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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0만원 로봇장난감, 꼭 실패해야 하는 이유?

by 이윤기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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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어린이날에 맞춰 유아용 로봇 '키봇'을 출시하였다고 합니다. 몸을 쓰다듬으면 머리를 흔들며 "기분 좋아"를 외치고, 엉덩이를 만지면 "뿡뿡" 소리를 내고, 또 책상 위를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동작을 멈추고 알아서 후진을 한답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장난감과는 차원이 다른 IT 기술을 접목하여, 아이가 아빠 그림이 붙은 RFID(무선인식 전자태그) 카드를 갖다 대면 아빠와 직접 영상통화를 할 수 있고 거꾸로 부모 휴대폰으로 키봇을 원격 조종해 아이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RFID 카드를 갖다대면 로봇이 엄마대신 동화도 읽어주고, 알람 시간을 입력해두면 아침마다 아빠대신 아이를 깨워준다는군요.

또 와이파이(무선랜)와 연결해 스마트폰처럼 동화나 동요 콘텐츠를 내려 받아 볼 수도 있고 일반 전화기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키봇(kibot)'은 '키즈(kids)'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KT는 산업용이 아닌 일상 생활에 접목한 세계 첫 상용 로봇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키봇에는 43가지 특허 기술이 들어있으며 실생활에 필요하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에 촛점을 맞추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삼성, LG가 초기 비용에 대한 염려 때문에 물러선 사업에 KT가 뛰어들어 아이리버와 개발을 시작하여 6개월 만에 40억의 개발비용을 들여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로봇을 만들어낸 KT에서는  3~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키봇은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적당한 제품이라고 소개합니다. 


애들을 친구대신 로봇과 놀게하라고?

어린이날을 맞아 출시된 제품이지만 중산층이라고 하더라도 어린이날 선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제품가격만 부가세 포함 53만이나 되고 추가로 매달 서비스 이용료 7000원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기본 제공되는 국내 통화 100분을 사용하고 나면 추가 통화료를 물어야 하며,  디지털 콘텐츠 10편 외에는 건당 500~1000원인 콘텐츠 요금도 추가 부담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현재까지 확보된 컨텐츠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 로봇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만약 실패하지 않으면 참 많은 아이들이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실패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싫증을 내지 않고 얼마나 가지고 놀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난감도 아이들에게 일주일 이상 흥미를 지속시키기 어려운 것이 보통입니다.

새로운 컨텐츠가 꾸준히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게임과 같이 자극적이고 중독성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면 아이들이 싫증을 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제 아무리 첨단 기능을 가진 값비싼 장난감이라고 하더라도 집안의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자극적이고 중독성있는 컨텐츠 보급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고,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도 불행해지고 값비싼 장난감을 사준 부모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아이들 손에 값비싼 게임기를 쥐어 준 부모들 중에 후회하지 않는 부모를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시도 때도없이 부모에게 영상통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능도 유익하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힘들게 직장에 출근하는 엄마, 아빠와 헤어진 아이들이 다른 놀이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여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보급? 예산낭비, 더 많은 아이들을 위험으로 내모는 일

KT의 키봇 판매를 소개하는 신문기사에서 기자는 "차라리 일반 가정집보다는 어린이집 등 영유아 보육시설에 보급"하는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수 많은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더욱 위험한 발상이며 자칫하면 막대한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는 어설픈 제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KT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니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리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앞서 말했듯이 KT의 로봇 사업이 실패하지 않으면 결국은 많은 아이들이 불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추가로 다양한 컨텐츠가 보급되고 아이들이 이 로봇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아이들 사람대신 로봇(기계)와 교감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텔레비전이 등장한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이 특별히 발달하였다는 징후가 많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보다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이 아주 띄어납니다. 3~4살만 되어도 어른들은기능을 익히기 힘들어하는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룹니다. 

철없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신기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태어나면서부터 TV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TV를 틀어주고 TV를 베이비시터처럼 사용하는 경우 아이들은 심각한 TV 중독의 후유증으로 과잉행동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경우 부모들은  아이가 일찍부터 온갖 기계에 노출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와 교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보여주는 진짜 문제는 사람과 교감하는 능력,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이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친구 사귀는 것을 힘들어 하고, 자연과 만나면 불편해합니다.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사람과는 눈 맞춤이 안 되는 경우도 생기지요.

살아있는 원숭이처럼 반응하고 사람처럼 말을 주고 받고, 엄마 대신 동화책을 읽어주는 로봇, 아이가 원할 때마다 엄마, 아빠와 화상통화를 연결 시켜주는 로봇과 교감하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좋은 걸까요?

어른들은 아이는 사람과 어울려 놀고 자연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을 왜 자꾸 잊어버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