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체조 선수? 한국 에어리얼 1호 김경은

"(에어리얼 스키), 되게 멋있지 않아요?
몸이 떠 있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가 좋아요.
점프대 박차고 날 다가 딱 착지하는,
새처럼 날아오르는 느낌이에요."



동계 올림픽으로 ‘전업’ 한 체조 선수가 있다.

무려 체조 12년 차, 김경은(21) 선수 이야기다. 그녀가 출전한 종목은 기계체조의 도마(뜀틀)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에어리얼 부문이다. 경기 방식은 물론 채점 방식까지 도마 종목과 유사하다. 에어리얼은 싱글, 더블, 트리플 중 한 가지의 점프대를 선택해 스키를 신은 채 점프대를 도약하여 공중에서 동작을 펼친다. 이때 허공에서 선보이는 공중 동작과 착지가 평가의 주된 요소라는 점이 도마 종목과의 주된 공통점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에어리얼에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것은 김 선수가 최초다. 한국 에어리얼 스키 1세대라는 이름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김 선수. 그녀의 첫 도전은 15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결과는 19등, 예선 탈락이다. 상위 12명만 들어갈 수 있는 에어리얼 부문 결승 진출이 이번 올림픽 목표였던 그녀에겐 아쉬운 결과였을 테다. 경기를 마친 다음 날, 그녀를 만나 이번 올림픽의 만족도를 물으니 ‘60~70% 정도’라 답했다.

“저는 허공에 몸이 뜨면 알거든요. 아, 착지할 수 있다, 아니다 라는 것을. 마지막 경기 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너무 몸이 붕 뜨는 거예요. 그때 착지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다치지 않고 마무리한 것에는 만족하지만, 솔직히 결과가 아쉬웠어요.”

이제 출발선에 들어선 한국의 에어리얼 스키. 비인기 종목인 만큼, 외부의 지원도 없을뿐더러 훈련을 하기 위해선 중국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훈련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선수는 에어리얼을 시작하고 처음 석 달 동안 중국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외롭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인 이 어린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김 선수는 ‘에어리얼 스키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혼자 타지에서 훈련했던 순간을 꼽았다.

"체조했을 때와 달리, 이 종목으로 옮긴 후에는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중국에서 친구들이랑 연락할 때마다 맨날 보고 싶다는 말 밖에 안 하고…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게 제일 힘들었어요."


"본인에게 에어리얼은 뭐예요?"
"또 다른 시작이요."

서울체육고등학교 기계체조 선수로 재학할 때 현 에어리얼 국가대표 조성동 감독의 권유로 종목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물론 12년간 해온 체조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마찰도 많았다. 체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명료하다. 허공에서 회전하는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짜릿함 때문이다. 그녀는 그 순간이면 ‘마치 새가 된 느낌’을 받는단다.

"에어리얼, 되게 멋있지 않아요? 몸이 떠 있는 순간, 그때가 좋아요. 점프대 박차고 날아올라서 착지하는, 새처럼 날아오르는 그 순간이요."

순수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종목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이 순간의 그녀는 국가대표도, 에어리얼 1호도 아닌, 스물한 살 김경은이었다. 이제 앞선 묵직한 이름들을 내려놓고 다시 비인기 종목 선수로 돌아가야 하는 김 선수.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해요. 기술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낮고. 다음에 베이징 올림픽을 노릴 수 있다면, 그땐 노력해서 스키 점프대를 두 단계 높여 도전하고 싶어요. 기술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서요."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녀를 한 단계 성장시켜줄 성장통이 됐다.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에어리얼이라는 종목도, 김경은이라는 이름도 생소하게 들릴 테지만, 훗날 에어리얼 스키를 떠올리면 김경은 선수를 말하는 스포츠 팬들도 생겨날 것이다. 한국 에어리얼의 시작, 김경은 선수. 그녀의 앞날이 궁금하다.

(취재 : 강연주, 김혜주 영상편집 : 김혜주)

| 2018.02.17 19:4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