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작성자 박성미 "실명 인증 박근혜 비판글 고맙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지 하루 만에 조회수 50만 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게시자 정모씨가 직접 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복사해 올린 것으로, '퍼온 글'의 반응이 커지자 정씨는 이 글을 자진 삭제했습니다.

오마이TV는 이 글의 작성자인 영화인 박성미씨를 오늘(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글을 쓰게된 계기와 당시 심경을 들어봤습니다.

[박성미 영화인] "일단 그런 생각이 다들 들잖아요, '뭐라도 하고 싶다 뭐라도...도대체 뭐가 문제고 뭐라도 하고싶은데.' 저도 너무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저와) 관계는 없지만. 이런 세상을 만든 이런 세상을 지지했던 우리가 잘못이다."

프랑스에서 4년 동안 머물며 영화 공부를 한 뒤, 단편 영화들을 연출해왔던 박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이 청와대 실명 게시판으로 옮겨져 큰 반향을 일으킨 것에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라면서 이번 일이 대통령 실명 비판의 계기가 됐다고 고마워했습니다.

[박성미 영화인] "'여자 대통령이 좋다고 생각해서 박근혜를 뽑았던 사람인데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내 손으로 박근혜를 뽑았는데 아니, 이건 그냥 아닌 것 같다, 정부도 아닌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젊은 고등학생인가 대학생 분들이 굉장히 장문의 댓글을 달아주신 분도 계시고... 그 글이 촉매제가 되어서 '사람들이 실명 인증 하고서 대통령 비판글을 실명 인증하고 쓰고 있어'라는 게 보편적으로 됐다는 게 되게 감사하고 고맙고."

특히 박씨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임무를 다 하지도,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고 질타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박성미 영화인] "(세월호) 선장을 감싸고 있는 그 시스템이 훨씬 문제이고. 저는 그래서 대통령과 선장이 똑같이 책임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하야가 목표다', 그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라 생각해요. 정말로 국민이 화가 난다면 내릴 수 있어야, 그 사람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을 거 아니에요. 국민이 소중한 줄 알고 생명이 소중한 줄 알겠죠. 이런 이유로 대통령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그 사람들이 앞으로는 함부로 하지 않겠죠."

박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수습과정을 보며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감는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박성미 영화인] "용산(참사 이후) 자살하는 사람이 너무나 급속히 늘어난 거예요. 이건 신호였던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죽고 하는데 이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정치 쪽에 잘못을 묻지 않고 안이하게 있었더니 이런 일이 터진 것 같아요."

오늘 오후에 청와대 실명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린 박씨는 이번 일이 불거진 뒤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도 박 대통령 하야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성미 영화인] "슬픔의 시기를 우리가 충분히 공감하고 그러면 박근혜 하야를 위해서 아마 촛불을 들 수도 있겠죠. 아니면 정말 사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 사람과 함께 찾아볼까 생각 중이고. '하야'라는 걸 정치적이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주셨음 좋겠고, 진짜 우리가 (대통령을) 고용했는데 심각하게 잘못 고용해서 당연히 벌을 줘야 할 사람한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명박 정부 당시 김종익씨 등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통해 '자기검열'의 족쇄를 채웠던 청와대.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청와대 실명 게시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이를 지지하는 글이 쏟아지면서 무책임한 정부를 향한 분노가 사찰에 대한 두려움까지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제작 - 최인성·강신우 기자)

| 2014.04.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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