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1년... “블랙박스에 답이 있다”

1년을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았다. 그런데도 동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둘째 누나 허경주씨의 이야기다.

허경주씨는 지난 1년 수없이 마주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이역만리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동생을 어떻게 찾냐’고. ‘이제는 그만 잊으라’고 한 현실을. 하지만 구명벌 두 척이 발견되지 않았다. 살아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대로 어떻게 포기를 할까.

심지어 지난 2월에는 남대서양을 떠돌던 그리스 구명보트가 14개월 만에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1년 넘게 태평양을 표류하다 살아남은 멕시코 사람도 있다. 돌아오지 못한 22명의 스텔라데이지호 선원들이 여전히 그 바다에 있는데. 어떻게 포기를 할까.

그런데 지난 1년 사이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조차, 처음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이 ‘선박의 구조적인 결함’이라고 인정했다.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침몰 원인은 악천후였다”며 입장을 바꿨다.

가족들은 ‘(배가 침몰할 때) 날씨가 쾌청한 한낮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선사는 ‘기상자료를 잘 못 봤다’는 핑계를 댔다. 아들과 동생이 1년 째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침몰 원인조차 왜곡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가족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면서도 좀 더 집중해서 행동해야 함을 느꼈다. 순식간에 사고 원인이 뒤바뀌는 상황, 가족들은 수색 장비를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알기 위해선 블랙박스 수거가 필수다. 스텔라데이지호에 남아있는 블랙박스에 모든 진실이 있다.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이 되는 3월 31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함께 모여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심해 수색 장비 투입을 촉구할 계획이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도움으로 1년을 버텼다. 1년이 되는 3월 31일, 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것을 기대하고 있다.

(취재 및 영상편집 : 김종훈)

ⓒ김종훈 | 2018.03.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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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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