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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서평단 제도, 내 책읽기를 방해하는 독(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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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서평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모집에 당첨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책이 도착하지 않아 며칠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어젯밤에 동네 수퍼에 들렀다가 내 이름이 적힌 택배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기다리던 책이었다. 수퍼 사장님 말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이틀을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없길래 수퍼에 맡겼다고 한다. 택배상자를 다시 보니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전화라도 하지...' 서평 마감이 며칠 남지 않아 택배기사에게 원망섞인 생각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개봉하고는 읽기 시작했다. 

나는 현재 한 곳의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곳저곳 서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이 마침 올라와 있으면 참여신청을 하곤 한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서평 사이트를 제외하곤 거의 참여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간혹 여러 서평 사이트에서 동시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럴 때면 참 난감해진다. 또 그동안 내가 지켜왔던 책읽기 습관이 무너지면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나를 두고 한 말이거니 하고 스스로 머쓱해지기도 한다. 

요즘 블로그에 서평단 제도에 관한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대부분 서평단 제도를 비판하는 글이지만 동감하는 바가 크다. 저도 서평단 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너무 가식적이지 않냐고? 그렇다면 할 말이 없어진다. 다만 내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나를 포함해서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누리꾼이나 블로거는 일반 독자일 뿐이지 책이나 문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아니다. 결국 말이 서평이지 리뷰 수준의 글이 대부분이다. 오죽했으면 나도 2011년 독서계획으로 제대로 된 서평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사실 매월 몇 편의 서평을 의무적으로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내 독서패턴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또 다음 서평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은연중에 좋은 내용만 언급해야만 하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인데도 말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출판사들이 서평단 제도를 도입하고 또 고집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평단 제도는 출판사의 상술에 불과하고 자신의 독서 패턴을 무너뜨리는 책읽기의 독(毒)이기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서평단 제도를 활용하는 독자의 계획성 있는 신중한 선택을 전제로 한다.

나는 매월 의무적으로 서평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몇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려야 하는 곳은 피해서 서평단 제도에 참여한다. 몇 년 전에 그런 서평 사이트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다. 매월 일정 시간을 그 책들에 할애하기도 힘들었거니와 참여하는 동안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을 전혀 읽지 못해서다. 지금은 서평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내가 원하는 책(고전이나 신화)이 있으면 참여를 한다. 그렇다보니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서평 사이트에 참여해서 읽고 있다. 때로는 독서편식을 해소하고자 최근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책들의 서평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서평단 제도를 활용하고 보니 내 독서패턴도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는 덤을 얻기도 한다.

또 서평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책이나 블로그 등에 소개된 책들 중에서 구입해 읽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진정한 의미의 서평은 아닐지라도 좋은 내용들로만 도배된 글일지라도 관심있는 내용이면 기꺼이 구입해서 읽는다. 영화도 그렇지 않은가! 스토리야 다 알지만 굳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직접 보지 않으면 그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고전이란 언젠가 읽어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책도 직접 읽어보지 않고 짤막한 소개나 타인의 서평만으로 다 읽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따지고 보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고전이 몇이나 되겠는가?

서평단 제도가 출판사의 상술이라 하더라도 독자 입장에서 잘만 활용하면 독서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덧붙인다면 나는 언론에서 매주 소개되는 전문적인 서평보다 서평사이트나 블로그에 있는 일반 독자의 두서없는 글들에서 더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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