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못 들어간 그들만의 '세금둥둥섬'

"동물이 죽어가고 있어요"
"산 채로 털을 벗긴다니 너무해요"

반포 한강공원 한복판에 세워진 세빛둥둥섬. 서울시가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만든 대형시설물이지만 오늘 하루 시민들은 이 섬에 들어설 수 없었습니다.

해외 패션브랜드인 펜디의 패션쇼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오후 1시부터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모피 패션쇼에 항의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200여 명과 섬의 출입을 통제하는 보안요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내 몸에 손대면 폭행이다. 내가 운동권 30년이다"
"이게 집횐줄 아나. 집회면 화염병 들고 왔다"

이 과정에서 시위를 벌이던 활동가 한 명이 제지하는 경호원의 손에 떠밀려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가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상황음] 쓰러져 있는 동물보호 활동가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보안요원들이 저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무력을 행사해서 이렇게 쓰러졌다. / 내가 원래 허리가 안좋은데 확 내동댕이쳐버려서 신경이 다 놀라서 기운이 없다.

패션쇼가 시작하기 앞서 인근 공터에서 항의집회를 가진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모피 의류가 퇴출됐다"며 "모피 의류를 제조하는 펜디가 우리나라의 낮은 동물권 수준을 알고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화감독이자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인 임순례 씨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세빛둥둥섬의 개장식을 왜 모피제조사인 펜디의 패션쇼로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음] 퍼포먼스 장면

[임순례 / 감독,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 서울시에서 분명히 5월14일날 모피쇼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는데 펜디가 반대하니까 바로 뒤엎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피쇼에 반감을 갖고 반대하고 있는데 서울 시민의 정서는 반영하지 않고 일개 기업인 펜디의 정서만 반영하는 오세훈 시장이 정말 시장이 맞는가, 펜디의 사장이 아닌가.

펜디의 패션쇼에 초대받아 세빛둥둥섬의 시설을 즐긴 사람은 불과 1500여 명.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개장하자마자 소수 부유층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세금둥둥섬'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1.06.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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