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이다희의 재발견, ‘버디버디’

朱雀 2011. 9. 1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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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이들이 제목을 보고 <추노>의 민폐언년’이나, <미스 리플리>에서 김승우와 박유천을 동시에 유혹한 배우 이다해로 착각했을 것이다. 근데 미안하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다희는 그 이다해가 아니다. 이다희를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크크섬의 비밀>이었다.

 

20087월 어느 날 일일 쇼핑의 구매부직원들이 외딴 섬에 표류되면서 벌어지는 생존기를 다룬 <크크섬의 비밀>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시트콤이다. 여기서 이다희는 이름 그대로 출연했는데, 심형탁을 좋아하는 새침한 여성 캐릭터로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상당한 심형탁을 위해 비키니를 입고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말라 보이는 외모와 달리 상당한 글래머 몸매를 갖고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크크섬의 비밀>은 이다희 뿐만 아니라, 신성우, 윤상현 등 지금 봐도 스타이자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지켜본 작품이다. 근데 이다희는 그 이후로 몇몇 작품에 나오긴 했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필자가 이다희의 재발견을 운운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다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버디버디>는 케이블 방송인 tvN에서 방송중이기 때문에 못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현세의 원작만화 <버디>를 드라마화 한 것이며,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주인공 성미수역을 맡아 현재 화제작이다.

 

아울러 <탐나는도다>의 윤상호 PD가 연출해서 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풍경과 박진감 넘치는 골프 경기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하튼! 이다희는 <버디버디>에서 주인공격인 민해령역을 맡아 현재 열연중이다.

 

민해령은 민세화(오현경)의 딸로 천재형 골퍼다. 21세 나이에 벌써 국내 최정상급 기량을 가진 인물로 성장했을 정도로 탁월한 인물이다. 외모도 끝내주고 재벌에 천재적인 골프실력까지 그야말로 엄친딸캐릭터다.

 

민해령은 타고난 골퍼로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교육과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12화를 맡은 현재 민해령은 여러 가지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얼음공주에서 인간으로 내려왔다. -극초반만 해도 민해력이란 캐릭터는 설명이 부족해서 사람보다는 그저 캐릭터라는 느낌이 진했다-

 

민해령은 주인공 성미수의 라이벌으로 설정된 인물이지만, 현재로선 성미수가 도저히 범접조차 하지 못할 인물이다. 이미 그녀는 LPGA 정상급 선수중 한명을 물리칠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 골프만 바라보고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이 인물의 삶은 단조롭기 그지 없고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 역시 (어떤 면에선) 유치해 보인다. 바로 사랑을 운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해령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어머니에게 반항하면서 자라왔다. 뻔히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일부러 어머니를 자극하기 위해 지는 짓을 저지를 정도로. 이유는 자신의 생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투정을 부린 것이다.

 

골프는 민해령에게 애증의 존재다. 한시라도 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평생 해왔기 때문에 골프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머니 민세화가 골프를 강요했기 때문에, 골프는 동시에 애증의 존재이기도 하다. 즉 그녀는 골프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지독한 미움이 겹쳐서 그걸로 어머니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도 느끼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다희가 연기하는 민해령은 나이는 21살이지만, 아직 사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에 불과하다. 하긴 평생 골프만 치고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녀에겐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없었다. 드라마상에서 그녀가 관계를 맺는 인간이라곤 애증의 존재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자최동관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이자 코치인 존리(이용우)정도 뿐이다.

 

따라서 <버디버디>에서 이다희가 연기하는 민해령은 그 단순한 설정 때문에 자칫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않는 캐릭터가 되기 쉽다. 갑부이자 천재골퍼가 지독한 외로움을 지녔다는 설정은 왠지 현실과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다희는 그런 어려운 부분들을 모두 잘 이어냈다. 특히 아버지 우준모(김종진)을 만나면서 그녀의 표정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호감이 가는 그린키퍼 스테판 우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전까지 별다른 표정이 없다가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 등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우는 단순히 대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눈빛과 표정 그 외에 신체적인 사인을 이용해서 시청자에게 그녀의 감정을 전달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다희는 유행가 제목처럼 ‘10점 만점에 10점 만점을 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모습은 11화에서 자신의 코치인 존리를 유혹하는 목욕신이었다. 심한 감기몸살에 걸린 그녀가 체온을 내리기 위해 알몸으로 욕조에 들어가서 키스해 주지 않으면 일어설테야라고 협박하는 장면은 마치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장면은 자칫 식상하거나 시청자의 시선 끌기용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나 장난치듯 존리에게 툭툭 말을 걸며 위협(?)하는 그녀의 장난스런 표정과 키스해줘라고 말하며 사랑의 열병에 빠진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남자라도 거부하거 어려운 마력을 발휘했다!

 

아울러 골프대회에서 1차전에선 부진했다가, 2회전과 3회전에서 부활해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 역시 진짜 골퍼처럼 느껴질 정도로 표정과 연기가 탁월했다. 마지막 버디를 잡을 수 있는 기회에서 어머니 민세화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클럽에 공을 넣지 않은 장면은 얼핏 유치하지만, 가질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집념과 어머니를 향한 애증이 교차하기도 한 부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민해령의 모습에 놀라고, 기자회견에서 생부를 밝히자 민세화가 놀라서 우준모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사실을 알고 눈물 짓는 이다희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한밤중에 생부인지도 모르고 골프장에서 여러 추억을 만난 아버지를 그리며 괴로워 눈물 짓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처절해서 보는 이의 옷깃을 저절로 여미게 할 정도였다!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예인은 공무원처럼 시험을 보고 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때가 되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평상시에 갈고 닦으면 언젠가 분명히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믿고 싶다. 이다희는 비록 공중파에 방송되진 못했지만 현재 tvN에서 방송중인 <버디버디>에서 매력적인 주인공 민해령역을 맡아서 자신의 팔색조 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

 

얼음공주라는 별명처럼 실력이 출중하지만 남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 재벌가 아가씨는 얼핏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가질 수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 때문에 늘 어머니 민세화와 대립하고, 자신을 동생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존리 사이에서 늘 가슴 아파하는 불쌍한 아가씨일 뿐이다.

 

이다희는 부자로서 살아보지 못한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부자들도 이런 고민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떤 면에선 아직 사춘기 소녀인 것 같아 짜증나는 부분도 있지만, 21년 동안 골프만 바라보고 살아온 그녀이기에 아버지 때문에 골프를 팽개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는 뒷모습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다희 연기는 너무나 생생해서, <버디버디>의 민해령라는 천재골퍼가 정말 한국에 있고, 대회를 일부러 망치고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민해령이란 이름으로 검색할 만큼 설득력이 있었다. 그녀의 출중한 외모만큼이나 출중한 연기력을 <버디버디>에서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즐겁다. 부디 남은 12화 동안에도,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도 그녀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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