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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味학

여름별미 찾아 3박4일 강원도 맛기행



여름별미 찾아 3박4일 강원도 맛기행


파워 블로거, 맛집 블로거 요즈음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블로거를 보는 시선들이 곱지 만은 않은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의 문제를 전체화 시키는 오류는 없어야겠지요. 특히 일부 언론들의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 나무라'는 식의 저급한 비난은 아예 무시를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블로거가 자성해야 할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맛집 블로거도 한때 논란이 되었었지요. TV나 신문, 잡지 등의 맛집 소개도 문제였지만 블로거들의 무분별한 맛집 소개도 분명 문제가 있었습니다. 맛을 통한 문화의 이해보다는 아주 주관적이고 자극적인 소스만 남기곤 했었지요. 맛집은 많고 그것을 소개하는 블로거는 많은 데 비해 맛에 대한 철학과 문화를 이야기 하는 이가 드물다는 건 한편으로 서글픈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볍게 맛있는 식당 하나쯤 소개하는데 무슨 철학과 문화가 필요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것이 내재되어 있지 않는 한 언제든 외부의 유혹과 '주관적인 맛'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맛을 느끼는 혀가 정직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이 바로 서야겠지요. 어찌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온 음식을 기껏해야 이삼십 년 밖에 되지 않는 세 치 혀가 섣불리 판단할 수 있단 말인지요. 그것도 아무런 훈련 없이 그저 말초적인 혀끝만 굴리는 걸로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식당 소개만 난무하고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블로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양의 음식 골목

어찌 보면 그것은 현재 Daum View의 흐름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고생해서 글을 쓰느니 보다 <1박2일> 같은 예능프로에 나온 식당에 가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느낀 점을 간단히 쓰면 메인에 걸리기도 하고 많은 조회 수를 보장받으니까요. 그런 글들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글들이 음식과 맛집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중의 호기심과 감각에만 부합되고 있다는 점이겠죠.

저는 여행자입니다. 맛집에 대한 소개는 웬만하면 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도 맛집 소개보다는 강원도의 음식들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식당 이름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홍천 화로구이 집만 해도 수십 군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겨우 한 식당만 가서 내 입맛에 맞다고 그 집을 소개하는 건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닐까요. 적어도 두세 군데의 이름난 맛집과의 비교, 일정한 시간을 두고 그 맛집을 두세 번 방문하여 맛과 서비스, 가격이 변함없는지를 확인,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의 맛집 평가와의 비교 등은 최소한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몇몇 맛집 블로거 분들은 다행히도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Daum View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자유스러움이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맛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게 합니다. 포스팅을 위해 맛집을 찾아다니는 역설과 섣불리 맛집을 소개하는 조급함이 그들에게는 없습니다. 자유로부터 맛의 여유를 느끼고 음식을 문화로 인식하는 고급스러움이 그들에게는 있습니다.

맛은 감각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입과 혀의 영역이 아니라 뇌와 심장의 영역이라고 여행자는 믿습니다.



산채정식이 먹을 만했던 양양 읍내의 'ㅈ'식당 

강원도의 맛은 어떨까? 동해와 설악산에는 어떤 맛들이 깃들어 있을까. 사실 강원도 하면 음식에 대해서는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대개 무미건조하고 밍밍하기까지 한 강원도의 음식은 해산물을 제외하고는 도시인들에게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했었다. 이러던 것이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강원도 음식이 다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강원도 음식의 대명사가 된 곤드레를 비롯하여 털게찜, 도루묵찌개, 양미리구이, 고성의 명태요리, 속초의 아바이순대, 양양의 송이요리, 강릉의 초당순두부, 동해의 곰치국 등 이제는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찰 정도이다.

여행자는 지난 4일 동안 강원도 일대의 음식들을 맛보았다. 주로 설악산 일대의 고성, 속초, 양양, 횡성, 홍천 등이었다. 그중에서 맛난 것도 있었지만 평범한 맛도 더러 있었으며, 한 음식은 맛에 대한 평가도 내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은 강원도의 음식은 대개 밑반찬이 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식당도 있었으나 열 군데가 넘는 식당에서 짠 맛을 강하게 느꼈다. 이는 장아찌 형태의 반찬이 많은 특징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영월에서 맛 본 곤드레밥

곤드레밥은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많이 나는 곤드레 나물로 밥을 짓는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의 영양이 풍부하여 최근 웰빙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곤드레 그것만 뜯어다 먹으면 한해 봄 살아난다.’는 정선아라리의 한가락처럼 곤드레는 원래 강원도 산간 마을에서 춘궁기에 먹던 나물이었다.

여행자는 영월과 정선에서 곤드레밥을 먹었다. 콩나물밥처럼 곤드레 나물과 함께 밥을 짓는데, 양념간장 하나로 쓱싹 비벼서 먹으면 그만이다. 담백하고 입안에 감도는 향이 좋은데 어떤 이는 너무 심심해서 특별한 맛이 없다고도 했다.

영월 주천면 신일식당의 꼴두국수

꼴두국수는 강원도의 별미인 콧등치기 국수의 일종이다. 보릿고개 시절에 하도 많이 먹어 꼴도 보기 싫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혹은 꼴뚜기처럼 시커멓고 못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영월군 주천면 신일식당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윤함구(75) 할아버지와 임덕자(65) 할머니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홍천 읍내시장 'ㅅ'식당의 칼국수

우연히 들리게 된 홍천시장에서 맛본 임자칼국수, 칼국수 이름이 특이하여 주인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하다. 그냥 보양식인 고급 칼국수라고 했다.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고 주인은 강조했다. 들깨를 갈아 넣어 걸쭉하면서 든든했다. 강원도 산간지방 특유의 담백함과 심심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김치는 역시 짰다.



양양 어부들이 즐겨먹었다는 메밀홍합장칼국수

메밀홍합장칼국수, 양양의 한 식당에서 먹었다. 제법 이름난 식당인데 음식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려 식당 이름은 제외하였다. 이 칼국수는 원래 뱃일을 마친 어부들이 숙취를 달래거나, 허기를 급히 채우기 위해 장국물을 풀어 얼큰하게 끓여 먹던 양양의 토속음식이다.

메밀로 만든 칼국수의 부드러운 면과 얼큰한 맛은 좋으나, 처음 고추장 맛이 받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국물 맛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홍천 화로구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홍천은 한우와 더불어 흑돼지가 유명하다. 44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도로 양옆으로 ‘oo화로구이’라고 적힌 간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양지말 화로구이’집과 ‘홍천 화로구이’집이 유명하다.

고추장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는 고추장만으로 양념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맛있다. 숯불에 구워먹는데 불판을 자주 갈아주어 양념에 묻은 고기가 쉽게 타지 않도록 하였다.


막국수
는 강원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메밀로 만들어 메밀막국수라고도 한다. 메밀국수를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음식으로 요즈음은 다양한 형태로 요리되고 있다. 막국수 자체는 담백한 맛이기 때문에 고기류가 들어가지 않으나 대신 구운 고기를 살짝 얹어 먹으면 그만이다.

                              속초 학사평 마을의 순두부

순두부 하면 강릉 초당순두부를 누구나 떠올리게 된다. 강원도에 오면 꼭 먹어야할 음식 중의 하나이다. 초당순두부와 더불어 이름난 곳이 속초의 학사평 순두부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김말자 할머니’ 하는 식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할머니의 이름을 내건 간판들이 이채롭다.

양념을 하지 않은 연두부는 부드럽고 목 넘김이 아주 좋다. 이 맛이 심심한 사람은 양념순두부를 먹으면 된다. 다만 양념순두부는 얼큰한 맛을 강조하다 보니 약간은 맵고 대접에 나오는 연두부와 달리 작은 뚝배기에 담아 양이 적다. 강릉의 초당순두부는 동해의 청정한 바닷물을 간수로 써 다른 지역과 맛이 다르다고 한다.

                               아바이마을은 가을동화 촬영지였다

1박2일 방송 이후 아바이마을만큼 유명세를 떨친 곳도 드물다. 특히 이곳의 오징어순대와 생선구이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먹어봐야 할 음식처럼 되어 버렸다.

갯배

방송 이후 또 하나 유명해진 것은 ‘갯배’이다. 물론 '1박2일' 전에 ‘가을동화’ 등 각종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말이다. 조양동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생기기 전에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를 이용하여 마을을 드나들던 것이, 지금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배가 되었다. 요금은 자전거도, 손수레도, 사람도 모두 200원이다.




계란을 입히지 않은 오징어순대

실향민의 정착촌인 아바이마을은 특히 함경도 사람들이 많아 사투리 ‘아바이’를 사용하여 아바이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갯배를 타기 전에는 생선구이, 갯배를 타고 가서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이다.

한 생선구이집의 골목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생선구이집으로 유명한 어느 식당은 아예 골목까지 대기하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주위의 다른 생선구이집이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유독 이 집만 붐빈다. 방송의 힘이 무섭긴 무섭다.

여행자가 찾은 곳은 다신식당, 아바이마을에는 순대로 이름 난 집들이 몇 있었으나 굳이 애써 찾아가기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보니 이 집도 나름 유명한 식당이었다.


찐 오징어 순대에 계란을 입혀 다시 굽고 있는 식당 주인

오징어순대는 오징어를 통째로 다듬어 씻고 그 속에 찰밥과 무청, 당근, 양파 등을 넣어 찐다. 그런 다음에 먹기 좋게 자른 후에 계란을 입혀 다시 팬에 굽는다. 계란을 입히는 이유는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란다. 계란을 입히지 않는 오징어순대를 다음날 먹어 보았는데, 역시나 거칠거칠하여 목 넘김이 좋지 않았다.




모듬순대를 주문하니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같이 나왔다. 가자미회와 명태회가 함께 나온 것이 특이했다. 특히 양념에 버무린 명태회는 그 맛이 기가 막혀 모두 칭찬하였다.


계란을 입힌 오징어순대





                                                                   아바이마을 밤풍경

강원도에는 동해안을 따라 물회가 별식이다. 남쪽의 포항시 북항과 죽도시장이 대표적인 물회의 고장이라면 강원도에는 고성 가진항, 속초 중앙동 일대, 강릉 사천항 등에 물회식당들이 모여 있다.


물회


여행자가 간 곳은 고성 가진해수욕장의 ‘부부횟집’이다. 이 횟집은 벌써 세 번째이다. 경남에서 가기에는 만만찮은 길이지만 강원북부에 갈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시원한 육수도 좋지만 국수사리가 무한 리필이다.







                               횟집 앞의 작은 해수욕장

 생선찌개

강원도 하면 생각나는 생선은 단연 양미리와 도루묵이다. 구워 먹어도 그만이지만 이날은 도루묵과 생선 몇 종류가 들어간 생선찌개를 먹었다. 도루묵은 사실 겨울철 별미이다. 11월, 12월이 산란철이라 맛도 있고, 알이 꽉 차서 입안에서 살살 터지는 알의 쫀득쫀득한 맛에 반하게 된다. 여행자가 간 곳은 갯배 승선장 인근의 ‘옛골’이라는 식당이었다. 대구탕과 생선찌개는 맛났으나 반찬이 모두 너무 짜서 먹기가 거북스러웠다.


횡성은 한우로 유명하다. 횡성 곳곳에서 한우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횡성 읍내에 가면 한우로 유명한 식당들이 더러 있다. 이곳 한우식당들의 특징은 고기를 주문받지 않고 가격을 매긴 소고기를 부위별로 진열해 둔다는 것이다.

손님들은 진열되어 있는 소고기의 가격과 상태를 보고 선택을 하면 된다. 그런 후에 식탁으로 가서 구워서 먹으면 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이다.

                         미시령 넘기 전에 본 울산바위

※ 위 사진들은 스마트 폰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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