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았던 MB에게 돌직구 질문 던졌더니...

[죽도시장 관광객] "(어떠세요? 어떠세요?)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갑자기 이렇게 뵙게 돼서 너무 기분 좋다...화이팅!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세요?) 이렇게 만나니까 마음이 푸근한 게 좋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아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등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여러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고 아직까지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항 지역구 정치인들은 대통령을 칭송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 "대통령의 헌법상의 임기는 형식적 5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종신입니다. 오늘날 퇴임후에 첫 고향방문을 또 하나의 임기를 시작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 "대통령님께서 G20 국가 의장으로써 국격을 높이고 녹색성장 바탕 이룩하고 청계천 복원 등 그야말로 국가발전의 하나의 획기적인 큰 업적을 이룩한 성과에 대해...저희들은 존경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이철구 포항시의회 의장] "지난 5년간 정말 어두운 경제위기 속에서도 최초의 경제대통령으로써 그 위기를 극복하셨습니다... 포항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가슴에는 종신제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4대강으로 물줄기를 틔웠듯이 우리 포항 발전에도 새로운 물꼬를 틔워주시길 소망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경북 포항 덕실마을. 오마이뉴스가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국정원 대선 개입 지시 여부를 직접 물어봤습니다.

- 대통령님, 원세훈 국정원장한테 대선 개입 지시하셨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 "…."

- 대선 개입 보고 받으셨나요?
이명박 전 대통령 : "어…."

- 임명권자로서 책임감 느끼지 않으십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 "여기까지 따라왔어."

- 대답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부지런도 하다, 허허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2년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대통령 임기중인 2009년 2월부터 4년동안 국정원장을 맡았습니다. 이 시기 참여정부에서 금지했던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독대가 다시 이뤄졌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활동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미 지난 7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며 1만 명 이상이 서명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문제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논란 대신, '욕먹더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철학을 밝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을 하면 욕을 많이 먹어요. 일 안 하면 인정받을 수 있어요, 욕 먹을 일이 없으니까...남은 여생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의 발전에 조그마한 기여라도 할 수 있다면..."

국정원과 군 등이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을 염두해두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으며, 4대강 사업 건설사들의 비리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항 시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마을 인근 주민(경북 포항시 흥애읍)] "(대통령 오신다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좋지요. (그동안 잘 하신 것 같으세요?) 잘 했어요, 우리는 잘 했어요. 다 모든 것을 잘 했다고 봐야지... 살기도 좋아졌고 특별히 엄청 잘 했습니다."

[김복자 죽도시장 상인(66세)]
"잘했지. 여러 면에서 잘 했지... 우리는, 아무래도 고향사람이니까. 포항에 운하도 건설해줬고"

[동지고등학교 재학생(이명박 전 대통령 후배)]
"대단히 큰 위상을 지니셨죠, 대통령이란 이름 자체가 저희 가슴에 큰 명예로 항상 존재하고 계십니다. (학교에서 대통령 얘기 많이 해요?) 평소에 선생님께서도 자주 언급해주세요."

포항 시민들은 이 전 대통령 취임 후 더 살기 좋아졌다며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최근 6년간 영일?포항 관련예산은 총 5852억 원으로 이 전 대통령이 취임 후 급격히 증가해서 '대통령 고향 밀어주기' 이른바 '영포예산'으로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취재중 만난 포항 시민들은 4대강 사업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며, 그리 큰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포항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한 지역에서만 환영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국정원과 군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지시했는지를 밝히고, 했다면 그 책임을 먼저 져야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곽승희입니다.

(영상 촬영·편집 - 강신우 기자)

ⓒ곽승희 | 2013.1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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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함께 춤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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