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는 시청자가 다 부끄러운 ‘K-POP 로드쇼’

朱雀 2011. 9.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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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밤 11시 필자는 우연히 <커버댄스 페스티벌! K-POP 로드쇼 40120>(이하 ‘<K-POP 로드쇼>’)를 보게 되었다. 최근 위상이 높아진 K-POP의 열기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 7개국에서 커버댄스 경연대회를 열고, 아이돌들이 찾아가서 그 현장의 열기를 중계하는 형식이었다. 우리나라 아이돌을 보고 싶어하는 해외팬을 위해서나, 한류를 좀더 전파하기 위해서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방송 초반부터 얼굴을 달아오르게 한다. 러시아에는 정형돈과 함께 샤이니가 갔는데, ‘플래시몹이란 핑계로 3차에 걸쳐 일종의 팬미팅을 가졌다. 머나먼 한국에서 자신들을 찾아온 샤이니를 위해 러시아 팬들은 기꺼이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과 아르바트 거리고 마지막엔 붉은 광장까지 가서 춤을 춰줬다.

 

예상외의 열기에 샤이니는 벅찬 감동을 앉은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동시에 필자는 몹시나 부끄러워졌다. ‘플래시몹이란 말 그대로 깜짝 이벤트! 근데 이번 러시아편에선 누가 봐도 샤이니가 왔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나선 행사에 불과하다.

 

게다가 1차는 몰라도 23차에 걸쳐서 하고, 마지막 3차 행사를 위해 거리홍보에 나선 샤이니를 보면서 그저 아연함이 느껴졌다. 샤이니까지 나섰다면 이건 이미 플래시몹이라 아니라, 그저 이벤트를 위한 인원동원하기에 불과할 뿐이다.게다가 화면에도 잠시 비춰졌지만 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은 한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우리 눈에는 몇 백명 혹은 몇 천명의 러시아인들이 열광적인 환호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소수 마니아 문화에 불과하다.

 

그런데 붉은 광장에서 수 백명의 사람들이 플래시몹행사에 참여했다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K-POP 물결!’ ‘놀라움의 연속! 그리고 벅찬 감동!’ 등의 자막을 내보내다니. 오글거리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방송 중간 중간 철의 장막을 녹인 샤이니의 바람이란 자막은 방송을 보는 내내 부끄러웠다! ‘철의 장막이 언제쯤 단어인가? 러시아이전의 소비에트 연방 당시에 우리가 지칭하던 용어가 아니던가? 러시아는 그때의 소비에트 연방 때와는 전혀 다른 국가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조금만 러시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근데 철의 장막을 운운하다니, 이건 명백한 시대착오적이자 잘못된 타겟설정이라 할 수 밖에 없다. ‘반공을 국시로 여기던 1980년대에서 전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음을 토로하는 자막이었다!

 

커버댄스 대회의 편집도 그렇다! 물론 많은 팀들은 그저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몇몇 팀은 거의 예술에 경지에 오른 팀들이었다. 아니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기차를 타고 10시간 이상 걸려서 온 이들을 그저 희화화하는 듯한 편집에 몹시 불쾌했다. 희화화도 부족해서 제대로 편집도 하지 못해 노래와 댄스동작이 맞지 않은 방송사고에 가까운 편집본이 오랫동안 노출되었다. 눈과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래가지곤 관치방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우리의 대중가요를 좋아해서 김치와 라면까지 좋아하게 된 그들을 대하는 MBC의 시각이 얼마나 저열한지 알 수 있는 프로였다! 한마디로 이건 마치 제국주의자들이 다른 나라를 쳐다보듯이 한껏 그들을 낮춰서 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외국인들이 이 방송을 본다면, 아무리 친한파 인사였다고 해도 반한파로 돌아설 거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러시아는 경제적으론 예전만 못해도 문화적으론 우리보다 훨씬 높은 나라다!

 

게다가 현재의 한류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그저 운에 가깝고 인기 있는 것들조차도 K-POP과 영화-드라마 등등 몇 개에 한한다. 게다가 한류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서 가수 및 배우는 물론이요, 제작사와 관계당국의 연구와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고작 약간의 성과를 가지고 으스대는 폼이라니. 저열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게다가 건강하게 문화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을 그저 광팬이나 오덕후정도로만 묘사해내는 방송의 편집에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예전에 졸부라는 말이 있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어느 순간 벼락부자가 된 이들은, 돈쓰는 법을 몰라 비싼 사치품으로 자신의 몸을 둘러싸고, 밤에는 술집에서 아가씨를 옆에 끼고 돈다발을 뿌리는 상식이하의 행동을 하며 으스대며 살았다. 당연히 이웃들의 이맛살은 찌푸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비롯한 해악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막은 이렇게 해놓고, 막상 대회 참가자들의 춤과 원곡이 맞지 않은 상황은 그저 헛웃음을
유발할 뿐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6.25를 거치며 어렵고 바쁘게 살아온 대한민국은 어느새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자 한류를 떨치는 문화강국이 되었다. 그런데, <K-POP 로드쇼>를 보고 있자면, 우리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갖은 비웃음과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던 졸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진짜 부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 그는 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다.

 


타국팬들을 위해 기꺼이 먼길을 간 샤이니와 자신들의 우상을 보기 위해 모인 러시아 팬들을 우롱하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오늘날 한류는 위에서 지적했지만 그저 한때의 유행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의 한류가 어떻게 각 나라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역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없애야만 한다. 조금 인기를 얻었다고 잘난척하고 거들먹거린다면, 호감을 가진 다른 나라사람들도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리라. 지금 딱 <K-POP 로드쇼>가 그 짝인 듯 싶다.

 

앞으로 7회나 방송분량이 남은 <K-POP 로드쇼>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지 암담하다. 좋은 뜻으로 참석한 각 나라의 해외팬들과 아이돌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그저 딱하고 안타깝게 여겨진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요따위로 제작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MBC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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