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인권 활동/후기·인터뷰

십대 섹슈얼리티를 만나다

by kwhotline 2011. 5. 13.


십대 섹슈얼리티를 만나다!



유쾌하고 발칙한 이야기가 왔다! 지난 4월 27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십대 섹슈얼리티를 만나다’란 제목으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20여명의 회원과 지역주민이 함께 한 이번 토론회는 ‘핫(hot)’한 주제만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토론에 앞서 변혜정 교수(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 대표)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변혜정 교수는 ‘십대의 성’이 성폭력, 성매매 등 ‘문제적’인 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십대를 계몽이나 훈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십대가 성적 욕망을 가지고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는 성적 주체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동등한 시선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성을 주제로 십대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십대와의 소통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1. 당신과 10대는 어떤 차이가 납니까?

참여자 중 “나는 십대보다 경험을 많고, 이를 통해 더 깊고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는 대답에 나왔다. 당신도 이 말에 끄덕끄덕 했다면, 이제 십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른이 될수록 생각이 좁아진다.”

십대들에게 어른과 10대의 차이에 대해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다.

같은 내용의 질문에 십대와 어른이 다른 대답이 나왔다는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와 십대의 차이에 관한 질문은 자신이 십대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십대를 삶과 행위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질문을 반복할수록 십대와 어른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만이 남게 되고, 이러한 차이조차 개인의 차이로 수렴될 수 있다.

이 질문의 핵심은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있다. 평등한 시선으로 십대를 바라볼 때, 비로소 십대를 삶의 주체로 인식할 수 있으며, 함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성에 관한 이야기도 말이다.


2. 당신의 10대 경험은 어떠했나요?

“꺄르르 참 좋았죠.” “그땐 참 많이 놀았던 것 같아요.”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딱딱했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십대 때의 경험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십대 때 가졌던 성적 욕망과 또래 문화 안에서 놀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던 성적 실천들을 기억해내자. 십대 때의 자신의 성적 욕망과 경험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십대의 입장에 되어 섹슈얼리티를 생각해보게 하며, ‘지금의 나’와 ‘십대의 나’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이제 십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3. 나의 십대와 지금 십대를 비교하면, 십대의 문제가 무엇일까요?

십대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 그것이 왜 나에게 문제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십대들의 입장에서 그 문제를 바라본다면 어떻게 입장이 달라질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자.

어른들은 십대들의 성에 대해 ‘무엇’을 ‘왜’ 걱정하고 있을까? 십대가 미숙하고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어서? 혹시 보호라는 이름아래 ‘순결’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십대의 성을 이야기할 때 한국사회는 여전히 ‘순결을 지키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성 담론에서 ‘순결’은 중요한 가치이며, 십대는 그 중요한 ‘순결을 지켜주는 대상’으로 간주된다. 직접적으로 순결을 강조하지는 않을지라도,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 위험하고 문제적인 성 위주로 십대의 성 담론을 구성하면서 십대에게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주입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 사건에서 자식이 ‘순결을 잃었다 것’이 드러날까 봐 가해자를 체포하고도 기소를 포기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이러한 지점을 잘 보여준다.

이미 어른들은 ‘순결’이라는 ‘성’에 갇혀있기 때문에 십대들이 성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도 인정하지 못하고, 십대의 성문화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 아래 십대는 어른에 의해 훈계당하고 가르침을 받는 대상으로 객체화 되며, 성적 존재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십대가 원하는, 그리고 필요한 섹슈얼리티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화끈화끈, 여기는 ‘성’의 토론장

강연에 이어 뜨거운 토론도 이어졌다. 십대 자녀를 둔 참여자들이 많았고, 십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십대인 자녀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임을 인식하고, 자녀와 부모가 서로의 차이를 바라볼 수 있는 것부터가 동등한 시선 맞추기의 시작이라는 점, 또 부모들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참여자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출된 십대의 누드사진이 성폭력 사건에서 십대여성의 자작극으로 밝혀지는 과정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한국사회가 십대의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십대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성을 욕망하고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십대의 섹슈얼리티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시장으로 들어와 적극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른들은 십대와 어떻게 소통하고 개입할 수 있을까?

토론이 진행되면서 참여자들은 어른들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때, 10대들도 성적 주체로서 삶을 구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어른들의 자기성찰과 변화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에 모두 동감했다. 또한 십대의 성과 더불어 무성적인 존재로 간주되는 노인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이야기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십대에게 욕망하지도 실천하지도 말라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더러 십대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제 어른들은 십대를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십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중심엔 십대의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대해 이해하고, 이러한 사회문화적 구조를 정의롭게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제적으로 여겨졌던 십대들의 성, 그리고 당연하게 여겼던 순결과 성별, 나이, 계급 등을 둘러싼 위계까지 십대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는 이처럼 다양한 문제의식을 끌어내 주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십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2011년 한국여성의전화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십대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십대들의 유쾌하고 발칙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성의전화의 활동에 주목하라. 십대와 시선을 맞추고 소통하는 신나는 경험! 한국여성의전화에 새로운 돌풍이 몰아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든다.



황나리 기자_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고갱이’




2528754D58917F1B01D60A2405D04D58917F1B04061F2458754D58917F1B3874B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