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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남자의자격 청춘 합창단 박완규,임혜영마저 눈물 흘리게한 부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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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끄덕거린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였습니다. 초창기부터 남자의 자격을 이끌어온 신원호PD가 KBS를 퇴사하고 새로 남격 수장이 된 조성숙 PD가 처음으로 메인PD로 시험대에 오른 자리가 하필이면 남격의 흥망성쇠를 가리는 대형이벤트라는 것이 새로 라인업된 남격 제작진으로서는 큰 부담이 됬을 법도 합니다. 게다가 합창단은 작년 박칼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전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낳은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여, 어느정도 인기는 보장할 수 있지만 할 게 없어서 또다시 재탕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박칼린에 이어 공개적으로 합창단을 지휘할 사람을 찾았건만, 결국은 남자의 자격 멤버인 김태원이 우여곡절 합창단 음악감독의 자리를 수락하는 뜻밖의 상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합창단 지휘는 처음이지만 부활과 위대한탄생에서 입증되었듯이 대한민국 음악계를 수놓은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발굴해내고 지도한김태원이기에 과연 그가 어떻게 박칼린과 차별화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끌어나갈지 은근 기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밴드로서는 의심할 나위 없는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합창단 지휘는 처음인 김태원 스스로도 초조한 나머지 밤잠을 설쳐야만했습니다. 결국 그는 대한민국 합창의 자존심이자 세계 합창계 최고 권위자인 윤학원 선생님을 찾아가 짧은 시간내에 지휘의 비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역시 음악을 오래한 사람답게 윤학원 선생님의 지휘만 보고도 금새 그럴싸하게 따라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미약하지만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순간이였습니다. 

 


아무래도 김태원 혼자 합창단을 이끌어나가기 무리였는지 자신의 충실한 오른팔이자 수제자인 박완규에 현재 뮤지컬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임혜영을 보컬 트레이너로 섭외하였습니다. 뮤지컬계의 신민아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미모에 맑고 깨끗한 목소리에, 심성마저 고운 여성인것 같아 보기만해도 참 흐뭇하게 하는 여배우였습니다. 게다가 김태원의 지휘 레슨을 맡아주신 윤학원 선생님까지 특별 멘토로 참여하여 천군만마를 다 얻은 느낌입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럭저럭 만발의 준비를 마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엄선하여 합창단을 선발하겠다는 야무진 각오도 잠시, 61년생 이전 출생자로 지원자를 엄격히 제한하였지만 상상 외의 뛰어난 실력과 노래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참가자들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어안이 벙벙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더 심사위원을 곤경에 빠트린 건, 아무래도 참가하시는 어르신들 모두 다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시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연륜과 살아올 나날들의 아픔이 더욱 구구절절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올 가을에 결혼하는 딸에게 엄마 혼자서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딸 몰래 청춘합창단에 원서를 낸 한 어머니와 84. 숫자상으로 많은 연세에도 여전히 노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신 곱디고운 노강선 할머니때문에 급기야 공정성있는 심사위원으로서 가장 냉철한 모습을 보여야할 박완규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지난 겨울 위대한 탄생에서 외인구단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박완규는 자신의 분신인 선글라스까지 벗고 흐르는 눈물을 딲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54세에 청춘 합창단 지원자 치고는 적은 나이에 속하지만, 살면서 가장 견디기 어렵다는 자식을 먼저 땅 속에 묻은 아픔을 '만남'이란 노래로 이겨내셨다는 정재선 어머니를 보고 저역시나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동갑이신터라 그 분이 먼저 떠나보내신 아드님 또한 저와 비슷한 나이였을 터라 더욱더 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한창 자랄 나이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아들과 훗날 하늘 나라에서 다시 만날 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창단이 되고 싶다는 정재선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에 모두가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들과 다시 만날 날만 기약하면서 수천번도 더 불렀을 슬프고도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그 노래에 감히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예상 외의 눈물바다에 심사위원과 제작진 또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저히 객관적으로 심사자체가 불가능한 방송 위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였습니다. 개중에는 환갑을 지난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젊은이들보다 더 정열적으로 사는 청춘들도 더러 있었지만, 자식과 가족을 위해 한평생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만 충실했던 어르신들이였습니다. 방송출연과 오디션 자체가 처음이라 엄청난 긴장감을 보인 어르신들이 대다수였고, 그런 분들을 보면서 마치 부모님을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역시 오랜 경륜이 있으신 분들만 모셔놓은 터라 한분 한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다 진심을 다한 노래와 저같은 20대 젊은이들은 알 턱이 없는 삶에 대한 깊이가 있었습니다. 

 


60을 바라보는 황혼의 나이를 두고 평탄한 인생만 걸어오셨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들 견디기 어려운 힘겨운 나날들이 있었고, 그 눈물의 세월들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그분들을 오늘 이 자리에 서게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들 제 부모님 연세 이상이시다보니 한 분 한 분의 사연 모두다 내 가족 이야기같았고, 그 분들 모두 합격하고 잘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기교가 없는 무반주의 노래에도 세상의 그 어떤 노래보다 더 공감이 가고 독설가로 세상을 떠들석하게했던 박완규는 물론 보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기적의 연속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퇴근 시간에 맞춰 자신들의 숨겨왔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50대 테너 부대의 감동적인 무대가 펼쳐진다는 것이죠. 예고편에 잠시나마 나온 그 분들의 노래는 전문적인 성악가라고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적잖은 나이에도 풍부한 성량과 가창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남몰래 키워온 꿈과 재능을 애써 숨기면서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한평생 살아온 부모님들이였습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 자식들 키우시느라 인생의 즐거움을 뒤로하면서 고생만 하시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을 뒤로하고 적지않은 나이에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못다한 꿈을 펼치는 열창을 보고 들으면서, 불효자로서 더욱더 죄스럽고 눈물이 날 뿐이였습니다. 

 


시작 전에는 또 합창단을 한다는 말에 할게 그렇게 없나고 남격 제작진의 아이디어 고갈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어르신들의 인생에 대한 연륜이 더하여, 말로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존경심으로 전편과는 또다른 감동에 전혀 다른 도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이제 모든 자신만의 인생의 2막을 열고자하는 어르신들에게 할 수 있는 큰 용기를 북돋아 줌은 물론이요, 우리 젊은이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저 분들처럼 멋지게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가져다준 실버 합창단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그 어떤 화려한 노래보다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는 노래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진리가 저절로 일깨워지는 순간이였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끊임없는 자식 걱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 그 어떤 오디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한 감동의 물결과 앞으로 부모님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다짐까지 생기는 예능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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