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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따따부따

노르웨이 테러범의 한국사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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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각 분야별로 세계와 인류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상이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만들었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최초로 발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자신의 기대와 달리 군사적으로 사용된 데 회의를 느껴 유산으로 노벨상을 설립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은 평화상, 문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시상했는데 1969년 경제학상이 추가되어 6개 분야로 시상하고 있다. 

노벨상은 통상적으로 스웨덴에서 추천하고 결정해서 시상하지만 노벨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국회인 스토르팅에 의해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추천하고 시상식은 수도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국회에서 진행된다. 2000년 한국 최초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오슬로 국회에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머지 5개 분야 노벨상과 달리 노벨 평화상만 노르웨이에서 시상하는 이유는 정확하게 알려져있지는 않으나 서로 이웃해 있는 양국간의 우호증진을 위한 상징성도 있지만 노벨의 유언이 스웨덴인-노르웨이인 클럽에서 쓰여졌다는 점도 고려된 듯 보인다. 아무튼 노벨 평화상으로 인해 노르웨이는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세기에 있었던 많은 평화조약들이 노르웨이에서 체결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분명 노르웨이는 평화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이번 노르웨이 테러는 전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 지구상 어디에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땅은 사라져버린 듯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의 용의자로 알려진 극우 근본주의 기독주의자, 브레이빅의 테러 선언문에 담긴 한국 관련 내용은 테러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우려와 함께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테러범에 의해 폭로된 한국사회의 자화상  

브레이빅의 선언문 중에 'Family value(가족의 가치)'를 '가부장적 문화'로 오역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체적인 문맥을 볼 때 우려스러운 한국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테러범 브레이빅이 만나고 싶은 인물 중에 이명박 대통령을 꼽고 있다는 사실은 현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는 한국사회를 고발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브레이빅은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노르웨이와 달리 단일문화를 보존하면서도 경제적으로도 성장한 한국과 일본을 동경하는 모델로 꼽으면서 보수주의적 원칙과 가치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화의 장단점을 효과적으로 취사선택해 평화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이며 민족주의와 가족의 가치가 매우 강한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는 교황과 푸틴 러시아 총리를 꼽았으며 그 외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총장과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당수,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아소다로 전 일본 총리를 꼽았다고 한다. 교황을 제외하면 모두 전쟁 범죄자이거나 극우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다. 브레이빅은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이 동경하는 그런 부류에 넣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반다문화는 내가 받은 차별을 앙갚음이라도 하듯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흑인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버스 안에서 냄새가 난다며 모욕을 당해 신고했던 흑인이 또다시 경찰에게 차별을 받는 등 지난 10년 동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던 사례가 230건이나 된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를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문화 가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순혈주의는 여전히 한국사회의 주류 생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반다문화 이전에 한국사회의 반다양성은 그 뿌리가 깊다. 여전히 냉전적 사고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좌파'니 '좌빨'이니 '빨갱이'이니 하는 비난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오역의 논란을 빚었던 '가족의 가치'는 가부장적 문화라는 이름으로 남녀차별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테러범 브레이빅의 폭로(?)가 아니고라도 한국사회의 반다문화, 반다양성은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테러범 브레이빅이 언급한 한국사회에 대한 동경은 착각에서 비롯된 것도 없지 않다.

테러범의 한국 보수주의에 대한 착각

테러범 브레이빅은 석사에 필적하는 엄청난 수준의 독서와 독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대한 그의 신념 중에는 심대한 착각과 착오가 진실로 포장되고 있기도 하다. 우선 한국사회도 이제 다문화 가정이 대세라는 점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다. 

특히 한국의 보수주의는 그의 기대와 달리 반제국주의적이지도 민족주의적이지도 않다는 현실이다. 세계화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한 게 아니라 오로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세력이 한국의 보수라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의 보수주의는 제국주의적 잔재와 반민족적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집단이다.

친일파 청산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한국 근대화의 시작으로 칭송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주의적 보수주의자인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극악한 테러범으로 폄하하고 있다. 브레이빅이 싫어할 만한 미국은 한국 보수의 어버이 나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보수 집회마다 등장하는 성조기, 심지어 보수 기독교 단체의 집회에서는 미국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안하지만 테러범 브레이빅과 그가 동경하는 한국 보수주의의 공통점은 군복을 좋아한다는 것 뿐이다.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러시아 푸틴 총리는 브레이빅이 범행 직전 발표한 선언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말에 브레이빅은 악마의 화신이며 그가 무슨 말을 했든 미친 사람의 헛소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푸틴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진다. 

이번 노르웨이 테러 사건은 그 충격과 함께 테러범의 선언문에 한국과 한국 대통령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은 한국사회 내부에 적지않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정부 들어 후퇴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면이 아이러니한 형태로 폭로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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