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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포트

박지성과 파브레가스의 자상한 리더십

by 이세진 2011. 1. 24.
최근 아스날의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팀동료이자 파브레가스의 친구인 데닐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브레가스는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 팀엔 강력한 카리스마의 리더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는데요. 파브레가스는 데닐손이 한 말이 언론에 의해 앞뒤가 잘려나가서 오해를 산 것일 뿐이라며 데닐손을 감쌌고, 데닐손 스스로도 오해가 있던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었습니다. 벵거감독은 파브레가스가 뛰어난 리더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죠.

네, 어쩌면 데닐손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마디 한마디에 카리스마가 넘치고, 너무나 강한 면모에 팀원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지닌 권위적인 리더가 바로 데닐손이 말한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일까요? 아무래도 현재 아스날 캡틴인 파브레가스의 모습과는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이 다른게 사실입니다.


맨유의 박지성(대한민국대표팀 캡틴)과 아스날의 캡틴 파브레가스


하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전화통화를 하기위해 공중전화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인터넷 접속을 위해 모뎀이 접속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자연스럽게 리더의 모습도 변화했구요. 우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모습도 변화했습니다. 어쩌면 파브레가스의 모습이 새로운 리더의 아이콘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쯤해서 저는 무언가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캡틴 박지성과, 포병군단 거너스의 캡틴 파브레가스의 리더십은 웬지모르게 닮아있다?'


친구같은 리더, 자상한 리더… 2011년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
뭐 예전 리더들의 모습이 우월한것도 아니고, 현재 리더들의 모습이 우월하다고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단지 리더의 모습이 변화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캡틴완장을 찬 이후 대표팀은 축구를 다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간간히 대표팀 팀원들과 주장 박지성선수의 일화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올때가 있습니다. 그로 짐작해보컨데 캡틴 박지성선수는 후배선수들에게 굳이 호통을 치거나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닌듯 합니다. 조용조용히 조언이 될만한 이야기들만을 해주거나, 후배선수의 플레이가 좋을때 넌지시 칭찬한마디를 던지며 후배선수들의 동기부여에 불(?)을 당겨줍니다.

경기장에서의 모습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지시하는 것 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11명의 선수 중 가장 열심히 뛰면서 후배선수들이 절대 대충 뛸 수 없게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박지성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조용한 리더십', 즉 본인 스스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데닐손과 관련해 보도된 인터뷰가 '오해'라며 그를 감싸는 메시지와 함께 파브레가스가 올린 사진. 너무 흔들렸다. ^^;;;;


최근 논란이 되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모습도 이러한 캡틴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 선수 중 한 사람입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는 FC바르셀로나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사비-이니에스타 라인에 밀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빈번하기도 하고, 거의 막내 귀요미(?) 선수 취급을 당하곤 하는 모습이지만 아스날에서 만큼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록 전통적인 모습의 리더는 아닐지라도, 누구보다 가장 열심히 뛰고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팀원들을 이끌어갑니다.


얼마전 세계적으로 훌륭하고 어린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보이 시상식에서 맨체스터시티의 발로텔리가 잭 윌셔를 재치고 수상의 영광을 누린적이 있습니다. 그때 발로텔리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함께 골든보이 후보였던 잭 윌셔에 대해 들어본적도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어린 윌셔에게는 다소 상처가 될 말이였을수도 있습니다. 나름 '잉글랜드의 미래'라는 소리를 들으며 촉망받는 유망주로 꼽히는 윌셔인데 말입니다. 그때 세스크가 윌셔에게 보낸 트위터 메시지가 훈훈한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큰형의 진심어린 말이 윌셔에겐 아마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잭 윌셔가 롤모델로 꼽는 세스크가 직접 해준 응원의 말이니 두말하면 잔소리죠.

엊그제 아스날은 위건을 홈으로 불러들여 3-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경기력면에서 완전히 압도한 경기였죠. 전반전 동안 위건에게 단 한차례 슈팅도 내주지 않을정도였으니까요. 이날 로빈 반 페르시는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자신의 경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반 페르시에게도 단 한가지 오점이 있었으니, 70분경 얻은 패널티킥 기회에서 볼을 허공에 날려버리고 만겁니다. 물론 이미 스코어는 2-0 이였으므로 부담은 덜했을 겁니다.




반 페르시가 머리를 감싸쥐고 좌절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박수를 치며 달려가 그를 꼭 안아줍니다. (반 페르시가 연장자입니다. ^^;) 파브레가스의 다독임 덕분인지 반 페르시는 해트트릭을 완성시키고 맙니다.

아시안컵 우승트로피를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 박지성, EPL 프리미어리그에서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스날의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 두 사람의 리더십은 웬지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분명 '전통적인 리더'의 모습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세상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군요.

'자상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두 사람이 대회 말미에 멋지게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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