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하다

‘보스를 지켜라’를 보다가 울컥한 이유

朱雀 2011. 9.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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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방송된 <보스를 지켜라>를 보다가 몇몇 장면에서 울컥하고 말았다. 몇 가지 이유가 겹친 탓이었다. 어제 방송분을 보면 자사 커피 전문점에서 진상손님을 만난 차지헌 본부장이 참지 못하고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밝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손님에게 부당한 취급을 당하자, 스스로 차지헌임을 밝히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다음, 자신의 아버지가 깡패회장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것을 운운하면서, 사과할 것을 종용했다. 이 부분은 작은 의미에선 분명 옳은 것이다. 그러나. 시급 4천원을 조금 넘게 받지 못하는 알바생의 처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정말 하잘것 없는 정의에 불과할 것이다.

 

<보스를 지켜라>는 거기서 몇 발자국 더 나간다. 차지헌(지성)의 비서인 노은설(최강희)는 현재 DN그룹에서 시행되는 장학금이 정규직만을 위해서 시행중이고, 그마저도 너무 학점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 이 학점은 공부만 열심히 해야 가능하다라는 식으로 뭐든지 다 해봤다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를 하면서.

 

어제 <보스를 지켜라>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차지헌 본부장이 수 많은 회사임원들 앞에서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형이 죽은 이후로,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정신적인 병이 더욱 깊어져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선 제대로 말은커녕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은설을 만나고나서 그는 그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조깅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3분 스피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마침내 극복하고 말았다. 개인적인 노력도 노력이지만, 대미는 이번에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커피사업을 위해 사원들의 복지에 대해 역설한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 H 커피의 최우선은 바로 직원들이라는 것입니다. 최전방에서 직접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책임지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점입니다. 하여 무엇보다도 직원 및 비정규직 알바 직원을 위한 복지혜택개선을 제안합니다. 현실적인 근무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 DN 사회공헌재단을 활용하여 비정규 알바 직원을 위한 장학제도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우리 H 커피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커피 익스피리언스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차지헌 본부장이 프리젠테이션 말미에 말한 이 내용은 정말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게 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드라마속의 차지헌 본부장은 단순히 손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직원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근무환경개선을 위해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뿐인가?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건의안을 이사회에 상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에 반해 실제의 상황은 어떤가? 오늘날 대다수의 기업들은 뻑하면 경기악화를 들면서 직원들의 월급을 동결하거나, ‘노동유연성 증가’를 운운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기거나, 직원을 해고하기에 급급하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은 엄청난 규모의 흑자를 이루었지만, 이는 기업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사회환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몇몇 대기업은 세계 1~5위까지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늘 제자리인 월급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 중에 한명인 차지헌 본부장이 알바생과 격의없이 복지후생과
처우개선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는 정말 우리네 현실에선 가능할 수 없는 일일까?



그뿐인가? 대형할인마트는 SSM을 비롯한 진출로 서비스업으로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서민들의 목구멍마저 막고 있는 상황이다. 통큰 치킨과 착한 피자등은 동네와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을 역설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지만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난 310일 답해 모두들 기가 막히게 했다.

 

기업이 정한 목표이익보다 초과달성했을 경우, 협력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미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건희 회장이 모른다면 경제개혁연대측의 주장대로 경제학 공부를 다시 해야되는 것이고, 만약 알면서 모른다고 했다면 그저 중소기업과 이익을 나누기가 싫은 탓일 것이다.

 

 

 참고 기사: 한국, ‘삶의 질은 최악인데 수명만

우리나라의 삶의 질지표가 주요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분석체계 개발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질 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39개국 가운데 2000년과 2008년 모두 27위를 기록했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차지헌의 모습도 눈물겨웠지만, 그보다 비정규직과 알바생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줄 아는 모습이 더욱 눈물겨웠다.
우리현실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저 판타지라고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없는 이 말도 안되는 패러독스한 상황이 현재 우리의 실제상황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한계에 도달해있다. 대학생들은 치솟는 등록금에 허닥이다 못해 반값등록금 시위에 나섰고, 취업을 포기한 청년실업자도 100만을 넘긴지 오래다.

 

억울하면 돈 벌어라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겠지만, 본래 재화는 한정적이다. 누군가가 많이 갖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적게 가지거나 아예 갖지 못할 수 있다. 부당하게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지속되면, 불만이 누적되고 이는 결국엔 폭동과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극한 상황이 되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모두 매우 불행하게 될 것이다.

 

워런 버핏 회장과 릴리안 베탕쿠르 로레알 상속녀 등이 외친 것처럼 우리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라는 슈퍼부자들의 외침이 국내 대기업 회장들이 외치길 바라는 것은 정말 바위에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만큼 공허한 일일까?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워런 버핏을 비롯한 슈퍼 부자들을 급히 수입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닌지 씁쓸한 상상이 아침부터 계속 반복되기만 한다. 그래서 <보스를 지켜라>의 이번 내용이 더욱 필자의 심금을 울린 지도 모르겠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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