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법복 서기호 "'가카 빅엿' 때문에..."

지난해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란 표현을 쓴 뒤 최근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의 퇴임식.

퇴임식에 함께한 법원 직원들은 '꼭 돌아오라'고 적힌 현수막을 서 판사에게 건넸고 1만여 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트위터 모임 '국민의 눈'은 서 판사에게 국민법관 재임용장과 국민법복을 전달했습니다.

[이보나 서울북부지법 실무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의가 무엇이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그분들의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이 일었을 것입니다. 그 자체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갑 '국민의 눈' 대표] "서기호 판사를 탈락시킨 것은 헌법에 위반이라고 항의하는 의미로 헌법 106조를 넣었고요."

법원 직원들과 시민 50여 명이 마련한 오늘 행사에서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 결정이 정당한 근무평정보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가카의 빅엿' 등의 표현을 쓴 것이 법복을 벗게 된 주요 원인이라는 겁니다.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페이스북 SNS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뜻이고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잖아요. 저의 재임용 탈락 결정도 결국 저의 표현의 자유의 침해와 관련있다고 생각합니다."

서 판사는 자신은 쫓겨나는 게 아니라 잠시 퇴직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재임용 탈락 결정에 헌법소원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저는 제가 쫓겨났다가거나 찍혀서 탈락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바로 재임용 결정이 정당할 때의 얘기입니다. 저는 저의 재임용 탈락 결정은 부당하고 위법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임용 탈락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법적 대응하겠습니다."

또한 서 판사는 국민들이 불신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이제는 더 이상 '부러진 화살' 영화를 통해서 보여줬듯이 국민들이 법원을 어려워 하고 높은 장벽으로 느끼고 불신에 가득찬 눈으로 쳐다보는 그런 사법부가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을 헤아려서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지면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사법부가 돼야 할 것입니다."

법관의 정치적 소신 발언을 문제삼아 '법관 솎아내기'에 나선 사법부.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는 서기호 판사의 법복을 벗겨 스스로 독립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2.02.1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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