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없는 검찰 재수사.. "창피해서 고개 못 들겠다"

검찰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재수사를 마무리 짓고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5명을 기소한다는 내용입니다.

"검찰은 2012년 3월 16일 재수사를 개시한 이래 2012년 4월 20일 이영호, 최종석을 2012년 5월 2일 진경락을 각 기속구소 하였으며 오늘 박영준 이인규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3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하였습니다." -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검찰은 오늘(1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결과발표를 통해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주도했고, 민간인 사찰 당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개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는 벌써부터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 3달 동안 광범위하게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통령 실장 관련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몸통을 자처했던 이영호 전 비서관의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영준이 증거인멸에 개입하였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증거인멸에 개입하였다고는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합니다." - 송찬엽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또 증거인멸 지휘 개입설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고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검찰의 이런 재수사 결과에 정치권과 여론은 강한 질타로 들끓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권재진 법무부장관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한 민주통합당은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봐주기 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라며 "권력형 정치 검찰을 확인시켜줬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이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불법사찰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금 변호사는 "최소한 2010년 부실수사를 한 점에 대해서는 검찰이 반성 하고 책임 져야 하지 않냐"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그 부분만 수사해서 기소하는 걸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말 할 수 있냐"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단독범행으로 1차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도 자성 없는 재수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여론의 질타만 더욱 거세졌습니다.

오마이뉴스 최인성입니다.

| 2012.06.1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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