안해도 상관없고!’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팬들의 기 살려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는 당찬 포부를 들려주었다.

 

얼마전 <너랑 나>를 발표해서 소녀시대마저 이긴 요즘대세 아이유의 말은 충분히 감동적이고 새삼 느끼는 바가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승자는 우습게도 임정은에게 돌아갔다.

 

물론 이건 그냥 재미를 위한 토크배틀이며, <강심장>은 폭로성(?)을 추구하는 강한 예능 프로인만큼 임정은의 이야기가 훨씬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임정은은 친한 친구의 허락이나 동의없이 이야기를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물론 이름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에는 네티즌 수사대가 나선다면, 그들의 신원이 밝혀질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어린 시절 치기로 한 일이고, 이젠 다들 성년이 되어 잘 살고 있다지만, 공중파의 위력은 워낙 거세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함께 나온 출연진들도 이야기했지만 <사랑과 전쟁>같은 드라마에 딱 쓰기 좋은 소재였다.

 

임정은은 물론 <강심장>에서 살아남고 싶은 욕심에 한 이야기지만, 어떤 후폭풍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하여 아쉽고 안타깝다. 인간은 좋은 이야기보다 나쁜 이야기에 더욱 눈과 귀가 가고, 그런 것들은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에 잘 퍼져나가기 쉽다. 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할때는 좀더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임정은이 한 이야기가 그저 방송의 재미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강심장>에서 아이유가 무명에서 어렵게 버티고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가수가 되겠다는 멋진 사연이 가볍게 무시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고 아쉽다. <강심장>은 녹화방송인 만큼, 충분히 임정은의 이야기를 편집할 수 있었을텐데...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론 이런 폭로성은 조금 자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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