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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신용카드 리볼빙, 돌려막기와 다름없다

by 이윤기 2011.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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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신용카드 선포인트 결재의 문제점에 관하여 살펴 보았는데요, 오늘은 신용카드사 리볼빙 결재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떤 잡지사에서 직장인들에게 월급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결재라고 답하였다고 합니다.

기분 좋은 월급날이라면 가족외식이나 연인과의 데이트를 떠 올려야 할텐데 왜 카드결재를 가장 많이 떠 올렸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월급을 받아서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회사에서 빚을 내서 한 달을 살고, 월급날이면 그 빚을 갚기에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선포인트 결재는 물론이고 무이자할부나 할인 혜택 때문에 과소비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포인트 결재나 할부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리볼빙 결재입니다. 리볼빙 결재는 매월 사전에 카드회사와 약정한 일정비율만 결재를 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대출처리가 되어 신용카드가 연체자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서비스입니다.



리볼빙 서비스 이자, 최고 27.5%(연)

원래 리볼빙 제도는 일시적으로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신용카드 연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따져보면 신용카드 돌려막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실제로 요즘 신용카드 회사 상담원에게 가장 많이 받는 전화가 바로 ‘리볼빙 결재’를 이용하라는 마케팅 전화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하는 카드는 최소 결재비율을 10퍼센트에서 시작하는데, 나머지 90퍼센트 결재 금액은 그냥 공짜로 결재를 늦추어 연체를 면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최저 7퍼센트에서 최고 27.5퍼센트의 이자를 부담하며 자동으로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용카드로 패가망신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하는 ‘현금서비스’ 돌려막기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서비스인 것입니다.


만약, 1천만 원 한도의 신용카드로 매달 150만 원씩 쓰는 사람이 한 달 결재 비율을 10퍼센트로 설정해 놓으면 13개월만에 신용카드 사용한도에 도달하며 매월 대출이자를 추가로 갚아나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1천만 원의 카드빚이 쌓여있는데도 매달 10퍼센트씩 결재하는 결재대금도 120여만 원에 이르게 됩니다. 더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데도 매월 100만원이 넘는 결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입니다.
 


심지어 카드회사는 통장에 잔액이 많이 있어도 소비자가 리볼빙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최소금액만 출금하고 나머지는 잔액에서는 수수료를 챙겨간다는 것입니다.

또 카드회사 상담원의 권유전화를 받고 리볼빙서비스를 신청한 소비자 중에는 자신이 리볼빙 서비스로 대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매월 이자를 부담하며 빚을 쌓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리볼빙 서비스 가입률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사용금액보다 결재 금액보다 적게 청구되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게 되며, 리볼빙 대출이 늘어나면 결국은 더 헤어 나오기 힘든 신용불량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들이 리볼빙 서비스의 위험을 잘 모른다고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파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제법 널리 알려졌지만, 리볼빙 서비스 역시 카드 돌려막기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리볼빙 서비스는 약탈적 대출?

마침 며칠 전 한겨레신문 기사에 연20~30% 고금리 숨기고 ‘최소금액결제’ 대출 영업을 해온 신용카드 리볼빙제도 이용 고객이 피해사례가 1면 머릿기사(카드사 약탈적 대출 고객이 소송 나섰다)로 나왔습니다.

개인 금융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하고,  ‘간편하고 손쉬운 대출’을 내세운 금융회사의 마케팅에 넘어가는 소비자는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약탈적 대출’의 유혹에 넘어간 서민들의 피해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자신이 2년 동안 이용해온 ㄱ카드사의 ‘최소금액결제 서비스’가 연 20~30%대 고금리 대출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매달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5~10%만 갚고 나머지는 빚으로 돌리는 ‘리볼빙 서비스’에 신용카드사들은 회전결제·자유결제·페이플랜·최소금액결제 등의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붙였다. 양씨는 “최소금액결제 서비스가 우량 고객에 대한 카드사의 서비스인 줄로만 알았다”며 “그동안 빚이 쌓였다니 배신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사를 읽어보면 그는 최소금액 결재 서비스가 연 20~30%대의 고금리 대출인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카드회사 상담원들의 전화를 받아보면, '자동대출'이라고 말하지 않고 '신용카드 연체 막아주는 서비스'라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미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신용불량자가 된 경험이 있습니다. 참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 때도 돌려막기를 위하여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자 카드사가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높여줬다는 것입니다.

"그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던 2003년 빚보증을 잘못 서 큰 빚을 떠안게 됐다. 급한 대로 신용카드 6개를 발급 받아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자 신용카드사는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높여줬고 양씨는 점점 빚의 수렁에 빠졌다. 그는 1년여를 버티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카드회사는 신용카드 6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결국 그는 신용카드 돌려막기 -> 카드론 대출 -> 리볼빙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례로 밟은 샘입니다. '약탈적 대출'이라는 용어가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학등록금도, 아이들 학원비도, 유치원 교육비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에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날 수록 카드 회사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도 가맹점도 모두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액의 대학등록금은 학교 당국에서 분납 혹은 월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면 신용카드 결재를 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아이들 학원비, 유치원 교육비도 서로 빚을 권하는 방식으로 결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포인트 적립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빚내서 사는 삶'에 길들여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혜택이 많아진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혜택을 누리려면 반드시 받은 혜택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